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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김현거사 2013. 10. 30. 17:53


욕지도(欲知島)

가을이면 나는 시퍼런 고등어 되어
욕지도 간다.
거기 돌담에 벗어놓은 흰치마
박꽃 보러 욕지도 간다.
거기 바람과 몸 섞고 얼굴 붉힌
동백꽃 보러 욕지도 간다.
파도가 그리움 난도질한 섬
호롱불이 별이 되는 섬
우리가 도시 뒷골목에 두고 온

그 시시한 일상은 바람에 다 날라가고
은쟁반 바다가 올린
소라처럼 싱싱한 욕지도
완전 자연산 안주깜을 찾아
가을이면 나는 시퍼런 고등어 되어
등지느라미 칼날같이 세우고
욕지도 간다.

   소나무

 

늙으면 시를 쓰는 나무가 있다.

천길만길 암벽에 용틀임한채 참선을 하는 나무가 있다.

등 굽은 노인같이 들어누워 폭포를 감상하는 나무가 있다.

달이 밝으면 온몸이 향냄새로 변하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면 거문고를 튕기는 나무가 있다.

발 밑에 송이와 영지를 키우는 나무가 있다

흰구름을 부르고 가지에 학을 품는 나무가 있다.

백설이 덮히면 세한도(歲寒圖)가 되는 나무가 있다.

청산을 사랑하는 탈속의 선비가 

그 밑에 풍로를 놓고 하얀 연기를 풍기며

차를 끓이는 나무가 있다.

 

 

국화주

 

초승달 옅은 밤에 오동잎 떨어지고

산 첩첩 깊은 골에 청여시 슬피 우니

청산은 말이 없는데 물소리만 고요하다

 

백발의 상늙은이 여우잠 언뜻 깨어

죽창에 비쳐오는 달빛이 하도 고와 

술 익는 냄새를 따라 토방으로 들어간다

 

주둥이 깨진 술병 험 있으되 백자로다 

개다리 소반 위에 국화주는 향기롭고

엇그제 뜯은 나물은 담백하여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