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星福洞 하천 풍경

김현거사 2011. 1.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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星福洞 하천 풍경|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60 |추천 0 |2009.09.03. 10:13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228 

성복동(星福洞) 하천 풍경


용인시가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인 덕에 성복동 전체가 아름다워졌다.

산골 물소리를 장광설(長廣舌)이라고 한다. 물소리 들으면 넓고 오묘한 불법을 설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항상 들어도 반가운 물소리 들으며, 집 나서 계류 따라 광교산 가는 길이 즐급다. 천변 갯버들은 푸르고, 맥문동은 보랏빛 열매 맺고, 풀밭은 희고 붉은 패랭이꽃 피고, 꿀풀에 벌나비 잉잉대고, 나팔꽃 아종인 연보라 야생 메꽃이 피었고, 누가 참외씨 버렸는지 참외 넝쿨 뻗었다.


비 온 후 더욱 맑아진 개천은 제법 폭류가 되어 바위에 부딪쳐 넘치고, 중간중간 징검다리 만든 맑은 물 속에 자갈과 하얀 모래톱 보인다. 아직 붕어 피라미 보이지 않지만, 갈색 털에 머리가 까만 야생 오리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고기 오길 기다리며 먼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오리 덕에 하천이 더 운치있다.

자전거 산책길도 산뜻하다. 아이들은 쌩하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고, 소년은 앙징맞은 귀여운 손에 잠자리 잡아들고 즐거워하고, 소녀는 물 속의 징검다리 위를 나비되어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몸매 가꾸는 아파트 여인들은 썬그라스에 모자 쓰고 각선미 늘씬한 종아리 내놓고 죠깅하고, 젊은 여인은 유모차에 천사 닮은 아기 태우고 행복한 표정으로 꿈결같이 지나가고, 지팡이 의지해 지나가는 근엄한 표정의 노인들은 성복동이 서울 근교 베드타운이라,전직 장차관 대학교수들 많다.


작은 개울은 아침이면 하얀 안개 속으로 황금빛 태양 떠오르고, 밤이면 달빛이 희롱한다. 황혼엔 산들바람 불고, 잠자리는 떼지어 물가에 날아다닌다. 고향 남강의 다리도 그랬다. 희미한 옛추억의 가로등 선 다리 위로 은쟁반같은 달이 솟았다. 간혹 밤에 이 다리 건느며 40년 전에 떠나온 고향 그려본다. 민들레 씨앗처럼 천리타향 헤매다가 여기서 늙어가는구나 회포 깊어간다.


이 천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한 곳 있다. 둥치 지름이 2미터도 넘고 옆으로 뻗은 가지가 넓은 그늘 만든 수백년 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선 곳이다. 물 속에 단정한 3단 돌축대 쌓고,도라지처럼 생긴 꽃무늬 놓인 쇠난간 둘러친 공터 나무 벤치엔 항상 노인들이 앉아있다. 느티나무 옆에 놓인 목제 다리 위에 양산 쓴 여인 지나가면, 문득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촬영하던 크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카메라 들고 이곳을 배경으로 예술사진 찍고싶다.


경사진 양쪽 천변엔 코스모스가 만발해있다. 파란 닭의장풀과 황금빛 금송화  하양과 노랑 주황빛 코스모스가 어울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르느아르 그림 같다. 그가 그린 <정원에서 파라솔 쓴 여인> 속에 나오는 꽃처럼 모든 꽃들이 색채 순결하다. 천변이 하도 아름다워 감성 자극되는지, 문득  꿈결처럼 데이지 핀 실개천 달려오던 <금발의 제니> 생각난다. 'I dream of Jeanie with light brown hair.Floating like a vapor on the soft summer air.' 스테판 포스트의 노랠 흥얼거려본다. 소년 때 노래 바치던 한송이 들국화같던 첫사랑 소녀 생각해본다.  

되돌아보면 세월은 갔고, 달빛 아래 타향의 천변을 거닐며 나는 늙어가고 있다.

(09년 9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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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09.09.03. 12:41
이런 좋은 글에 왜 댓글을 안달고 있는지 모르겠네. 내 몸 늙어가는걸 한탄하며 들국화같던 첫사랑의 소녀에게 노래 바쳤다는 이 글이 청문회 감이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봉화 09.09.03. 18:01
착각이 심하시군요 거사님은 오직 첫사랑의 ( 짝사랑 ) 소녀만 읊조리고 있지만 천성산님은 부지기수의 여인들을 구름에 달가듯이 노래하고 있잖아요 청문회 아무나 하나요 겁도 없이 .....봉화
 
 
허나시스 09.09.04. 18:07
아름다운 성복동 하천 잘 구경하고 갑니다
 
 
이영성 09.09.06. 01:24
금발의 제니를 흥얼대는 거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갈수록 거사사는 동내가 아름다워지니 다행이군 더불어 더욱 건강해지겟지.
 
 
탁구짱 09.09.10. 07:43
거사 오늘 등업신고는 했는데...어쩐지 겁이난다 글을 못쓰는것은 둘째고 제되로 읽고 이해는 할련지? 친구들에게 누가 안되도록 노력함세
 
 
초영 09.09.14. 21:37
(손계숙) '달빛아래 타향의 천변을 거닐며 나는 늙어가고 있다' ... 로 마무리한 , 소설속의 이야기같은 ... 서정적 전원목가풍의 수필을 마음껏 흠향하고 다녀갑니다. 넘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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