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2

김현거사 2015. 11. 19. 09:53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2

 

 몇년 전 붕어찜도 먹고 가을 단풍 구경도 할 겸 팔당호 옆 퇴촌에 간 적 있다. 동행한 분은 각각 시와 수필 쓰는 분으로, 한 분은 전직 차관, 한 분은 전직 시장이었는데, 그때 잠시 지나간 화제가 생각난다.

누군가 두 분이 서로 아는 사람 이름을 거론하면서,

'선배님이 부처 예산을 돌려준 적이 있었다면서요?'

하고 묻는데, 그 말 뜻은 이런 것이다. 부처 예산은 쓰지 않고 돌려보내면 다음 해 예산 삭감되니, 시쳇말로 그 때 좀 고루했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 있긴 있었지요.'

 이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예산을 남아돌아도 모두 써버려야 하는가? 절약하고 남은 예산 돌려보내는 것이 잘못인가? 예산은 공돈인가? 대한민국에 그런 공무원들 판 치면 나라는 어찌 되는 것인가? 이런 망국 풍조가 말이나 되는가? 

 

 회사 시절에 삼성에서 영입한 Y라는 부사장이 있었다. 그는 외국어 유창하고 인물 잘 생긴 분이다. 기획조정실 책임자로 왔는데, 이 분이 쓴 판공비가 어머어마했다. 골프와 경조사 지출은 그렇다치고, 설 추석에 나갈 갈비짝만 한 추럭도 넘었다.

 운전수 입을 통해 내용이 회사에 퍼지자, 우물 안 개구리들 말이 많았다. 나는 삼성은 인재 많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그러니 그 분이 우리 그룹에 뭔가 보여줄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비서실장보다 월등히 많은 돈 쓰는 것이 좀 마음 편치 않았지만, 노회장께 삼성이라는 큰 회사 풍조 우리가 배워야 할 처지다. 그러니 그냥 지켜보자고 말씀드렸다. Y도 눈치가 빨라 나를 골프에 초대하고, 서로 잘 지낸 편이다. 

 그 뒤 그는 김대중 정권 들어서자, 삼성으로 돌아갔다. 삼성은 정계와 교류할 전라도 인물이 필요했던 때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물산 건축 부문 부회장으로 가더니, 얼마 후 몇개 건설회사와 콘소시엄으로 인천 공항 건축 공사 따내고, 공항터미널을 완성시켰다. 

 나같은 사람은 인천국제공항 시설에 대해 말 할 자격도 없지만, 언젠가 가보니, 터미널 이쪽에서 저쪽 걸어가는데도 다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1단계 사업으로 5조 7019억원(1995년 불변가격)을 들여 355만평 부지를 조성해 3750×60m 규모의 활주로 2선과 10만 8000평의 여객청사, 40.2㎞의 공항전용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공항부근에 공항종사자들을 위한 66만 평 규모의 배후지원단지를 조성했다 한다. 파리 드골공항, 뉴욕 케네디공항과 어깨 나란히 할 동북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이다.

 간혹 공항에 나가서 그 어마어마한 시설 볼 때, 나처럼 돈만 아낀 사람은, 큰 일 할 사람 못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