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3국의 초 베스트셀러/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
'동의보감'은 1613년 발행된 후, 1724년 일본에서, 1766년 청나라에서 인쇄될만큼, 동양 3국에서 공히 인정받고, 지금까지 4 세기에 걸쳐서 '한방의 보전(寶典)'으로 대접 받는 국제적 베스트셀러 이다.
저자 허준(許浚)은 1546년 지금 강서구 가양동에서 서자로 출생하여, 소년기를 경남 산청에서 보내고, 70 세까지 살았다. 1574년 의과에 등과하여, 30 세에 내의원 의관이 되었다. 임진왜란 때 선조를 모시고 평양, 의주로 가서 왕의 말 벗이 되었다. 선조가 임란으로 인한 백성의 질병을 걱정하며 '모든 의서(醫書)를 총정리 하여 알기 쉽게 책을 만들라.'는 어명을 내려, 14 년 간 혼자 노력하여 1610년, 광해군 2 년에 25 권의 방대한 이 책을 완성했다.
선조 때는 양평군(楊平君) 승록대부로 추천 되었으나, '서출에 당상군 벼슬은 불가요' 하는 사간원의 반대로 취소됐고, 선조가 승하하자, 치료를 소홀히 했다는 죄명으로 파직되어 귀양을 갔다.
그러나 중국인들도 '천하의 보배'라 칭하는 이 위대한 명저는 귀양살이에서 완성되었으니, 상천(上天)의 오묘한 뜻이 여기 있다.
한글로 된 책이 나왔으니, 가정에 두고 볼만 하다.
목차를 보면, 처음에 단전 호흡, 안마법, 양생법(養生法)이 나온다.
그 중에서 신침법(神枕法)을 소개하면, '잣나무 목침 속에 베로 주머니를 만들어, 당귀 백출 세신 부자 목란 건강 등 약초를 넣고, 1백일을 베고 자면, 얼굴에 광택이 나고, 1년이 지나면 병이 없어지고 몸에 향기가 가득하고, 4년이 지나면 흰머리가 검어지며 이빨이 새로 생기고, 눈과 귀가 밝아져 총명하게 된다.' 하였다.
그 다음 인체와 장기(臟器) 증세와 처방법이 나온다.
이런 것들 이다. '귀에 벌레가 들어간 경우, 대줄기를 귀에 넣고 힘껒 빨면 된다.' '입에서 악취가 나는 것은,기름진 음식과 술을 많이 먹고, 마음이 과로하면 열기가 가슴에 받쳐 생긴다. 이때 궁지고(芎芷膏)란 처방이 있다. 천궁(川芎, 궁궁이 뿌리)과 백지(白芷, 구리때 뿌리) 가루를 꿀에 버무려 연밥 크기로 환(丸)을 만들어 잠자리에 들기전에 녹여서 삼키면 낫는다.'
계속하여, 손, 발, 뼈, 근육, 머리카락의 증세와 처방이 제시되고, 중풍, 황달, 구토, 곽란, 등의 증세와 처방이 나온다.
술에 대한 처방도 있는데. '술을 즐기는 사람이 취하지 않게 하려면, 주독(酒毒)은 치아에 있기 때문에, 대취(大醉)하면 뜨거운 물로 얼굴을 두어번 씻고, 양치한 다음, 머리를 수십번 빗질하면 된다.' 처방전으로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 용뇌탕(龍腦湯)을 소개하고 있다.
또 옛날은 곤장을 많이 치던 시절 이었다. 매 맞은 상처에 대한 처방도 있다. '두부를 손바닥처럼 저며서 소금물에 달여 따뜻하게 상처에 붙이면 찌는듯 하는데, 두부가 자색으로 변하면 바꾸어 붙이되, 두부가 담색이 되도록 하면 좋다.' '봉선화 대궁이를 근엽(根葉)이 붙은 채로 찧어서 붙이되, 마르거던 다시 붙이기를 거듭하면 하룻밥에 피가 흩어지고 낫는다.' 하였다.
