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2편

농촌생활의 백과사전/ 홍만선의 <산림경제>

김현거사 2016. 1. 13. 18:21

 

 농촌생활의 백과사전/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요즘은 5천년간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농촌 모습이 사라져 간다. 그런데 다행히 이런 아쉬움을 풀어줄 책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저술한 '산림경제(山林經濟)'가 그 책 이다.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은 풍산 홍씨 후손으로 예조 판서 홍주국(洪柱國)의 아들이다. 주 목사 등 지방관으로 있으면서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문에서 "옛사람이 말하기를, '의향에 따라 꽃과 대를 심고 적성에 맞추어 새와 물고기를 기르는 것, 이것이 곧 산림경제(山林經濟)다.'라고 했는데, 내가 그 말을 음미하고 뜻을 취해서 책 이름으로 삼는다." 고 하였다.

 산림경제는 터를 골라 집을 짓는 법, 농사 짓고 종자 선택하는 법, 수박,오이, 마늘 재배법, 밤 대추, 과수 재배법, 양봉, 양어, 양록(養鹿) 하는 법, 술과 음식 만드는 법, 약재 심고 가꾸는 법, 병 치료 법 등 농가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4권 4책에 총 16 항목(志)으로 백과사전 식으로 기술하였다.

 

 복거(卜居) 

 

 명산(名山)에 복거할 수 없으면 산등성이가 겹으로 감싸고 수목이 우거진 곳에다 몇 묘(畝=30 평)의 땅을 개간하여 삼간집을 짓고, 무궁화를 심고 띠를 엮어 정자를 지어서, 1묘에는 대와 나무를 심고, 1묘에는 오이와 채소를 심으면 노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왕면(王冕)은 구리산(九里山)에 은거하며 초가 삼간을 지어놓고 스스로 매화당(梅花堂)이라 이름하고, 매화 1천 그루를 심었다. 토란 한 뙈기와 파 부추 각각 1백 포기를 심었으며, 물을 끌어다 못을 만들어 물고기 1천 마리를 길렀다.

 집터는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데가 제일 좋고 그 반대면 부자가 못 된다. 앞이 높고 뒤가 낮으면 북향집이 되어 집안이 망하고, 뒤가 높고 앞이 낮으면 우마(牛馬)가 번식한다. 또 사면이 높고 가운데가 낮으면 비록 부자일지라도 점점 가난해지므로 차라리 평탄한 곳이 좋다.

 땅은 윤기가 있어야 하고 기름지며 햇볕이 잘 드는 양명(陽明)한 곳이라야 한다. 집의 동쪽에 흘러가는 물이 있으면 길하고, 남쪽에 큰 길이 있으면 부귀하게 되고, 큰 길이 동쪽이나 북쪽에 있으면 흉하다. 대문 문짝과 단장은 모름지기 크기를 똑 같이 해야 한다. 왼쪽이 크면 아내를 바꾸고, 오른쪽이 크면 고아나 과부가 생긴다. 문 입구에 물구덩이가 있으면 집이 파산하고, 물길이 대문 앞에 부디치면 패역한 자손이 나고, 문 가운데로 물이 나가면 재물이 흩어진다.

 

 섭생(攝生) 

 

 섭생은 몇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명예나 이권에 담박하고, 둘째 음악과 여색을 금하며, 셋째 재물에 청렴하고, 넷째 맛있는 음식을 줄이며, 다섯째 허망한 생각을 버리고, 여섯째 질투하는 마음을 없애야 한다.

이 여섯 개 독을 버리지 못하면 양생법을 실시해도 헛것이다. 유익함을 얻을 수 없다.

 얼굴은 항상 두 손으로 비벼서 뜨겁게 하면 기가 흐른다. 먼저 손바닥을 비벼서 열이 나게 한 다음, 그 손바닥으로 얼굴과 눈을 비비는데, 목 뒤와 양쪽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털) 있는 곳을 번갈아가며 마치 머리를 빗는 것처럼 수십 번 빗으면, 얼굴에 광택이 나고, 주름살이 생기기 않으며, 오랫동안 계속하여 5년이 되면 얼굴이 소녀와 같이 된다.

귀는 자주 문질러야 한다. 양쪽 귀를 자주 치켜올리면 청력이 좋아진다.

 

 치농(治農)

 

 리와 밀은 일찍 심으면 뿌리가 깊어 추위를 잘 견디고, 늦게 심으면 이삭이 짙다. 그 해 살구가 많이 열리면 밀이 벌레 먹지 않고, 복숭아가 많이 열리면 보리가 벌레 먹지 않는다.

