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조 6수
내 집은 초가삼간 첩첩산중 두메산골
물소리 고요하고 차꽃만 곱게 피어
은은한 하얀 꽃잎은 구름에 가리었네
아침엔 찻잎 따고 하루 종일 일이 없어
나도 갈옷 갈아입고 바위 앞에 앉아보니
말 없는 너럭바위는 청태(靑苔)가 옷이라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주린 배 채워보니
바위 틈에 심은 춘란 향기가 그윽하고
눈 앞의 푸른 차밭은 그대로 선경일세
낙화는 옷에 져서 꽃무늬 수를 놓고
거문고 가락마냥 물소리 청아한데
고요한 흰구름 하나 차밭에 찾아오네
깊은 밤 달은 곱고 두견이 슬피 울어
다로(茶爐)에 불 붙이고 말 없이 앉았으니
삼경(三更)의 하얀 차 연기 허공으로 올라가네
태청궁 여기로다 두실소헌(斗室小軒) 탓 할소냐
잔 위의 한 잎 차꽃 산가(山家)의 멋이라면
창 앞의 고송일지(孤松一枝)는 그 아니 선미(禪味)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