맞아도 아프지 않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백랍(白蠟) 한 냥을 가늘게 썰어서 사발에 넣어 술과 같이 끓여 먹으면, 곤장을 맞아도 아프지 않으니,이름을 기장산(寄杖散)이라 한다.'
자식 얻는 법도 소개되어 있다. '부인이 자식 못 낳는 것은, 대개 피가 적어서 정(精)을 포섭하지 못하는데 있으므로, 경혈(經血)을 조양하는, 가미양영환(加味養榮丸), 승금단(勝金丹), 조경종옥탕(調經鐘玉湯)을 쓰며, 남편은 고본건양단(固本健陽丹), 속사단(續嗣丹), 온신환(溫腎丸)을 쓴다.'
이 밖에 잡방으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도 있다. '천문동 백복령 가루 두 돈을 하루에 2 회씩 술로 복용하면, 대한(大寒) 중에 홑옷으로 땀이 난다.'
사람 몸을 향기롭게 하는 법으로는, ' 영릉향(零陵香, 콩과 식물) 어린 잎으로 물을 끓여 목욕하거나, 달여 먹으면, 몸이 향기롭고 악기(惡氣)가 없어진다.'
사람을 용맹하게 하는 법도 있다. '천웅(天熊, 烏頭의 홑뿌리)을 먹으면 무용해진다.'
귀신 볼 수 있는 희안한 방문(方文)도 있다. '생마자(生麻子), 석창포, 귀구(鬼臼) 가루를 꿀로 버무려 환을 지어, 매일 아침 해를 향하여 한 알씩 먹고, 일 백 일이 차면 귀신을 볼 수 있다.'
'동의보감'은 병의 증세와 처방법을 설명한 후, 처방에 들어가는 약초, 약물을 채집하여 약을 만들고, 복용하는 법을 소개한다. 본초학(本草學)이다.
약이 되는 재료는 풀, 채소, 나무, 과일, 뿌리 뿐만 아니라, 호골(호랑이 뼈), 용골( 용의 뼈), 코뿔소 뿔(犀角), 금속, 돌, 흙, 물까지 언급되고 있다.
너무나 자세히 설명되어, 과연 그럴까 의심되는 것도 많다.
다도(茶道)하는 사람을 위해서 물을 예로 들면, 물도 30 가지로 세분된다.
1. 정화수; 깊은 땅 속 우물물이 조용히 가라앉은 첫 새벽에 제일 먼저 길은 물로, 구취를 없애주고 안색을 곱게 하며, 술이나 초를 담그면 부패하지 않는다.
2. 국화수; 맛이 달며 무독하고 안색을 좋게 하고, 오래 먹으면 늙지 않는다. 촉나라 장수원(長壽源)이란 곳은 사철 국화가 피어 향기 그윽했는데,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2-3 백 세를 살았다.
3. 춘우수; 정월 달 빗물로, 그릇에 저장했다가 약을 달여 먹으면, 양기가 상승하고, 부부가 한 잔씩 마시고 합방하면, 신효하게 잉태한다.
4. 우박; 장(醬) 맛 나쁜데 두 되 쯤 넣어두면 맛이 좋아진다.
5. 여름 철 얼음; 여름 철 얼음을 음식에 가미하여 오래 먹으면 병이 난다.
6. 반천하수(半天河水); 대 울타리 끝이나 높은 나무의 구멍에 빗물이 고인 것으로,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마음의 병과 나쁜 독을 없앤다.
7. 감란수(甘爛水); 백로수(百勞水)라고도 하며, 물 한 말을 동이에 넣고 수백 번 흔들면, 물 위에 무수한 구슬 방울이 뜨는데, 그것을 말한다. 곽란 경련으로 아랫배가 아픈 것을 다스린다.
8. 냉천(冷泉); 이 물로 목욕하면, 편두통, 등이 찬 것, 오한이 낫는다. 냉천 밑에는 백반(白礬)이 있어 물맛이 차고 시고 끌꺼러우니, 7-8 월에 목욕하되, 밤에 하면 반드시 죽는다.
물에 대해서는 이쯤하고, 흙에 대한 것도 살펴보자.
