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김현거사 2021. 7. 16. 09:57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년)이 항주 태수로 부임했을 때 일이다. 멀지 않은 사찰에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년)라는 이름 높은 고승이 있었는데, 그는 청명한 날이면 고목의 가지에 올라 좌선을 했다. 백낙천이 갔을 때도 스님이 높은 나무에 올라 참선 삼매에 빠져있어,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도림선사는 '위태한 것은 당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은 '저는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왜 제가 위태합니까?'하고 질문했다. 그러자 스님은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가득하고 번뇌와 탐욕이 쉬지 않으니 어찌 거기가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이 선사에게 부처님 가르침의 골자를 물었다. 그러자 스님이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 여듧자로 대답했다. 그래 백낙천이 '죄 짓지 말고 衆善을 행하라는 이 말은 세 살 먹은 애들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하고 반문하니, 스님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다 알지만, 팔십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소' 하고 대답했다. 여기서 백낙천이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공부가 익지 않은 사람은 쉬운 것도 어렵게 설명하고, 익은 사람은 어려운 것도 쉽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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