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보는 법, 글 쓰는 법
산수화를 보듯 산을 봐야하고,산을 보듯 산수화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청계천 고서점 몇군데 뒤져 청나라 이립옹이 저술한 <개자원화보> 역본 열세권을 구했다.
산수화 그리는 법 보는 법이 이론으로 이 책에 다 실려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글 쓰는 법 읽는 법도 이와 비슷하다 싶다.
사물을 보는 법 글 쓰는 법 감상하는 법도 여기서 유추해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石 보는 법이다.사람을 관찰하는데는,반드시 氣는 어떻다,骨은 어떻다고 한다.石은
천지의 骨인데,그래서 氣가 그 중에 들어있다.돌이 기가 없으면 頑石(죽은 돌)이라 해서,마치
썩은 뼈와 같아, 화가가 붓으로 그릴만한 것이 아니다.
대개 돌은 3면이 있다.정면 측면 上面이 그것이다.화가는 돌의 우묵한 데와 볼록한 데를
분별해서 보고,陰陽과 高下와 두껍고 엺은 데와 둥근 데와 뾰족한 데,흙에 묻힌 데와 물에
잠긴 데를 분별해서 본다.그 속에 氣와 勢가 있음을 엿보고,活을 찾는다.(活이란 생기를
의미한 듯 하다)
산에는 三遠이 있다.밑에서 꼭대기를 쳐다보는 것을 高遠이라 하고,앞에서 산의 뒤쪽을
미루어 보는 것을 深遠,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을 平遠이라 한다.고원의 기세는
突兀하게 솟아 淸明한 것을 폭포를 그려놓아 표현하고,심원의 뜻은 산 밖의 산들이 중첩한
것인데 구름을 그려 넣어 표현하고,평원의 운치는 縹緲한 데 있어 역시 안개나 구름을 그린다.
돌을 그리는 데는 坡를 섞어야 하니,<파>란 石坡 土坡가 있다.흙과 돌이 오랜 세월 풍설에
씻기고 닦이고 벗어진 것이다.水邊이나 竹林 아래는 坡를 그려서 隱者를 기다리는 것 같이
하는 것이 좋다.
古人은 좋은 산이 있어도 좋은 路가 없다고 하였다.길은 산이 좋게 되느냐 나쁘게 되느냐의
분계를 짓는 중요한 것이다.산길은 그윽한 은자가 산에 숨어 살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것이다.
길은 구불구불 굽이굽이 숨었다가 보였다가 해야한다,꼿꼿이 죽은 뱀처럼 그려서는 안된다.
구름은 산천에 비단 수를 입히고,청청한 산은 더욱 한가롭게 하는 것인데,산에 문득 백운이
가로질러 걸리어서,층을 이루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흥을 더욱 솟구치게 한다.그래서 산은
雲山,물을 雲水라 부르는 것이다.
산을 봄에 있어서 主山은 높이 솟아야 좋고,구불구불 연락되어야 좋고,훤하게 트이어 널찍해야
좋고,옹골차게 두툼해야 좋고,勢가 우람한 기상이 있어야 좋다.위에는 덮은 데가 있고,아래는
그것을 받드는 데가 있으며,앞에는 손잡아 주는 데가 있으며,뒤에는 의지되는 데가 있어야 한다.
산을 그리는 법은 이로써 말 다한 것이다.
王維로부터 문인화가 비롯되었으니,이것이 남종화 시초다.李思訓으로부터 북종화가 시작되었고,
蕭照는 즐기어 奇峰 怪石을 그렸는데,그것을 바라보면,큰 파도가 솟아오르고,구름이 모여들며,
바람이 몰아치는 듯한 세가 있었다.雲林의 산 그림은 筆이 아니간 데에도 畵가 있었고,黃公望의
산수화 용필은 직선 중에 屈折이 있어서,一筆 중에 억양 변화가 있었다.吳道玄이 물을 그리면,
밤새도록 물소리가 났다고 하는데,이것은 다만 물을 그릴 뿐이 아니라,능히 바람을 그렸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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