 물이 괸 참외나 꼭지가 둘인 것, 배꼽이 둘인 참외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참외가 대서(大暑)까지 익지 않으면 말린 조기 뼈를 참외 이마에 꽂아놓으면 꼬투리가 떨어지면서 익는다.

 박이 크게 열리게 하려면 2월에 종자 10여 개씩 심어놓고, 싹이 나면 포동포동한 줄기를 가려 대나무칼로 반쪽 껍질을 벗겨 서로 묶고 나무 접붙이듯 소똥과 황토 진흙으로 봉하여 싸둔다. 줄기가 살아나거던 살아난 줄기끼리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접붙인다. 이렇게 하면 네 줄기가 한 줄기가 된다. 박이 맺힐 때 두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버리면, 한 개가 한 지게의 쌀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박이 된다. 이 박을 허리에 메고 물을 건너면 익사를 면할 수 있다.

 상추는 줄기가 흰 것이 좋고, 붉은 것은 좋지 않다. 잣나무 잎을 송진과 함께 오래 먹으면 곡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다. 하수오는 자주 꽃에 황백색의 잎이다. 잎은 반드시 상대하여 나는데 뿌리는 주먹만 하다.  적색과 백색 두 종류가 있는데, 적색은 수컷이고 백색은 암컷이다. 뿌리 형상이 짐승이나 산약처럼 생긴 것이 진품이다. 버섯은 느름나무, 버드나무, 뽕나무, 희나무, 닥나무에 나는 것이 먹는 버섯이며, 소나무, 팽나무, 참나무 버섯은 독이 없다. 

 

 종수(種樹)

 

 10년 계획으로 알맞은 나무를 심으면 봄에는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으며 자산 늘리는 방법이다. 

 뿌리는 편안하게 뻗기를 원하고, 흙은 원래 서 있던 곳과 같기를 원하며, 구덩이는 단단히 메워지기를 바란다.

 과일나무는 보름 전에 심으면 열매가 많이 달리고, 후에 심으면 적게 달린다. 접붙이기는 싹이 틀 때가 좋다. 접붙일 때 남쪽으로 뻗은 가지를 쓰면 열매가 많이 달린다. 정월 초하루 해가 뜨기 전, 납짝길쭉한 돌을 과일나무 가지에 끼워두면 열매가 많이 달리고 튼실해진다. 이를 '과일나무 시집 보낸다'고 한다. 정월 초하룻날 닭이 울 때 횃불로 과수나무를 그을리면 잠복중인 벌레를 살충할 수 있다. 정월 초하루 5경(五更, 새벽 3-5시)에 도끼로 나무 둥치를 찍으면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잘 열린다. 정월에 곁가지들을 전정하면 힘이 갈리지 않아 열매가 탐스러우며 굵어진다.

 소나무는 비스듬히 누워 줄기가 비틀어진 것이 좋고, 잎은 가늘고 짧은 것이 좋고, 가지 끝에 솔방울이 달린 것이 좋고, 둥치에 만년화(萬年花, 이끼의 일종)가 낀채 바위 사이에 붙어 사는 것을 가장 상품으로 친다.

 5월 13일은 옛사람들이 죽취일(竹醉日), 또는 죽미일(竹迷日)이라고 하는 날로, 이날 대나무를 심으면 무성하게 자란다. 대나무 줄기를 한두 자 쯤 찍어낸 뒤 삽으로 뿌리를 자르고 흙으로 덮고 마르지 않게 물을 주며 돌보다가 예정된 때가 되어 옮기면 그 즉시 살아나며 잎갈이도 하지 않는다. 이미 곁뿌리를 잘라 대나무 줄기가 성장을 멈추었기 때문에 옮겨 심어도 탈이 없다 

 매화는 둥치가 비스듬히 옆으로 눕고, 늙은 가지가 기괴하게 생긴 것을 귀하게 여긴다. 화분은 꽃봉오리가 맺히면 따뜻한 방안에 들여놓고, 가지와 뿌리에 미지근한 물을 뿜어주고, 옆에 화로를 두어 찬 공기가 닿지않게 해 주면 동지 전에 꽃봉오리가 터진다. 꽃이 진 뒤에 찬 공기를 피해 움 속에 두면 열매를 맺는다.

 국화는 붉은 줄기에 노란 꽃이 피는 감국(甘菊)이 도연명이 사랑했던 국화 이다. 붉은 국화는 청초한 맛이 없고 사치스러워 사람을 역겹게 한다. 뿌리는 물을 싫어하니, 창호지를 길게 오려서 한쪽은 밑둥에 감고 한쪽은 물그릇에 담아놓으면 물이 종이에 스며 저절로 줄기를 적셔준다. 누런 잎이 생기면 부추 뿌리를 즙 내어 뿌리에 부어주면 파랗게 회복된다.

