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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

김현거사 2019. 7. 5. 07:11

 

  

  소중한 친구


 빅톨 유고의 레미제라불(Les Miserables)은 마지막 장면도 우리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장발잔은 몽트뢰유 시 시장으로 있을 때 한 창녀를 만난다. 폐결핵 말기인 그 여인은 장발잔이 사업가로 운영하던 구슬 공장에서 쫒겨나자, 딸은 시골에 있는 여관 주인에게 맡겨놓고, 그 양육비를 벌기 위해 창녀가 된 여인이다. 장발잔은 여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딸 꼬제트를 데려와 숙녀로 성장시킨다. 꼬제트가 마리우스란 청년과 결혼하자, 장발잔은 자기의 어두운 과거가 그들에게 누를 끼칠까 염려하여 별거한다. 꼬제트와 마리우스는 젊은 사람이 다 그렇듯 사랑의 기쁨에 빠져 노인을 돌볼 겨를이 없고, 장발잔은 노후의 고독으로 살아갈 힘을 잃고만다. 뒤늦게 마리우스가 혁명 시가전 때 부상한 자기를 업고 하수구로 탈출한 사람이 장발잔 임을 알고 꼬제트와 장발잔을 찾아가 용서를 빌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장발잔의 생명은 가물가물 꺼져가는 촛불이다. 장발잔은 어린 시절 꼬제트가 좋아하던 '까트리느' 인형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가 딸의 손에 쥐어준 후 눈을 감는다.

 팔십 바라보는 망팔(望八)의 나이라 그런지, 장발잔의 마지막 임종이 남의 일 같지않다. 먼 길 떠나기 직전 날 찾아줄 소중한 사람은 누구일까.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고 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저희 것'이라 했다. 부자 친구는 아닐 것이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일 것이다. 이제사 철이 드는지, 주변에서 그가 누군지 생각해보게 된다.

  


언젠가 외국 다녀오면서, 기내 손목시계를 사서 내게 준 친구가 있다. 자기 서가의 두툼한 책을 선물한 친구가 있다. 내가 쓴 수필집을 받고 봉투에 과분한 정을 전해준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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