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개천예술제 다녀와서

김현거사 2011. 1. 19. 10:39

고향 가는 길은 항상 나에게 회고의 길이요,기도의 길이다.고향 풍경에 묻어 떠오르는 어릴 때 추억에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짧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기도해보곤 한다.개천예술제 열리는 진주에서 '남강문학' 2호 출판기념회 겸 문학의 밤 행사 있어 10월1일 다녀왔다.출향 서울 문인들은  장재동 시외버스 터미날에 내려 삼삼오오 걸어서 중앙로타리 옆 오복식당에 가,먼저 진주 술 진주(珍酒)부터 한잔씩 따랐다. 모천회귀한 연어처럼 고향 물맛부터 본 셈이다.장생도라지로 만든 술 진주는 연하면서 독특한 향이었다.김한석 전 진주부시장, 이유식 이영호 전 문인협회 부이사장,박준영 국악방송 사장,박용수 전 진주 영일사진관 사장,안병남 전 진주여고 운영위원장,모두 7학년도 훨씬 넘었고 인생의 관록  깊으니, 망칠십 거사보다 회고의 맘 어찌 깊지 않겠는가.노구 끌고 찾아온 고향,소고기 육회 얹은 비빔밥과 국맛,과연 고향 맛이요, 과연 그맛이었다. 둘 다 역사 도시 진주처럼 겉은 소박하나 안은 깊은 맛이 배여있었다.

 

유등제에 모여든 인파 헤치고 촉석루 가서 남강 위에 뜬 수많은 유등을 보았다.연꽃 모양 유등도 있고,논개같은 모습의 유등도 있고,임진년 김시민 장군같은 모습의 유등도 있다.다보탑 석가탑 유등도 있고,어린이 눈 끌 인형 유등도 있다.세월은 가도 촉석루는 그대로고, 강도 그대로 였다.그러나 유등은 좀 달라졌다.옛날 우리가 청년으로 진주 살던 때는 義巖 아래 논개의 충절 서린 남강물 위에 진주 남녀 학생들이 띄운 작은 등이 논개의 혼마냥 깜박이며 푸른 밤물결에 흔들리며 멀리 뒤벼리 쪽으로 흘러 갔었다.고인이신 설창수 시인다운 낭만적인 장치였다.그런데 지금은 호수처럼 잠든 물 위에 커다랗고 화려한 등이 카니발의 밤을 연상시킨다.밤의 강물 위에 그 화려한 많은 등이 일제히 불을 밝히고 그 위에 폭죽이 터지면 진주 청춘들은 문득 가면을 쓰고 가면무도회에 초대받아 가고싶을 것이다.어느 쪽이던 예술제의 밤을 위한 장치다.지금이냐 과거냐, 어느 것이 좋으냐.서울 연어들 사이에 잠시 의견 오갔다.

 

 강물 속 유등 속 거닐어보라고 멋 부린 부교를 건너,진주 사람들 이름이 쓰인 수천개 등이 걸린 터널을 통과하여  강건너 행사장으로 갔다.포시즌 3층에 올라가,그리운 부산팀 얼굴을 보았다.양복 말쑥히 빼입은 김상남 남강문우회 회장님과 먼저 악수한 후 좌석으로 가,황소지 김덕남 김영숙 선배를 만났다.출향 진주 여류들이다.정다운 누님같은 분들이다.황소지 김덕남 두 선배는 최근 수필집 냈는데,같은 풍토에서 자라서 그런지 글귀마다 공감갔었다.정재필 성종화 초대 2대 남강문우회 회장 허일만 감사님도 만났다.이분들이 진주문학의 르네상스를 기원,3년 전에 남강문우회를 만든 공신들이다.

 

'문학의 밤'이 시작되자.김한석 최용호 이병수님의 격려사,안동원 진주 문협회장의 환영사,'남강문학' 편집주간 정원구님의 남강문학 출판 경과보고,이어서 시 수필 낭송이 이어졌지만,백미는 이유식 평론가의 문학강연이었다.작품은 어떤 것이 좋은가.그 분은 작품을 음식과 집에 비교해서 도표로 만들어 100프로 감이 오도록 쉽게 소개하여,작가들에게 깊은 인상 남겨주었다.고향 문학을 이끄는 강희근 교수의 넉살좋은 강연도 좋았고,문인으론 촛짜요 기업인으론 존경 받는 정봉화 선배의 군과 기업에 대한 과거사 회고도 많은 호응을 받았다.익살맞은 허일만 시인의 재치있는 사회는 전 행사를 선후배간의 만남 좌석답도록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원래 '문학의 밤'이란 공식 행사보다 뒷풀이가 핵심이다.예술제로 모인 전국의 출향 작가들 모임에 술은 밤이 깊을수록 목소리 톤을 높였고,그 덕에 공사다망하신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은 새벽 네시까지 주당 이유식 이영성 두 이씨와 거사 때문에 잠 설쳤다는 후문이지만,이튿날 아침 빙그레 웃어준다.

아침 해장하고 함께 촉석공원산책하고,박물관 관람하고, 개천예술제 백일장 열린 중앙초등학교로 가서 장내 돌아보고,심사위원 유안진 정목일 교수와 식사하고 공식 일정 마쳤다.이 자리에서 강희근교수가 소개한 학생시절 성종화 시인의 화려한 문학활동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아! 그당시 소년이던 우리 세대가 이제는 개천예술제 주관하고 백일장 운영하고 있구나.내 친구 정운성이 당시 영남예술제 백일장 장원 시에 강물 위 다리는 세월을 빗질하고 있다더니.세월이 화살같이 빠르구나.올해가 개천예술제 60주년의 해였다.만감 교차 속에 서울로 돌아왔다.세월 흐르수록 내 귀엔 남강 물소리 더 또렷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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