 난초는 한줄기에 꽃이 하나 피는 것을 난이라 하고, 6-7 송이 피는 것을 혜(蕙)라 한다. 혜는 향기가 약하다. 모래 자갈에 심고 반음반양인 곳에 두어야 하며, 차를 식힌 후 부어주면 향이 좋아진다. 우리나라 남쪽 해안에 자생하는 춘난은 초봄에 꽃이 피는데, 광택 있는 녹색 잎은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언 뒤에도 싱싱하다.

 우리나라 괴석은 개성 경천사 근처에는 나는 돌이 유명하다. 돌 빛깔이 푸른데, 봉우리가 높고, 계곡은 깊고, 낭떠러지가 깍아지른듯 구름과 우뢰를 은은히 간직하고 있는 형상이다. 수반 위에 놓으면 물을 빨아올려 꼭대기까지 촉촉히 이끼가 끼고 뙤약볕에도 마르지 않아 침향석(沈香石)이라 부른다. 참으로 천하에 다시 없는 보배이다.

 수락산에서 나오는 괴석은 돌의 질이 굳으면서도 물을 잘 빨아올리는데 빛깔이 검푸르다.

괴석에 이끼를 돋게 하려면 마른 말똥과 진흙을 섞어서 돌에 바르고 습기찬 곳에 두면 된다. 

 

 양화(養花)

 

 황량한 들판이나 적막한 물가에서 벗이 없어 정 붙일 곳이 없다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재배하는 것도 세월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분재는 정월이나 2월에 거름흙을 주고 옮겨 심거나 씨를 뿌리는데, 꽃망울이 맺히면 거름 물을 주어 3~4월에 분을 올리는 것이 좋다.

 말똥을 물에 섞어 꽃나무에 주면 일찍 꽃이 피고, 붉은 꽃을 희게 하려면 유황 연기를 이용하며, 석류, 치자, 동백, 사계화 등은 꽃이 진 뒤에는 흙에 묻어주는 것이 좋다.

 거름은 닭이나 거위나 누에 똥 혹은 인분을 물에 우려 쓰면 좋다. 싹이 올라올 때는 연한 뿌리가 자라나는 시기이므로 거름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 거름물을 주면 곧 죽는다. 연한 줄기가 웬만큼 자랐거나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면 다시 거름물을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꽃이 필 때는 주면 안 된다. 아침 저녁으로 물만 주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잉어 기르기

 

 못을 파는데, 못 가운데 산을 쌓는다. 알 밴 잉어 20 마리와 수잉어 3척짜리 네마리를 2월에 못 속에 넣고, 4개월 지나면 신수(神守, 자라)를 넣고, 6개월 후 두번째 자라를, 8개월에 세번째 자라를 넣는다. 잉어는 숫자가 많으면 달아나버리는데, 자라가 있으면 달아나지 않는다.

 이듬해 2월이 되면 길이 1척짜리 잉어 1만 마리, 2척짜리 4천 마리, 3척짜리 4만 마리를 얻게되고, 다음 해는 1척짜리 10만 마리, 2척짜리 5만 마리, 3척짜리 4만 마리를 얻게 된다. 

 이때 2척짜리  2천 마리만 종자로 남겨두고 모두 팔아버려도, 잉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게 된다.

 

 치선(治膳) 

 

 치선은 식품저장과 반찬의 조리와 가공법 이다.

 채소로 가장 맛있는 것은 이른 봄 갓 돋은 부추와 늦여름 늦갈이 배추다. 시골에 반찬이 쉽지 않지만, 그런대로 개운한 음식이 있다. 연밥과 연뿌리는 단맛을 취하고, 아욱은 담담함을, 토란은 매끄러움을 취한다. 병풍나물은 그 싹을 이슬 마르기 전 새벽에 따서, 멥쌀 죽이 반쯤 익었을 때 넣고 끓여서, 사기그릇에 담아 식혀 먹으면, 입 안이 온통 달고 향기로우며 사흘이 되어도 기운이 줄지 않는다.

게를 기르는 법은, 가을에 게를 잡아 암수 구별없이 대바구니에  담아 폭포 밑이나 급한 여울에 매달아 두고 벼이삭을 먹인다. 이듬해 보면 살이 많이 찌고, 껍질 속의 누렇고 흰 황고백방(黃膏白肪)이 비길 데 없이 맛이 좋다.

 참기름은 하지 때 도자기병에 밀봉하여 기와지붕 위에 두었다가 입추 때 내리면 아주 맑은 기름이 된다. 누에 치는 방 등불로 쓰면 벌레가 꾀지 않고, 아낙네 머리에 바르면 검고 윤이 나며 이도 없어진다.   

