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차 시조(茶 時調) 6수

김현거사 2015. 3. 20. 11:17

 

차 시조 6수 

 

내 집은 초가삼간 첩첩산중 두메산골

물소리 고요하고 차꽃만 곱게 피어

은은한 하얀 꽃잎은 구름에 가리었네

 

아침엔 찻잎 따고 하루 종일 일이 없어

나도 갈옷 갈아입고 바위 앞에 앉아보니

말 없는 너럭바위는 청태(靑苔)가 옷이라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주린 배 채워보니

바위 틈에 심은 춘란 향기가 그윽하고

눈 앞의 푸른 차밭은 그대로 선경일세 

 

화는 옷에 져서 꽃무늬 수를 놓고

거문고 가락마냥 물소리 청아한데

고요한 흰구름 하나 차밭에 찾아오네

 

깊은 밤 달은 곱고 두견이 슬피 울어 

로(茶爐)에 불 붙이고 말 없이 앉았으니

삼경(三更)의 하얀 차 연기 허공으로 올라가네

 

태청궁 여기로다 두실소헌(斗室小軒) 탓 할소냐

잔 위의 한 잎 차꽃 산가(山家)의 멋이라면

창 앞의 고송일지(孤松一枝)는 그 아니 선미(禪味)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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