동양고전·2편

우리나라 무예는 무엇인가/ 정조의 <무예도보통지>

김현거사 2016. 3. 21. 09:29

 

  우리나라 무예는 무엇인가/ 정조의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우리나라가 문(文)을 숭상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武)를 천시한 것은 폐단이었다.

 고구려는 수와 당을 물리쳤지만, 고려 왕건은 영토를 반도로 축소시켰다. 이후 문무의 두다리 중 하나가 성하지 못했다. 그래 고려는 무인 멸시로 정중부 난이 일어났고, 병자호란으로 왕이 남한산성으로 피난했다.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의주로 피난했고, 1910년 일본에 합당 당하는 수치를 겪었다.

 우리나라에 처음부터 병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라는 원성왕 때 대사(大舍) 벼슬로 있던 무오(武烏)가 무오병법(武烏兵法) 15권과 화령도(花鈴圖) 2권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고, 문무왕 때 육진병법(六陳兵法), 혜공왕 때 안국병법(安國兵法)이 있었다. 활로 당태종의 눈을 맞힌 연개소문은 자가 김해(金海)인데, 김해병서(金海兵書)가 있다. 모두 책 이름만 전해 올 뿐이다.

 전해 진 병법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정도전(鄭道傳)의 '진법(陣法)'이다.

 실록에 따르면 정도전은 '동명왕의 옛 땅을 회복할 때가 됐다', '이민족으로 중원에 들어가 황제가 된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진법(陣法)은 요동 정벌을 목적으로 만든 병법이다. 내용은 주례(周禮)에 나오는 군 지휘관이 사냥 나가 군을 훈련하던 수수법(蒐狩法)과 사마양저 제갈무후 등 역대 명장들의 병법을 참고해, 진치는 방법, 지휘관의 통솔 방법, 군법, 공격, 방어법 등을 설명하였다. 정도전은 ‘팔진삼십육변도보(八陣三十六變圖譜)’, ‘오행진출기도(五行陣出寄圖)', '강무도(講武圖)'도 지었으나, 현재 삼봉집(三峯集)에 <진법>만 전해진다.

 

 조선의 군사 조련 제도는 미미했다. 삼군(三軍)은 근교에서, 위사(衛士, 대궐과 관아를 지키는 무관)는 금원(禁苑)에서 실시했다. 

 그러다가 선조 때 임진왜란을 당하여 20일만에 서울을 내어주고, 60일만에 평양을 점령당했다. 당시 제독 이여송(李如松)이 평양에서 왜병을 물리치자, 선조가 제독영(提督營)에 행차하여 그 병법을 보고자 하였으나, 이여송은 '병법은 척계광(戚繼光) 장군이 저술한 기효신서(紀效新書)에 의한 것으로 군사 기밀입니다.' 하고 내놓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그래 선조가 역관에 몰래 명을 내려 척계광(戚繼光)의 기효신서(紀效新書)를 구하여 유성룡에게 강해(講解)를 명한 일이 있다. 또 한교(韓嶠)를 시켜 임진왜란에 참여한 명나라 장수 10인을 교사로 삼아 군사 70여인에게 창과 칼, 낭선(狼据), 곤봉(棍棒), 장창(長槍), 등패(藤牌), 쌍수도(雙手刀) 등을 체득케 하여 도보(圖譜)를 만들었다. 훈련도감을 설치하고 윤두수(尹斗壽)에게 그 일을 관장토록 했는데, 당시 훈련도감 병사 선발 시험은 큰 돌 하나를 들고 한 발의 담을 넘는 것으로 하였다.

 이어 영조 때 왕세자 사도세자가 죽장창(竹長槍), 기창(旗槍), 예도(銳刀), 왜검(倭劍), 교전(交戰), 월도(月刀), 협도(挾刀), 쌍검(雙劍), 제독검(提督劍), 본국검(本國劍), 편곤(鞭棍), 권법(拳法) 등 12기를 보태어 도보를 만들었으니, 사도세자의 뜻에 따라 이를 '십팔기(十八技)'라 한다. 

 

 그후 정조 14년에 왕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다.

 이 책은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李德懋)와 박제가(朴齊家)가 서얼 백동수(白東脩) 주관하에 간행했다.

 '무예도보통지' 서문에서 정조는 이 책 간행의 뜻을 밝히고 있다.

