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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거사 2015. 5. 26. 09:35

 

   

 섬진강에서

 

강은 해당화 발목을 씻겨주고 있었다

각혈처럼 붉은 노을이 뜬 하늘

지리산을 거울처럼 비춘 강

모시처럼 하얀 백사장

셋이 나란히 보이는 지점에

감나무는 게으른 서방처럼 

평상 위에 널부러져 누워있고

재첩국같이 파란 안개는

그 위에 휘장을 치는 중이었다

어디서 몇굽이 돌다왔는지

지분 냄새 풍기는 여인은

육자배기 쉰 목소리

오십대 전라도 여자인데

하마 달이 뜨려나

객은 개다리소반 양푼 주전자를 치던

젓가락 장단 잠시 멈추고 

새들이 숨죽인 대밭 위로

달 뜨기만 기다리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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