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에 돌아와서
이 중에 가장 반가운 것은 아침 새소리다. 또 탱자나무다. 노란 잎 사이에 탱자 몇개가 달려있다. 누가 서울에다 하필 탱자나무를 심냐고, 주변에서 반대했지만, 나는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을 탱자나무 울타리 둘러싼 전원 속 학교에 다녔으니까. 하얀 탱자꽃처럼 순결하던 소녀를 좋아했으니까.
진나라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머슴 아이가 길에 나와 나를 맞고, 어린 자식은 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41세 때 평택 현령으로 있다가 벼슬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은 시다.
어제 청담동 <우리들 병원>에 가서 MRI란 걸 찍고,컴퓨터유도 신경치료를 받고왔다. 좌골신경통 때문이다. 종규란 친구가 그 병원 이사장을 안다. 마산 장인을 내려가 모시고 올라와서 몇달 간호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가 누군지 몰랐던 병원 이사장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육군 소장 선배님께서 이렇게 장인어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시는 것을 보니.' 라면서 병원장이 직접 집도를 하게하고 병원비는 실비만 받았다고 한다. 드믄 일이다. 이장군이 전화로 이사장 비서실로 연락해줄까 했지만. '말만으로도 고맙네.'하고 대답했다.
이젠 저승사자가 옆에 닥아와 니가 어디 아프냐, 데려갈 때가 언제냐고 가끔 물어보는 나이이다. 세속 일 모두 초월해야 할 나이이다. 사람이 천년만년 살 것 같아도 풀잎의 이슬이다. 초라한 인생에서 사려 깊은 친구 있음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 할 사람에겐 꼭 그 말을 해두어야 한다. 죽음 앞에선 사랑도 원망도 다 허망한 것이지만, 아무리 바빠도 사랑한다는 말은 꼭 해두어야 한다. 하나 둘 낙엽 떨어지는 정원에 혼자 앉아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런 생각에 잠겨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