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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전

김현거사 2014. 8. 30. 04:32

 

       居士傳

 

 

 거사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절에 다니는 남자라는 뜻으로 스스로 거사라고 불렀다. 세상의 이해득실은 되도록 멀리 하였고, 학식이나 명예나 부귀영화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사람을 산속의 바위나 나무처럼 무심히 사랑하려했고, 사소한 장점도 발견하면, 칭찬해주기를 머뭇거리지 않았다.글을 즐겨 읽었지만, 깊이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면, 문득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곤 했다.

 성품이 술을 즐기었으나, 가난하여 항상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친구가 이같은 사정을 알고,혹시  술자리를 벌여놓고 초대하면, 흔쾌히 나아가서 마시되, 대접하는 사람에게 예를 다하지만 비루하지 않았다. 대개 취할 때까지 마시고, 취하면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고, 매인 데 없이 자유분방하고, 천성이 단순하였다.

 집에 있을 때 스스로 산속에 사는 나무꾼, 혹은 암자의 스님처럼  처신했다. 오래된 구멍난 옷을 즐겨 꿰매어 입었고, 검소함을 덕목으로 여겼고, 숲과 구름과 달빛을 친구 삼고, 옆에 사람이 없어도 태연하였다. 

 혼자 텃밭에서 기른 한 소쿠리 채소와 약수터에서 떠온 한 표주박 물로 만족하였고, 간혹 칼로 나무에 시를 새기거나, 문장을 지어 친구에게 보여주고 그로서 낙을 삼았다. 

 천오백년 전에 진나라 도연명은 전에 五柳先生傳을 지어 스스로 뜻을 밝힌 바 있다. 안빈낙도가 세월이 흐른다고 어찌 쇠퇴하겠는가. 선생의 뜻을 흠모하여, 거사 역시 居士傳을 지어 다시 그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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