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강은 해당화 발목을 씻겨주고 있었다
각혈처럼 붉은 노을이 뜬 하늘
지리산을 거울처럼 비춘 강
모시처럼 하얀 백사장
셋이 나란히 보이는 지점에
감나무는 게으른 서방처럼
평상 위에 널부러져 누워있고
재첩국같이 파란 안개는
그 위에 휘장을 치는 중이었다
어디서 몇굽이 돌다왔는지
지분 냄새 풍기는 여인은
육자배기 쉰 목소리
오십대 전라도 여자인데
하마 달이 뜨려나
객은 개다리소반 양푼 주전자를 치던
젓가락 장단 잠시 멈추고
새들이 숨죽인 대밭 위로
달 뜨기만 기다리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