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의 인사동 풍경은 아름답다. 붉고 푸른 빤짝이 네온싸인이 가로수에도 전봇대에도 빌딩 옆구리에도 별처럼 빛난다. 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사동 골목을 북적거리며 흘러간다.
모임 장소인 <풍류사랑>에 가보니, 회원들이 너무 많이와서, 같이 한 방에 앉으려고 옆으로 비집고 비집고 앉다가, 결국 자리가 좁아 옆방에 또 한 상 채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바람에 덕 본 분 김한석 시장님이다. 그 방 시장님 홀로 옆에 꽃같은 다섯 선녀들만 좌정하여 김시장님 입이 함박만 해지셨다.
오신 분들 면모는, 정태수 총장님, 김한석 시장님, 박성순 선생님, 박용수 이영호 고문님, 강석호 자문위원님, 김영숙 부회장님, 안병남 간사님, 정태범 손상철 강종홍 한영탁 이진표 김형도 정봉화 이영혜 류상훈 선배님, 손계숙 이인숙 정현주 구자운 손정모 이자야 작가님이다.
고마운 일은 진주서 인사동 모임 참석차 상경하신 정봉화 선배님 이다. 의리상 아직 자기가 17세소녀라고 우기는 가짜 봉화, 안병남 선배님 옆에 진짜 봉화 정선배님 자리를 정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나오신 분은 세 분이다. 진주고 27회로 감사원 출신의 류상훈 선배님, 28회 전체 수석으로 서울 공대 나오신 김형도 선배님, 시인 수필가 평론가 화가 네 분야 다 등단한 진고 44회 손정모 이학박사다. 손박사는 근자에 장편소설인 "태평양의 소용돌이" 한 작품으로 경기도 문학상, 노원문학상 두 상을 거머쥔 바 있다.
부회장 짤막한 인사 끝나자, 분위기 팍 산다.
손정모 시인의 <달밤>이 낭송되고, 류상훈 수필가의 수필이 낭송되고, 裕山 박성순 선생님의 이날 배포한 저서 <여로의 사람들> 속에 있는 <순이>란 시가 낭송되었다. 시가 하도 맛깔나서 우선 시부터 소개하면,
<순이>
비가 조용히 내리는 날
광화문 뒷골목
어느 구석진 다방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창밖의 낙수를 들으며
정담 주고 받을 수있는 사람
만날 수 있으면
나는 더없이 행복하리라
기다리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그러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에 겨운 나의 일상일까
저- 산 너머
하늘 아래
어디엔가 살아있을 순이
잊을 수 없는 순이
가진 것 모두 다
그저 주고 싶은 사람
순이
이 시가 너무 좋던 모양이다. 어느날 어떤 여인이 전화를 해왔단다. '제가 순이가 되어 드릴까요?'
그래 70대의 그 여인에게 차 한잔 사드린 일이 있단다.
그러자 김형도 선배가 한마디 보탠다. '박선생님은 우리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로 '에드가 알란 포우'의 문장을 가르치신 특별한 분이지요'
그러자 김한석 시장님, '어째 짜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좌중은 박장대소했다.
다음에 정태수 총장님의 저서 <어디서 내가 왔나> 중 시조 세 편이 낭송되었다. 정총장님은 이 시조집을 남강문우 모두에게 보내드렸다고 한다. 아마 금년에 남강문우회가 내놓은 작품 중, 이유식 문인협회 고문의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와 함께 핵폭탄급 무게를 지닌 저서가 아닌가 싶다.
우주의 탄생과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물의 탄생, 인류의 시작을 흥겨운 시조 가락에 맞춰 슬슬 풀었다. 아마 시조 역사상 처음 시도한 쾌사일 것이다. 대학총장님 출신다운 괄목할만한 많은 자료들이 거기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될 조짐이 있는 역작이다. 이날 일 있어 참석 못한 이유식 선배님은 같은 진주 문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이선배님이 만난 한국 문단의 거물급들 면모가 이 책에 다 실려있다. 아마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돈 좀 벌 것 이다. 벌써 일간지에 5단 통광고 세번이나 나간 책이다.
시와 수필 낭송 끝나고 이영혜 수필가 하모니카 소리 맞춰 김영숙 안병남 뚜엩이 꾀꼬리 목소리로 2011년을 보내는 송년의 노래를 불렀다. 남학생들도 모두 따라서 합창하였다.
기분 좋게 노래 끝나니 뜻하지않은 찬조금이 우르르 쏟아진다. 류상훈선배 봉투는 50만원, 정봉화 선배 봉투는 30만원, 일러무삼 구자운 박사가 20만원, 이영혜 수필가가 10만원, 거기다가 정태수 총장님이 오늘 저녁 25명 저녁 밥값 전부를 쏘겠다고 선언하셨다.
'위하여' 총장님 구호로 모두 일잔 마셨다. 흥이 고조되자 정태범 구자운 두 박사님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대고 찍고, 손정모 박사는 즉석에서 안병남 김영숙 두 미모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박용수 선배님은 메모로 가칭 <남강문학상>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그동안 <남강문학> 광고주들의 손비처리를 위한 법인 영수증을 뒤에서 마련해주신 고마운 선배님이다. 진주 문학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남강문학상> 제정 건의는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정봉화 선배님도 조직이 뭔가 아시는 분이다. 즉석에서 깊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모든게 참 아름다운 밤이었다.역시 남강물 먹고 자란 사람들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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