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경주 여행

김현거사 2011. 1. 19. 10:58
경주 여행
| 조회 581 |추천 0 |2010.06.10. 21:54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348 

'아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현인의 <신라의 달밤> 노래하며 뻐스에 올랐다.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보내준 버스다.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는 대국민 홍보용이다.그들은 먼저 대전 대덕단지부터 우릴 데리고 갔다. 강의실에 우리를 앉혀놓고,제3의 불,우라늄 235가 어떠니,핵분열 핵융합, 경수로 중수로가 어떠니,중학교 때 들은 소릴, 그런거 잊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칠순 다된 우리에게 가르킨다.그리고 포항으로 데려가서 포항공대 캠퍼스 안에 있는 가속기 연구소 보여준 후, 월성의 원자력 발전소 내부도 보여준다.또 간 김에 경주 구경도 시켜주었다.뽕도 따고 임도 보는 고마운 스케쥴이다.최첨단 원자력 발전소와 천년 고도 경주를,함께 왔다갔다한 시간여행이었다.


 원자로가 1미터 20센티 특수 콘크리트에 6센티의 철판 등 5중방어벽으로 만들어져,방사능 유출 걱정 없다는 것, 시속 3백킬론가(?)  팬텀기가 와서 정면으로 들이받아도 전투기만 찌그러지고 원자로는 표피만 긁힌다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또 인공 반사광을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각종 첨단 의료기기 첨단 과학에 사용하는 세계 5위권 안의  기술을 가진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손자들에게 말해주는 신식 할아버지 되어보시란다.말이 났으니 말이지,얼마 전에 아랍에미레이트에 47조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권을 따낸 우리다. 6.25 전쟁 겪은 우리 세대가 ‘이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프랑스 미국같은 일등국과 함께 이렇게 어깨 당당히 펴고 경쟁하고  있구나.’  흐믓한 감회 느낀 뜻깊은 여행이었다.

'민군아! 아가씨 설문지에다가 엉뚱하게 자네 전화번호 적어 내면 안된다이.''자네나 핸드폰 번호 적어서 내지마소.' 실실 웃으며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 안내한, 눈가의 미소가 최유나 가수 닮은 이쁜 아가씨한테 설문지 돌려주며 농담 나눴던 것도 그가  예절 밝고 끝까지 친절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간 곳이 경주 양동 마을이다. 144 가구 4백여 주민이 사는 이 마을은 하회마을의 3배 크기로 우리나라 최대 양반 마을이다.동구 앞 초등학교부터 기와 지붕이다.평지가 아닌 대밭 푸른 골짝골짝에 한옥이 들어서있다.觀稼亭이란 정자에 오르니,동쪽에 文筆峰인 성주봉이 뾰족하고, 안락천이 흐르는 들판 끝머리에  동해남부선이 지나간다.지세는 前低後高 앞이 낮고 뒤가 높고, 背山臨水 산을 등지고 강을 임했고,前窄後寬 복이 나가지 말라고 앞은 좁고 뒤는 넓은 소쿠리형이다.지금은 바다가 13킬로 밖이지만,왕년엔 거룻배가 바로 코 앞까지 닿았단다.사정없이 오래 살아  반은 고사목이 된 은행나무와 멋지게 비틀어진 향나무가 있고, 뽕나무와 접시꽃 도라지꽃 있다.닭대가리 모양 鷄字난간은 아래서 구름이 피어올라 바람이 風穴로 시원하게 스치도록 해놓았다.척 보니 선선이 놀던 정자인양 멋있다.

옆에 있는 詠歸亭은 조선조 문신 이언적이 놀던 곳이라 한다.詠歸가 무슨 뜻인가.

 공자의 제자 증자는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조리며 돌아오련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노래 읊을 詠자와 돌아올 歸자를 거기서 따온 것이다. 마침 이언적의 17대손이 문화해설사다.수도 전기는 땅 속으로 연결해놓았다니 언제 여기 한옥촌에 와 수필이나 써볼까 해서 그의 전화번호를 적어왔다.