 '우리 나라는 해외에 치우쳐 있는 곳이라 창이나 검의 병기는 쓰는 법이 없고, 궁술(弓術)만 있었다. 비록 시험장에서는 말 위에서 창 쓰는 기예를 시험을 봤지만, 그 용법이 자세히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왜적과 대진할 때, 적이 돌진해오면 우리 군사들은 비록 창과 칼을 가지고 있어도, 칼을 칼집에서 뽑을 시간이 없고, 창을 겨루어 보기도 전에 왜적의 칼날에 꺽이었다. 그러다 왜란 뒤 선조 임금 때 곤봉 장창 등 여섯 가지 기예를 다룬 <무예제보>가 편찬되었으며, 영조 임금 때 여기에 죽장창(竹長槍) 예도(銳刀) 등 12기를 더하여 <무예신보>를 간행하였고, 다시 마상재(馬上才) 격구(擊球) 등 6기를 더하여 도합 '24기(二四技)'를 도보로 만들었다. 그 후 이 책을 증보 간행한다.'

 

 무예도보통지는 4권 4책의 한문과 1책의 언해본이 있다. 각종 무기와 공격 자세를 그린 492개의 목판 그림이 실려 있는데, 자세는 백동수의 시연을 직접 그려서 제작한 것이다.

 

머리 권(首卷): 범례, 병기 총서, 척계광 소개, 기예 질의(質疑) 
一 : 장창(長槍) 죽장창 기창(旗槍) 당파(鐺鈀) 기창(騎槍) 낭선(狼据) 
二 : 쌍수도(雙手刀) 예도(銳刀) 왜검(倭劍) 교전(交戰)
三 : 제독검(提督劍) 본국검(本國劍) 쌍검 마상쌍검(馬上雙劍) 월도(月刀) 마상월도 협도(挾刀) 등패(藤牌) 요도(腰刀) 표창(標槍)         
四 : 권법(拳法) 곤봉 편곤(鞭棍) 마상편곤 격구(擊球) 마상재(馬上才) 

 

무예도보통지 머리 권(首卷) 

 

실기해제

 

본국검(本國劍)

 

 

- 본국검법은 모두 33세(勢)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격법(擊法)이 12수(首), 자법(刺法)이 9수로, 치고 찌르는 법이 모두 21수다.

 진전살적세(進前殺賊勢) 3수, 향전살적세(向前殺賊勢) 2수, 후일격세(後一擊勢) 3수, 후일자세(後一刺勢) 2수, 일자세(一刺勢) 1수, 안자세(雁刺勢) 1수, 직부송서세(直符送書勢) 1수, 발초심사세(撥艸尋蛇勢) 1수, 표두압정세(豹頭壓頂勢) 1수, 좌우요격세(左右腰擊勢) 2수(각 1수), 장교분수세(長蛟噴水勢) 1수, 우찬격세(右鑽擊勢) 1수, 용약일자세(勇躍一刺勢) 1수, 시우상전세(?牛相戰勢) 1수.

이상이 격자지법(擊刺之法) 21수이고, 내략(內掠), 외략(外掠), 방적(防賊) 등의 방어법이 있으며, 지검대적세(持劍對賊勢),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 맹호은림세(猛虎隱林勢), 조천세(朝天勢), 전기세(展期勢), 백원출동세(白猿出洞勢)등의 자세가 있다.

 

도(刀)와 검(劍)

 

칼의 양편에 날이 있는 것을 검(劍)이라 하고, 한쪽만 날이 있는 것을 도(刀)라 한다.

 

- 도(刀)는 단도(短刀), 예도(銳刀), 환도(環刀)가 있고, 중국은 요도(腰刀)라 한다. 크기는 4자 3치이며. 무게는 1근 8량이다.

사용하는 법은 격법(擊法, 치는 법), 자법(刺法, 자르는 법), 세법(勢法, 모양)이 있다.

격법에는 표두격(豹頭擊), 과좌격(跨左擊), 과우격(跨友擊), 익좌격(翼左擊), 익우격(翼右擊)의 다섯가지가 있다. 자법에는 역린자(逆鱗刺), 단복자(袒腹刺), 쌍명자(雙明刺), 좌협자(左夾刺), 우협자(右夾刺) 다섯가지가 있다. 세법에는 봉두세(鳳頭勢), 호혈세(虎穴勢), 등문세(謄蚊勢) 세가지가 있다.

 

 검을 운용하는 데는, 자(刺), 참(斬), 격(擊), 세(洗), 할(割), 벽(碧), 붕(崩), 제(提), 말(抹), 약(掠), 구(鉤), 운(雲), 찰(札), 찬(鑽)의 법식이 있다.

 

무예도보통지 제1권

 

장창(長槍) - 길이는 1장 5척이며 재질은 주목과 합목이다.

