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간문학 제7호 출판기념행사를 마치고 조용한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모두가 한숨 놓을 즈음에 저는 쉼 없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남강문학회 회장입니까, 서울지회 회장입니까? 온 책장에 서울회장이라고 광고해 놓았으니 내가 회장인지 아닌지 내 자신조차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자격으로 무슨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위기의식마저 느꼈습니다.
저는 이삼일 전 진주시청을 찾아갔습니다.
목적은 다들 아시다싶이 전임자가 당국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시에서 경남지역지부장 명의로는 신청이 불가하다하여 경남지역지부장으로 하여금 전국회장직을 사칭, 보조금을 신청했었습니다. 나는 극히 최근에야 그 소식을 접하고 그런 일련의 사태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시 당국의 말에 그대로 수긍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따지고 검토해 보지 않고 그렇게 가벼이 결정하다니... 마음속으로 무척 못마땅했습니다.
그 결과로 인하여 경남지부장이 회장이 되고, 진짜 회장은 서울회장으로 밀려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조직의 파탄을 의미합니다. 회장은 권위를 잃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겁니다.
본인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런 파행적인 운영을 바로 잡고, 어디까지나 정당한 방법으로 내년도 보조금을 신청하겠다는 각오로 시청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이 문제는 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실무선에서 해결해야할 절차문제이므로 곧바로 주무부서인 문화관광과장과 담당계장을 만나 단판을 지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두 사람 앞에서 먼저, 우리가 사려 깊지 못해 편법을 쓴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는 내년 보조금 신청을 이런 방법으로 신고하겠다며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모두 가능하다는 이유를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1안..... 남강문학회회장 김한석 명의로 보조금을 신청한다.
2안..... 회장과 경남지부장의 공동명의로 신청한다.
3안..... 경남지부장의 명의로 신청한다.
담당과장은 1안과 2안은 이론적으로 타당하긴 하지만 실무진으로서는 3안이 무난하다고 말하더군요. 최선은 아니지만 제가 차선책으로 제시한 안이기도 해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입씨름 한번 없이 그대로 3안이 채택된 것입니다.
그동안 신청업무 담당자로부터 시청 실무자들이 워낙 까다롭게 굴어 편법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던 터라 협상에 다소 긴장하였으나 경남지부장 명의를 사용하기로 쉽게 3자간에 합의하였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그리고 내년 예산안에 200만원을 배정하겠다고 하더군요. 나는 펄쩍 뛰면서 금년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으나 일단 지원되는 단체에는 어떤 문학단체이던 똑같이 배정한다는 내부기준이 있어 이를 어길 경우 다른 단체들의 항의에 자기들이 견뎌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보조금을 타내려면 그만큼 근사한 사업이나 행사를 창안하여 어떻게 당국을 설득시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나는 추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하여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이미 퇴물이 되어버린 본인에게 예의를 갖추고 호의적으로 대해준 진주시 공무원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분들 덕택으로 저는 무겁다는 관청문을 가뿐한 마음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부산에서는 회장 김한석이 골치 아프다는 핑계로 보조금 신청을 포기했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았다는데 이건 저를 너무 몰라 하는 말입니다.
진주시의 보조금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었으나 또 하나의 과제가 경남 문예진흥원의 지원금 처리 문제입니다.
문예진흥원에서는 절차도 까다롭고 워낙 문제가 많아 이로 인하여 중앙의 회장이 일개 지역 사무국장에게 끌려 다녀야 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려 위계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는 조직을 파탄시킨 진원지인 경남문예진흥원과는 관계를 끊을 생각입니다.
대신 우리 본부가 있는 서울문예진흥원에 지원금을 신청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서울본부가 직할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그것이 정도입니다. 집행부에서는 곧 서울문화예술진흥원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는 처음 부딪치는 업무라 절차도 서툴고 사람도 익히지 못해 애로가 많을 것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첫해에는 제재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순서를 밟아 꾸준히 기반을 쌓아나가면 점차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혼란은 본부가 서울로 이전해 옴으로 인하여 빚어진 진통입니다. 이제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으니 그동안 오해와 원망과 서운함이 있었다면 모두 깔끔히 풀어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다함께 남강문학회의 광장으로 모입시다.
이제 저는 회장직을 되찾았습니다. 진주시 담당과장에게도 본인이 남강문학회회장임을 공식적으로 통고했습니다.
더욱 용기를 내어 남강문학회의 발전과 회원들 간의 친목을 위해 힘껏 봉사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명실상부한 전국적인 문학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갈 작정입니다.
회원 여러분,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5년 10월 25일
남강문학회회장 김한석
'남강문우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일만 선배님을 추모하면서 (0) | 2017.06.26 |
---|---|
김한석씨 글 (0) | 2015.10.25 |
박용수 허유 선배님 (0) | 2015.01.07 |
김한석 시장님 (0) | 2014.07.24 |
24일 인사동 모임 (0) | 2014.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