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핸드폰 시계 자동차

김현거사 2011. 1. 19. 10:53

핸드폰 시계 자동차|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115 |추천 0 |2010.06.26. 07:06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352 

 핸드폰 시계 자동차


 내가 들고다니는 핸드폰이 좀 고물이다. 주인이 복고풍이라 살 때부터 좀 구형이었다. 휴대하기 좋은 작은 것을 샀는데, 두께가 뚜겁고,이제 모서리 은회색 도금이 다 벗겨졌다. 핸드폰 꺼내면 젊은 아가씨 총각들이 안보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옆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그러나 나는 들고다니는 전화기를 바꿀 생각이 없다. 젊은이야 옛날 백색전화 청색전화가 뭔지 모를 것이다. 70년대만 해도 서울에 전화 있는 집 드물었다. 그때 전화 한 대 값이 얼만지도 모를 것이고, 전화 한 대 놓고 사는 집이 얼마나 위세를 떨었고, 전화 한번 쓸려는 이웃은 얼마나 주인 눈치를 살피며 조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전화기, 그것도 공중전화나 집 전화기가 아니라, 들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수신 발신이 되는 편리한 핸드폰 가지고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납작한 신형 핸드폰 소유한 친구들이, '자네의 그 핸드폰 이제 박물관으로 모셔라.'고 마치 무슨 이유라도 있는듯 야단이다. 그러나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들이 멀쩡한 걸 버려서 국가 자원 낭비하는 일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신형 핸드폰 출현이사 장사속 아닌가. 핸드폰에 사진 촬영하는 기능도, 사실 전화의 본 영역이 아니다. 그래 나는 핸드폰으로 사진 찍을 줄 모르고, 그걸 컴퓨터에 옮길 줄 몰라도 전혀 통화하는데 불편한 줄 모른다. 내 핸드폰은 아직 10년도 안된 제품이고, 소리를 듣고 옮기는 데 전혀 이상이 없다. 고맙게도 아직도 백프로 임무 완성하고 있다. 

 

  나는 직장을 반도체  회사에 다녔다. 당연히 새 수요를 창출할 아이디어에 골몰한 적 있다. 기업은 속성상 이익 창출이 목표다. 이익을 창출 못하는 기업은 죄악이다. 도태되어야 한다. 모든 제품은 라이프싸이클이란게 있어서, 몇년 뒤는 수요가 줄어든다. 그래서 반드시 신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아니면 기존제품에 신기능이라걸 덕지덕지 달아서 소비자 지갑을 열도록 해야한다. 이게 기업이다. 

 내가 다닌 곳은 내수시장에 TV 오디오 전자시계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그룹의 비서실이란데 근무한 내가 좀 문제가 있었다. 나온지 10년도 더 되어 이젠 같은 기종 생산이 중지된 만원짜리 고물시계를 팔목에 차고다녔기 때문이다. 좀 별난 인간이었던 셈이다. 반 팔 차림 여름이면 내 팔목은 무슨 광고탑처럼 구형 전자시계를 버젖이 광고했다. 그 점은 시계사업부 사장 눈에 좀이나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어느 날 고급 남녀 시계 한쌍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하나도 아니고 한 쌍이었다.  소매가로 치면 백만원 조금 못미친 액수였다. 그래 나는 깊이 고려하여 여자용은 집에 계시는 분에게 주고, 남자용은 내 소신대로 처분했다. 책상 안에 두었다가 그런 액세사리에 관심 많은 남자에게 선물하고 말았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전자시계는 내장 핵심 부품이 반도체 무브먼트이다. 당시 시계 무브먼트는 내가 있던 회사가 전세계에 공급했었다. 알고보면 모든 전자시계는 안에 내장된 반도체 회로 때문에 움직이고 모두 시간이 정확하다. 내부는 모두 동일한 것이다. 그 전자시계가 껍데기 외장에 따라, 만든 메이커에 따라,  천차만별 가격으로 팔렸던 것이다. 내가 다닌 회사도  덩달아 껍데기 외장에 보석을 박아 백만원 상당 시계로 팔았지만 속내용은 이런 것이다. 둘째 이유는 편리한 점 때문이었다. 누구나 수돗가에서 세수하다가 혹은 목욕탕에서 시계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잃어버린 만원 짜리 시계는 얼마나 편리한가. 그냥 회사 사원 가격으로 하나 더 사면 된다. 만약 우리가 조금만 현명하다면 불필요한 걱정꺼리를 몸에 지니고 다닐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핸드폰에 시계 기능이 내장 된 후, 나는 아예 고물 전자시계마져 휴지통에 버렸다.