  

보문호숫가에 있는 콩코드호텔로 돌아오니,기아 자회사 이종찬 고문,울산과학대 정봉길 교수,최홍식  세 노신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울산 사는 친구들이다.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벗이 먼 데서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란 말 있지 않은가.서울서 온 40여명 친구 위해 이고문 손에는 로열살루트 발렌타인21 양주 두병에다 '수정방'이란 최고급 중국술이 들려있다. 봉길이와 나는 초딩 동기니,근 50년만의 만남이다.'자네가 이렇게 늙었구나.'손에 손 잡고 호텔 식당에 들어가 반기어 마시는데,곁에는 한때 꽃같은 부인들도 있다. 취하여 아래층 노래방으로 가서,모처럼 누구는 부인과 춤 추고,누구는 탬브린 흔들고,18번 부르고,밤 깊도록 노인들은 천진한 소년시절에 빠져보았다.

 

아침에 토함산을 넘어  감은사 터로 갔다.산이 土山이라 봉우리가 봉긋봉긋 둥글고 부드럽다.숲은 우거지고 계류는 맑아,과연 천년 사직 신라의 王氣 품을만 하다.이 산은 화랑들이 말 타고 심신 단련하기 딱 좋겠다.산중턱 청정 호수도 인상적이다.싸파이어 맑은 물에 초록 숲이 비치고 있다.감은사 탑에 대해서 한국역사학회 회장이던 김두진 교수처럼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그가 자세히 설명 해줬다. 바닷가로 가서 문무왕 수중능을 배관한 후,감포 물회로 점심 먹고,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 구경했다.

 그런데  모처럼 온 경주,석굴암 불국사 빼놓을 수 있겠는가.깃발 든 일본인 관광객과 우리나라 초등학생 단체팀 속에 벽안의 서양 여인도 섞여있다.석굴암 아래 감로수로 목 축이고,연화대서 손 씻고 올라가 섬돌 위에 서니,멀리 동해가 보인다.이른 새벽 푸르고 깊은 바닷물에 얼굴 씻고 금빛 태양 떠오르면,석굴 속 부처님 이마에 박힌 白毫에 비치어 해동 화엄 법계를 밝힌다고 한다,이때  범종소리 누리에 신비하게 장엄하게 퍼진다 한다.실로 종교와 예술이 합일된 감탄스런 구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현실은 어떤가.누가 기와 지붕을 올려 석굴은 형체를 알 수 없고,내부에 기둥을 박아 아름다운 십일면관음이 잘 보이지도 않도록 가려버렸다.산중 미인 석굴암 신세 버려놓았다.신비한 예술적 감흥은 온데간데 없고,산중턱에  암자만 하나 미련하게 남겨놓았다.

 불국사도 마찬가지였다.동서 길이 40미터 남북 26미터,깊이 3미터의 九品蓮池 연꽃 호수 위에 청운교 백운교 칠보교 연화교가 그림같이 놓이고,그 위에 절묘히 배치된 석가탑 다보탑 그림자가 어리는 아름다운 풍경 사라졌다.그 내력 아는 용처럼 서린 청정 소나무만 마음 애달플 것이다.대웅전 내부 단청을 보고 가슴이 철렁한다. 희미하게 닲아버린 단청은 물감 천연재료 성분을 몰라 보수를 못한다는 보살님 해설이다.

경주 시민은 신라 왕도의 백성답게 양반 인심 순후하다. 저녁이라도 먹으며 그런 인심 접하고 맛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불국사의 종소리고 신라의 달밤이고 모두 노래 속 풍류,갈 길은 멀고 훗날은 기약할 수 없다.차창 밖은 어느새 석양 물든 기와집들만 아쉽게 지나간다.

 
 
 
봉화 10.06.10. 23:25
풍류가객은 역시 현현거사님이시네요 신라의달밤에 불국사의 종소리 들으며 구운몽의 양거사님 초대해서 달빛에 끓인 차한잔 마시며 시한수 읊으면 어떠하올지 넉넉한 삶이겠지요 봉화
 
 
이진표 10.06.11. 10:23
'핸드폰 번호 적어줄까' 불안해 하는 마음이 재미있네요. 동동주 곁들인 토함산 산채 비빕밥, 참 좋은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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