10 년 이상 지난 부엌 솥 한복판 밑 황토를 복룡간(伏龍肝)이라 한다. 토혈(吐血)과 피오줌 누는 것을 막는다.
동벽토(東壁土), 서벽토(西壁土)란 것도 있다. 오래 된 집 아침 햇살 잘 받은 동쪽 벽 흙은 탈항(脫肛)과 설사, 곽란을 다스린다. 해질 무렵 서쪽 햇살 받은 서벽토는 구토, 해역(咳逆, 목구멍이 막혀 숨 쉬는 소리가 나는 병)을 다스린다.
우물 밑바닥 모래 정저사(井底沙)는 뜨거운 물에 덴 데, 독충에 쏘인데 잘 듣고, 냄비 밑의 그을음 당묵(鐺墨)은 고독(蠱毒, 뱀이나 지네, 뚜꺼비의 독), 중악(中惡, 갑자기 흥분하여 까무라치는 병), 혈훈(血暈, 산후 출혈로 정신이 혼비해지는 병)을 다스리며, 칼이나 창 따위로 다친 금창(金瘡)에 바르면, 피가 멎고 새살이 돋는다.
약으로 쓰는 돌은 55 종이 있는데, 진주(眞珠)는 얼굴빛을 곱게 해주고, 활석(滑石)은 소변을 통하게 해주고, 자석영(紫石英)은 심기(心氣)를 보해주며, 지남석(磁石)은 뼈를 강하게 하고 정력을 더해 준다. 그 밖에 복통을 다스리는 소금(食鹽), 학질을다스리는 비상(砒霜), 금창을 지혈하고 살을 돋게 하는 석회(石灰)가 소개되고 있다.
약으로 쓰는 금속은 33 종이 있다.
오장을 편케 하고 어린이 경끼를 진정시켜 주는 금과 은, 나쁜 종기를 다스리는 수은, 근육과 뼈를 잇게하는 자연동(自然銅), 탈항을 다스리는 무쇠가 소개되고 있다.
채소나 과일의 약효도 소개된다.
가래침을 삭이는 귤 껍질, 오장을 보호해 주는 대추, 소변을 통하게 해 주는 포도, 노인 주름살 펴 주는 밤의 속껍질, 남자의 음위(陰萎)를 굳세게 해 주는 나무딸기, 얼굴빛을 곱게 해 주는 앵두, 갈증을 멎게 하는 매실과 모과. 술독을 풀어주는 홍시, 월경을 통하게 하는 복숭아 씨, 갈증과 복통을 다스리는 사과, 기침을 진정시키는 은행,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순무,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수박과 참외, 치아를 희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는 상추, 눈을 밝게 하고 대소변을 통하게 하는 파 뿌리, 술독을 다스리는 미나리와 시금치, 간과 정력에 좋은 들깨, 불알이 붓고 아픈 산기(疝氣)를 다스리는 다시마, 치질균을 죽이는 김 등이 소개되어 있다.
그 밖에 인삼, 감초, 오미자, 당귀, 작약같은 약초의 효능이 자세히 소개된 것은 두 말 할 것 없다.
약을 채취하는 방법(採藥法)도 소개된다.
약을 캐는 시기는 대체로 2월과 8월이다. 이때 채취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른 봄에는 뿌리에 있는 약물이 오르려고는 하나 아직 가지와 잎으로 올라가지 않고, 뿌리의 세력이 매우 순하기(淳濃) 때문이다. 가을에는 가지와 잎이 마르고 약물이 다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봄에는 일찍 캐는 것이 좋고 가을에는 늦게 캐는 것이 좋다. 꽃, 열매, 뿌리,잎은 각각 그것이 성숙되는 시기에 따는 것이 좋다. 계절이 일찍 오고 늦게 오는 때가 있으므로, 반드시 2월이나 8월에 국한되어 채취하지 않아도 되며, 그때의 형편대로 채취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 마지막 끝부분은, 침 놓는 법, 쑥 뜸 하는 법, 경혈(經穴)의 위치 등, 침구법(針灸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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