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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김현거사 2012. 11. 3. 07:52

수선화
양재동서 수선화 세 촉을 사왔다.아무데나 있는 그런 흔한 잡종이 아니라싶어 사왔더니 과연 그렇다.
셋 중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기품있다.하얀 꽃 花心에 살짝 주황색이 숨어 보면 볼수록 은은하고 고상하다.
<베넷부라우닝>은 꽃잎이 두겹인데,하얀 밑바탕에 마치 소녀의 가슴에 단 단추마냥 뚜렷이 주황색 꽃잎이 있고,
<더치>는 흔한 노랑색이지만,두겹꽃으로 크고 화려하다.전국 도매시장 중심인 서울 꽃시장답게 전문가가 해외서
수입한 명품들이다.

세그루 수선화는 햇볕 비치자 청초하기 그지없다.베란다에 봄빛 불러 일렁이게 만든다.위즈워드 생가 다녀오신
노시인분이,‘야생화 만발한 푸른 초원 신비로운 호수 위에 흰구름이 그리 아름답더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나는 해외여행은 여행사 따라 가기 보담 노시인을 따라가야겠다고 맘에 새겼다.
대학시절 학교 교문 옆 노점에서 산 ‘The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rature'란 책을 꺼내보니,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란 위즈워스 시에 수많은 밑줄 처져있다.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크나큰 무리 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빛나며 반짝이는 별들처럼 잇따라 
수선화는 호반의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흥겨운 춤추며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서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그 옛날 나는 <수선화> 시를 외며 수선화처럼 청초한 한 소녀를 사모했다.이름 모를 섬 물가에 수선화 가득
심어놓고 사는 牧歌를 꿈꾸기도 했다.어제밤은 늦도록 불을 밝히고 혼자 수선화를 보았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르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가여운 넋은 아닐까.’
조수미의 노래 읊조려보았다.옥구슬같이 흐르는 노래에 미국 가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수선화는 그리움이다.이리노이는 <프레이리> 초원이라,호수가 많다.
외손자 데리고 자주 산책하면서 건강 잘 챙기고 오라고 통화했다.
봄비 오면 무수한 봄꽃이 필 것이다.강아지 한마리만 달랑 옆을 지키는 짧은 봄밤이 애닲다.(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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