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枯葉)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 애창하던 노래 하나 있을 것이다. 손자가 넷이나 달린 나 역시 그렇다. 총각 때부터 애창한, 고사(古家)의 이끼마냥 고색 찬연한, 노래가 있다. '고엽(The autumn leaves)'은 지금부터 약 50년 전 젊은이들이 애창한 노래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행은 가고, 사람들이 잊어버린 노래다. 어쩌다 어디서 이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이 '아! <고엽>' 하며, 기억하는 노래다.
<고엽>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 노래를 부른 가수다. 이벹트지로와 에딧삐아프 음성 이다. 나는 그들의 성대가 바이올린 현 보다 섬세하다고 생각한다. 음색이 비단실 이었다. 사람의 음성이 그 고음에서 그리 섬세하고 부드럽게 떨린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청량한 밤하늘의 학울음 소리 같았다. 천재가 따로 없었다. 음에 반하다가, 사람에게도 반해 버렸다. 저렇게 매력적인 여인도 있구나 싶었다. 홀린듯 그녀 입술만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고엽>은 노래 도입부가 인상적 이다. 그걸 피아니씨모라 하는가. 느리게 지나가는 둔탁한 피아노 전주곡 위에 갑자기 한떼의 기러기떼가 지나간다. 낮고 빠른 저공비행을 한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몇번씩 반복적으로 숨 막히게 내려 꽂힌다. 어쩌면 전주곡에 이런 기법을 넣었을까. 그래서 남의 가슴을 사정없이 추억으로 후벼파놓을까.
<고엽>을 노래한 가수는 많다. 이브몽땅, 낫킹콜, 패티페이지, 도리스데이, 프랭크씨나트라, 앤디월리암스, 톰존스가 이 노래를 불렀다. 이중 이브몽탕 노래가 가장 샹숑 답다. 부드럽고 애상적 이다. 그의 불어 발음은 감미롭고 쓸쓸하다. 갑자기 추억이 떠오르고, 연인이 그립게 만든다. 가사는 원래 자크풀르베르의 시인데, 영어 번역본은 이렇다. <창가에는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낙엽은 붉고 노란빛이다. 나는 당신의 입술을 본다. 그 여름의 키스를 생각한다. 내가 잡았던 햇볕에 탄 손목을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가버린 지금, 날들은 길어져만 간다. 나는 곧 겨울의 노래를 듣게 되나니. 사랑하는 이여! 당신이 가장 그리운 때는 바로 낙엽이 떨어지는 때 입니다.>
마침 60년대 초 소년의 고향에는 울에 탱자꽃이 하얗게 피던 집이 있었다. 그 집엔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년은 비가오나 눈이 밤마다 그 집 앞을 지나가며 이 노랠 불렀다. 그러나 한번도 소녀를 만난 적 없다. 그리고 세월은 가고, 소녀는 어딘가로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은 가고, 노래만 남은 것이다. 'The falling leaves, drift by my window' 소년은 이제 늙었다. <고엽>이 된 것이다.
나는 <고엽>이란 노래를 평생 좋아해왔다. 간혹 노래방에 가서 영어로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The falling leaves, drift by my window' 이 노래 첫구절에서, 금방 타임머신을 타고 먼 옛날에 가서 내린다. 하얀 탱자꽃 피던 집이 있었다. 그 집엔 한 소녀가 살았다. 나는 이 노랠 부르며 그 집 앞을 얼마나 서성거렸던가. 소녀를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다. 말 한번 건네본 적 없다. 세월은 가고, 소녀는 어딘가로 떠났다. 이제 소녀가 가버린 고향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더 이상 꽃은 신비롭지 않고, 달빛은 애잔하지 않다. 예전처럼 강물도 다정하지 않다. 그러나 노래는 사무치게 가슴에 남아있다. 소녀는 이제 <고엽>이 되었다. 샹숑이 되었다. 그렇다. 세월에 사람은 실려 가고, 노래만 남은 것이다.이브몽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부드러운 불어 발성으로 이 노래 듣노라면, 빠리가 과연 예술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노래는 부드러우면서 쓸쓸하다. 연인이 있던 없던 연인을 그립게 한다. 추억에 잠기게 한다. 그의 표정은 빠리잔느 답다. 어딘가 세련되고 지성적이다. 그의 절제되고 호소력 있는 콧소리는, 어쩌면 저렇게 남자가 멋있게 나이 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고엽>은 특히 노래 시작되는 도입부가 좋다. 피아노 전주곡이 사정없이 우리의 가슴을 친다. 그걸 피아니씨모라 하는가. 한 음 한 음 똑똑 떼어서 둔탁한 망치 치듯 지나가는 높은음 사이로 몇번씩 반복적으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숨 막히게 내려가는 피아노 기법을 혹시 기억 하시는가. 우리 가슴을 통채로 후벼 판다. 어쩌면 전주가 이리 매정하게 남의 마음을 그리움으로 아프게 들쑤셔놓는가 싶다. 참으로 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명곡이다.
나는 <고엽>이란 노래를 평생 좋아해왔다. 간혹 노래방에 가서 영어로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The falling leaves, drift by my window' 이 노래 첫구절에서, 금방 타임머신을 타고 먼 옛날에 가서 내린다. 하얀 탱자꽃 피던 집이 있었다. 그 집엔 한 소녀가 살았다. 나는 이 노랠 부르며 그 집 앞을 얼마나 서성거렸던가. 소녀를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다. 말 한번 건네본 적 없다. 세월은 가고, 소녀는 어딘가로 떠났다. 이제 소녀가 가버린 고향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더 이상 꽃은 신비롭지 않고, 달빛은 애잔하지 않다. 예전처럼 강물도 다정하지 않다. 그러나 노래는 사무치게 가슴에 남아있다. 소녀는 이제 <고엽>이 되었다. 샹숑이 되었다. 그렇다. 세월에 사람은 실려 가고, 노래만 남은 것이다.
Edith Piaf Yves Mont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