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풍경은 선사시대 유적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티베트 발리 한국 일본 중국 등지의 사찰의 처마나 탑에 흔히 매달려 있다. 풍경의 형태는 대개 세 종류가 있다. 가장 원시적인 것은, 금속, 유리, 도자기, 조가비를 줄에 꿰어놓아 바람이 불 때 마다 소리 나게 만든 것이다. 두번째는 탑신에 수백 수천개의 작은 종을 매달아 놓은 것이다. 세번째는 현재 우리가 사찰 처마끝에서 볼 수 있는, 종 안에 추를 달아놓은 것이다. 19세기 이후에 서양에도 널리 전파되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문우들 모임 때문에 인사동에 갔다가 풍경(風磬) 하나를 사왔다. 종의 크기는 작은 컵만 하지만, 구리로 만들어 듬직했다. 구리줄에 매단 붕어 모양도 앙징스러웠다. 몸체엔 무심한 선으로 비늘도 새겨져 있었다. 동그랗게 붕어 눈알도 새겨져 있었다. 꼬리 모습도 보기 좋았다. 바람이 불면 붕어가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소리가 나도록 된 것이다. 나는 이 풍경을 서재 앞 매화나무에 매달아놓았다. 매화나무는 20년 전에 분재로 키우던 것이다. 땅 위로 나지막하게 굽어 용틀임 하고있다. 가지에 간혹 참새가 앉아 할일없이 노래하다 가곤 한다. '수간 모옥을 벽계수 앏픠 두고 송죽 울울리에 풍월주인 되어셔라.' 정극인은 <상춘곡>에서 이렇게 읊었다. 도심 속이라 푸른 물 흐르는 벽계수는 없다. 그러나 뜰에 매화나무는 있어 다행이다. 매화 가지에 작은 풍경 하나 달려 있다. 풍경은 세월이 가면 파란 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