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문우회

허일만 선배님을 추모하면서

김현거사 2017. 6. 26. 10:12

허일만 선배님을 추모하면서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것. 그걸 會者定離라고 한다. 그러나 그 네 글자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

남강문학회 초대 사무국장 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부산 가면 광안대교와 또 태종대에서, 진주 가면 지리산에서 허선배님이 단체 버스에 올라 마이크를 잡기만 하면 차 안에 웃음판 벌어졌다.

지금도 나는 기억한다.

 

 영도다리 내역. 이 이야기는 우리가 해운대 행사를 마치고 뻐스로 광안리 바다를 건너 유엔묘지를 지나 태종대 지나 영도 갈 때 쯤 했던 이야기다.

 허일만 선배님 해설에 따르면, 이 다리는 세월이 흘러 언제부턴가 다리가 더 이상 힘이 없어 서질않더라고 한다. 그래서 비아그라를 한바가지 쏟아부었더니, 꺼떡꺼떡 빳빳하게 서더라고 한다. 간혹 가다가 자갈치 아줌마가 조개와 합자를 던지면 도로 죽는다고 한다. 그 까닭은?

 

 코끼리 이야기. 이 이야기는 지리산 청학동 코스를 돌 때 한 이야기다.

 동남아 어디서 일어난 이야기라 한다. 동물원 주인이 저 코끼리를 한번 펄쩍 뛰도록 만들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한국사람 하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어디서 벽 돌 두장을 들고오더니, 그걸로 코끼리 거시기를 팍 치니, 코끼리가 펄쩍 뛰더라고 한다.

 

 그러자 주인이 그럼 코끼리가 고개를 앞 뒤로 흔들기만 하는데, 옆으로 흔들게 할 수 있느냐 물었다고 한다. 그 한국사람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코끼리 등 위에 올라가 귀에 대고 뭐라고 귓속말을 하니, 코끼리가 금방 머리를 옆으로 흔들더라고 한다.

 코끼리한테 '너 아까 벽돌 맛 한번 더 볼래?' 하고 물었더니 그랬다고 한다.

 

 덕산 쯤 지나 갈 때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태범 선배님이 '저어기 저 동네에 우리 내자인 허윤정 시인 시비가 있다'고 소개하자, 허선배님이 벌떡 일어서더니, '저기 저 동네에 허일만 생가가 있네' 하고는 혀를 낼름 하고 앉는다. 80 다 된 노인 누가 그런 애교를 부리겠는가?

 

 그 까닭이 지금은 기억 나질 않지만, 선배님 별명이 '허나시스'다. 그분이 왜 재크린의 남편 오나시스 하고 같은 항렬인진 모르겠다.

 

 산청 찜질방 에피소드다. 그 당시는 요즘처럼 남의 돈 얻어 호사부릴려고 하질 않고, 우리 회비로 조촐히 행사 하던 때다.

 자정까지 환담한 후 새벽에 깨어보니, 내 옆에 초영님과 벽옥님이 자고있다.

'선배님들 모두 잘 주무셨어요?'

 초저녁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새근새근 잘 자고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데,

'둘다 잠탱이들이네'

허일만 사무국장의 '잠텡이!'란 이 한방 진주 토종말이 새벽부터 사람들 배꼽 잡게 만들었다.

 

 배삼룡 구봉서 보다 재미있는 허선배님을 나는 남강문학회 보배라고 생각했다. 문학 하는 사람들 모임이 자기 이름 알리려는 정치판 같아서도 않되고, 술 담배 유머 못하는 백면서생 모임이라도 재미없기 때문이다.

 

 3대 회장 끝나고 남강문학회 회장직을 서울로 넘기려고 의견을 타진했을 때. 서울은 허일만 선배님을 추천했더니 본인이 결국 사양했다고 한다.

 

 선배님이 들려준 일화가 있다. 자신이 남인수 동상 세울 기금을 만들었다. 그런데 진주서 다른 이야기들이 많았다. 결국 시내서 뚝 떨어진 진양호 주변에다 세우게 되었다. 

예술의 도시, 근세 한국 토롯토의 본고장 진주가 그래서 될 일이었던가?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허선배님 그때 모습 떠오른다. 서울팀이 부산역에 내렸을 때다. 선배님 혼자 마중 나오셨다. 같이 해운대 본 행사장에 갔다. 그리곤 얼굴을 붉히며 '나는 서울 팀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마중 나왔다....일이 있어서 그냥 간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무슨 사유가 있었을까? 사유야 나중에 알았지만. 지금은 해운대 백사장에 밀려오는 바닷물같은 허선배님의 정만 그리울 뿐이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남강문우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문학사 하계세미나   (0) 2017.07.15
7월5일 서울 모임  (0) 2017.07.06
김한석씨 글  (0) 2015.10.25
김한석씨 글  (0) 2015.10.25
박용수 허유 선배님  (0)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