 

*장창은 창두(槍頭)가 4냥을 넘지 않았다. 창날에는 긴 혈조(血漕, 새겨진 홈 또는 구멍)가 있고, 창 자루는 치밀한 나무를 쓰는데, 대나 가문비 나무는 약해서 쓰지 않는다.

장창보(長槍譜)에는 태산압란세(太山壓卵勢), 미인인침세(美人認針勢), 철번간세(竿勢), 십면매복세(十面埋伏勢), 백원타도세(白猿拖刀勢), 태공조어세(太公釣魚勢), 창룡파미세(蒼龍擺尾勢), 야차탐해세(夜叉探海勢) 등이 있다.

 

죽장창(竹長槍) - 길이는 20척 4촌이며 대나무를 쪼개 아교로 붙여서 사용한다.

기창(旗槍) - 깃발이 있는 창이며, 길이는 9척 9촌, 혈조(血漕)가 있다.

당파(鐺鈀) - 삼지창으로 알려져 있으며, 길이는 7척 6촌, 무게는 5근이다.

마상기창(騎槍) - 일명 마상창이라고 불리우며 창은  나무 자루 길이는 10척이고 창날 길이는 1척 5촌이다.

낭선(狼筅)  - 가지를 살려 창처럼 사용하는 무기로 1장 5척에 7근이다.

 

무예도보통지 제2권

 

쌍수도(雙手刀) - 두 손으로 사용하는 큰 칼로 6척 5촌에 2근 8냥이다.

예도(銳刀) - 환도의 다른 이름으로 4척 3촌에 1근 8량이다.

왜검 토유류(倭劍 土由流) - 삼진으로 구성되며 신도-축도-신도일타의 빠른 공격법을 보인다.

왜검 천유류(倭劍 千柳流) - 대검 전일타의 막고 바로 받아 치는 법이 발달한 검법이다.

왜검 운광류(倭劍 運光流) - 왜검 중 반복성이 가장 짙은 검법으로 단순하며 직선적인 검법이다.

왜검 류피류(倭劍 柳彼流) - 검을 뒤짚어 칼등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이 있다.

교전(交戰) - 교전은 왜검을 바탕으로 조선에서 확립된 검법이다.

 

무예도보통지 제3권

 

제독검(提督劍) - 길이는 3척 13촌이며, 회전이 특이한 검법이다

본국검(本國劍) - 현재 가장 잘 알려진 검법으로 검법의 구성이 가장 안정적이다.

쌍검(雙劍) - 길이는 2척10촌 5푼으로 두개의 검으로 가장 화려한 검법을 구사한다.

마상쌍검(馬上雙劍) - 말 위에서 쌍검을 운용하는 법으로 중국장수 이름의 자세가 많다.

 

*마상쌍검에는 항우도강세(項羽渡江勢), 손책정강동세(孫策定江東勢), 운장도패수세(雲長渡覇水勢), 한고조환패상세(漢高祖環覇上勢) 등의 자세가 있다.

 

월도(月刀) - 길이는 8척 12촌이며 4근 13량으로 크고 호쾌한 자세가 주를 이룬다.

마상월도(馬上月刀) - 말 위에서 월도를 사용하는 기법이다.

협도(挾刀) - 길이는 10척이며 무게는 4근으로 적의 진법을 부수는데 효과적이다.

등패(藤牌) - 등나무로 만든 방패에 요도와 표창을 들고 공격하는 기법이다.

 

무예도보통지 제4권

 

권법(拳法) - 무예24기 중 유일한 맨손 무예로 무기법을 익히기 전에 수련하였다.

 

*귄법보(拳法譜)에는 나찰의출문가자변하세(懶札衣出門架子變下勢),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 현각허이세(顯脚虛餌勢), 칠성권(七星拳), 복호세(伏虎勢), 매복세(埋伏勢), 신권세(神拳勢), 귀축세(鬼蹴勢) 등이 있다.

 

곤봉(棍棒) - 길이는 7자 무게는 3근 8냥이며 끝에 '압취(鴨嘴)'라는 오리부리 모양의 칼날을 장착한다.

편곤(鞭棍) - 일종의 쇠도리깨로 기병들에게 효과적인 무기이다.

마상편곤(馬上鞭棍) - 말 위에서 편곤을 사용하는 기예이다.

격구(擊球) - 서양의 폴로 경기와 유사하며 말위에서 하는 공놀이다.

마상재(馬上才) - 말 위에서 펼치는 화려한 말타기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