 

음식의 금기 사항과 구급법

 

 음식에 금기사항이 있으니, 복숭아나 살구가 씨가 둘 있는 것은 독이 있다. 홍시와 술을 같이 먹으면 안된다. 메밀과 돼지고기를 같이 먹으면 열풍이 나서 머리털이 빠진다. 감과 배를 게와 같이 먹으면 안된다. 붕어를 맥문동과 같이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물에 뜨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안된다. 발이 흰 오골계를 먹으면 안된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같이 먹으면 촌백충이 생기고, 소고기와 막걸리를 같이 먹어도 촌백충이 생긴다. 기름진 고기와 뜨거운 국을 먹은 후 냉수를 마시면 안된다.

 버섯을 먹고 중독되었을 때 참기름을 마시면 된다. 식중독으로 고생할 때는 감초와 냉이를 진하게 다려 먹이면 입에 들어가자마자 살아난다. 가축 고기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는, 귤 껍질 혹은 검은 콩이나 산초 달인 즙을 먹이면 좋다. 또 갈대 뿌리, 봉선화의 잎, 줄기, 뿌리를 즙 내어 먹이거나, 생 산약(山藥)을 물에 갈아서 먹이면 신효하다. 물고기 먹고 중독되면, 동과(冬瓜) 즙이 가장 효험 있고, 귤 껍질 혹은 대두즙도 효험이 있다. 복어 독은 갈대 뿌리를 즙을 내어 마시거나, 인분 즙, 백반이나 편두콩 가루를 물에 타 먹인다. 뱀에 물렸을 때는 웅황 혹은 백반을 붙여주면 즉시 낫는다. 벌에 쏘였을 때는 박하 혹은 생강 줄기를 비벼서 문질러 준다.

 

 약재 법제(法製)와 복용법

 

 약재를 불에고, 잿속에 묻고, 볶는 것은 독을 없애려는 것이다. 생강즙 혹은 꿀이나 우유에 담그는 것은 경락(經絡) 따라 순행케 하려는 것이다. 약기운이 폐로 들어가게 하려면 꿀을 섞어야 하고, 비장으로 들어가게 하려면 생강즙을 섞어야 하며, 신장에 들어가게 하려면 소금을 사용해야 한다. 간에 들어가게 하려면 초를 사용해야 하며, 심장에 들어가게 하려면 동변(童便, 열두 살 이하 사내아이의 오줌)을 사용해야 한다.

 약 달이는 그릇은 은이나 돌그릇을 사용하되, 병이 몸 상체에 있을 때는 센 불에 달여야 하고, 하체에 있을 때는 약한 불에 달여야 한다. 병이 가슴 위에 있을 때는 식사 후에 복용하고, 아래에 있을 때는 약을 먹고나서 식사를 한다. 병이 사지의 혈맥에 있을 때는 공복에 먹어야 하는데 아침이 좋고, 골수에 있을 때는 배불리 먹은 뒤에 먹는데 밤이 좋다.

 

 잡방(雜方)

 

 잡방은 문방사우 관리법과 먹을 만드는 법, 서화를 씻고 보관하고 배접하는 법, 베게와 요를 만드는 법, 거문고 사용법, 칼을 갈아 광을 내는 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붓을 만들 때는 재료인 토끼털이나 쥐수염을 열탕 그릇에 담가  밥 한끼 먹을 동안 놓아두었다가 냉수에 살살 흔들어 빤다. 그래도 기름기가 많으면 조각자탕에 빨아내면 좋다. 붓이 좀먹지 않게 하려면 조피나무와 황경나무 끓인 물에 소나무 태운 그을음을 갈아서 붓에 물들이면 된다.

 먹을 만드는 방법은, 소나무 태운 그을음을 푹 쪄서 말린 다음 아교나 계란 노른자를 섞어, 쇠절구에 넣고 3만 번 이상 찧은 뒤, 적당한 크기의 틀에 넣어 만든다. 

 벼루는 날마다 쓰고나면 씻어야 한다. 씻지않고 며칠 지나면 먹 색깔이 나빠진다. 벼루 씻는 데는 뜨거운 물을 써도 않되고, 털로 짠 거친 천으로 문질러도 안된다.

 연적은 자기(瓷器)가 좋고, 대나무 연적은 품위가 청아해서 더 좋다. 구리 연적은 독기가 있어 붓털을 약하게 한다. 

 지팡이는 반죽(斑竹, 얼룩무늬가 있는 대)을 상품으로 여긴다.

 옥을 조각하기 쉽도록 부드럽게 하려면 두꺼비 기름을 바르면 된다.

 산속에서 사람 모양으로 변신한 여우나 도깨비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크기가 9촌 되는 거울을 등 뒤에 달아 그들 형상이 거울에 비치게 하면, 본색이 들어나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