 

  내 자동차도 고물이다. 몇번 긁힌 왼쪽 문짝은 수리 후 페인트칠 했지만, 몇번의 상처 후유증으로 자세히 보면 완전히 곰보다. 앞 범버는 교체된 것이고, 뒤도 지리산 노고단에서 있었던 충돌 사고로 교체되었고, 그 와중에 배기량 표시 2.0 이 3.0으로 둔갑되어 버렸다. 정비공장이 제맘대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러나 엔진오일과 타이어 제 때 잘 갈아주어, 아직도  잘 달리고 엔진 소리도 좋다. 손바닥만한 우리 나라 어디던지 잘 간다. 한 20년,혹은 한 30년 타는 기록 세워볼 생각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벤츠나 크라이슬러 타는 친구가 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그런 외제차 부러워 하는 친구가 많다. 정말이지 그 까닭이 합당한 것인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벤츠라면 나도 한 20년 신물나게 탔다. 물론 서을 시내 달리는 벤츠 중에서 가장 최고급 벤츠였다. 당연히 그 차는 내 차는 아니었다. 모시던 회장 차 였다. 당연히 그 차 수리비 휘발유 비용은 수행비서인 내가 아니라 회사 몫이었다. 코뻬기에 뻔쩍이는 삼각 마크 달린 으리으리한 벤츠가 신호등에 걸리면 지나가는 행인들 부러운 시선이 집중되곤 했다. 벤츠 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우쭐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대개의 남자들이 벤츠의 숫자가 높을수록 더 고가란 점을 잘 안다는 점이다. 알 수 없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그 벤츠 탄 대개의 주인이 양심이나 지식 보다 돈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소유자란 걸 모른다는 점이다.  정비 비용도 비싸고 수리 맡길 정비소 몇 개 없는 아주 불편한 물건이란 점을 모른다는 점이다. 벤츠라고 큐션 더 좋은 것도 아니고, 타이어 펑크 안나는 것도 아니고, 교통순경이 딱지 않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한 문인이 인용한 글을 보니, 八餘居士란 선비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토란국과 보리밥 넉넉히 먹고, 따뜻한 온돌에서 잠 넉넉하게 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 넉넉하게 보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와 솔바람 소리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기 넉넉하게 맡고, 이 일곱가지를 넉넉하게 줄길 수 있어,스스로 八餘라 한다.'고.

 

나는 이런 걸 본 받고, 헨드폰이나 시계나 자동차에 대한 견해는 세속과 아예 천리만리 멀리 떨어질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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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람 10.06.26. 23:18
속내을 드려내 놓는 수필 솔직히 표현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어저면 꼭 저와 같이 하고 계시는듯 합니다
나이 들어 10년전부터 나는 좋은집 좋은옷 좋은차 좋은음식 원하지 않읍니다..
20평 APT에 10년째 입는 등산복에 쏘나타2 12년된 차에 촌에서 만들어오는 채소에...
하나도 불편함을 모르고 살아 갑니다...
마냥 행복할 뿐이지요
모든것이 마음 먹기에 있겠지요...
 
 
월계 10.06.27. 07:23
재미있는 소재의 글입니다. 겉치레는 다 버리고 기본에 돌아가서 사는 알맹이 추구 인생의 진면목이 보입니다그려...저도 공감 100%입니다. 한술 더 떠서 손목시계도 설합 속에 쉬게 하시지요. 핸드폰에 시계 기능 있으니까요.그것조차 번쩍거리고 귀찮치 않습니까.정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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