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런 도톰하고 잘 생긴 산 볼 때마다 그냥 가지 못한다.
차 타고 가다가 이런 산 보면 가기가 싫다.
마치 카사노바가 여인을 바라보듯 한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상념에 잠긴다.
산세의 구석구석을 눈길로 더듬는다.
골짜기 안도 상상해본다.
근처에 집 지어놓고 1년 365일 쳐다보고 살고 싶다.
들꽃은 산의 정령이다. 이런 보라빛 정령과 놀기 싫어할 사람 어디 있겠는가.
아무도 오지 못하는 산골짜기로 가야 이런 신비로운 꽃을 만날 수 있다.
차 한 잔을 마셔도 이런 작은 폭포 옆이 딱일 것이다.
푸른 비로드같은 이끼 바라보면서 시도 쓰고...
초당의 봄엔 꽃 친구, 가을엔 단풍 친구...
때론 능선 위에도 올라갈 것이다. 거기 올라 구름과 안개 자욱한 저 첩첩 산
위를 청학을 만나러 날라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