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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미륵도 여행

김현거사 2014. 2. 21. 10:31

사량도 미륵도 여행


노후에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여행도 청복일 것이다.전사장은 VIP 전용 버스 제공하고,1박2일 여행에 유사장 이사장 하사장 세 사람은 일행 35명 식사 한끼씩 제공하기로 하였다.하얀 아카시아 향기 풍기는 통영 가오치 여객선 터미널에서 카페리에 차를 싣고 바다 위에 뜨니,시원한 바람이 썬글라스 낀 여인들 머리칼 날리고,푸른 파도는 배 지나가자 흰물결 일으킨다.상갑판에 올라가,저멀리 있는 푸르스럼한 섬들을 보니,가슴이 탁 트인다.

섬 모양이 바다에 긴 뱀이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蛇梁島다.매애애!새파란 청보리밭에 들어누운 염소 울음소리가 곱다.돈지항에서 산을 올려다보니,별로 이름없는 정겹도록 작은 항구 둘러싼 웅장한 바위산이 오늘 등산 예정인,地異望山이다.거기서 지리산이 마주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학교 옆을 지나,소나무 사이로 지그재그 한 시간 쯤 오르니,주상절리 이룬 절묘한 바위산이 앞을 막아서고,능선에 올라서니,아래로 화가가 비단천에 옹기종기 섬을 그려놓은듯한 옥처럼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쐬면서,백사장 있는 섬,기암절벽 있는 섬,등대 있는 섬 하나하나 점검해봄은 흥이요,멀리 안개 속에 보일둥말둥한 두미도 욕지도 헤아려 봄은 그리움이다.

이윽고 까마득한 벼랑 위에 아찔하게 솟은 해발 397 지리망산 정상에 오르니,배들은 흰물결 일으키며 바다를 오가고,삼천포 화력발전소 긴 굴뚝이 지척이다.거기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바위에 뿌리내린 억센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인 돈지항 모습은 한 폭 그림이었다.

성지암 가는 벼랑 위 능선길은 작두날처럼 날카롭다가,간혹 소잔등처럼 푸근 한 곳도 있었다.좌우에 현기증나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위험천만한 벼랑길인데,센 바람에 몸을 날릴 것 같아 겁내는 사람이 많았고,암봉 험한 곳은 우회하는 길이 있고,숲에 들면 바람이 그리 시원할 수 없다.바다 풍경에 취하고,기암절벽에 취하고,맑은 공기에 취한 1시간 반 정도의 지리망산 능선 길이다.작지만 설악산 공릉능선 같이 맛깔스런 코스였다.


옥녀봉이 절경이지만,지친 몇몇 일행을 고려,성지암으로해서 옥동으로 내려왔다.그 길에 붉은 함박꽃 몇그루 흐드러지게 핀,섬 정취 물씬 풍기는 조용한 빈 집 하나 있었다.텃밭에는 잘 자란 마늘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대문 열린 집을 지키고 있었다.

옥동항에서 어촌의 진실한 일면도 보았다.여름 열기로 내리쬐는 햇살을 머리에 둘러쓴 수건으로 가리고,양 무릅팍 사이에 시커멓고 야윈 어깨 푹 파묻은채 쭈그리고 앉아,가리비조개패를 줄에 매달고있는 할머니들이 여럿 있다.50개를 줄에 매달면 100원씩 쳐준다고 했다.시지프 신화처럼 허망한 삶의 한 모습이었다.


밤에는 숙소인 금평항 부두에서 음악회를 열었다.남해 특유의 감칠맛 나는 해삼 멍게에 돔회 우럭 숭어회에 준비한 양주 2병이 사라졌다.부두에는 앞 섬에 뜬 달이 은빛 물결 빤짝이고,드럼통엔 장작불이 타오르고 있었다.크라리넷 들고온 하사장이 몇 곡 불고,스포츠댄스 선생급인 이사장 부부는 스탭을 밟기 시작한다.낭만적인 야외음악회였다.실버를 휘날리며 일행은 흘러간 노래 경연대회 열었고,구경하던 젊은 남여 관광객도 와서 마이크 잡고 몇 곡  부르고 갔다.

 

아침 8시에 통영에 나와 미륵도로 향했다.미륵불은 부처님 사후에 오셔서 중생을 제도해주실 미래불이다.미륵도는 극락정토를 의미한다.통영 중에서도 관광특구로 꼽히는 미륵도다.거울처럼 맑은 바다는 초록 융단처럼 흔들리고 있고,길가 보라빛 오동꽃이 그리도 아름다웠다.

일요일이라 케일불카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의자에 앉아 둘러보니,목에 스카프 한 여인,붉은 목단꽃 수놓인 파라솔 든 여인,금귀고리 한 여인,썬글라스 낀 여인,손톱에 매니큐어한 여인,엄마 품에 작은 새처럼 딱 붙어 귀엽게 노랠 부르는 아이,아이스크림 입에 문 아이,계단 난간에 미끄럼 타는 아이,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생기있어 보기도 좋다.


케이불카 위는 바위산인데,나무계단을 요리조리 밟고 한산도 전망대 올라서니,눈 앞에 한산도 추봉도 죽도 용초도 매물도 소매물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과연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이다.이순신 장군께서 여기 오르셔서 바다를 보며,해전 구상하시는 모습 그려보았다.  

바위솔과 푸른 담쟁이넝쿨 덮힌 바위 위에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다.바위 사이 숲에는 산나리 군락도 있고,털머위,고사리,천남성,반하,원추리,매발톱꽃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심어져 있다.


12시에 향남동 <통영 맛집>에 들러 향긋한 멍게비빔밥 맛보고,상경하는 버스 안에서 눈 붙이니,졸다보면 진주 남강이고,졸다보니 금산휴게소다.우리 인생도 깨고 보니 종점 근처에 와 있다.유사장 전사장은 멸치 한포식 전원에게 선물하였다.6시에 서울 닿으니,장거리 여행이 전혀 무리가 없다.멋진 일정이었다.

                                                                                                                          (09년 5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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