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목일이

김현거사 2011. 1. 19. 10:47

木日이|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62 |추천 0 |2010.07.14. 11:33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359 

   그의 수필을 읽으면 학처럼 여윈 몸매에 보일듣말듣 엺은 미소를 띄운 선비가 떠오른다.동향의 한 여류 시인이 혹시 그가 스님이나 카토릭 신부 아니냐,혹시 자식이 있느냐고, 나에게 물은 적 있다. 그처럼 그의 글은 세속의 냄새와는 거리가 멀다. 고고하다. 나는 그의 수필집에서 한지로 만든 문창살에 비치는 달빛과, 천년 동안 진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향기를 몸에 간직한 沈香, 천리향 만리향 꽃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

 

 요즘같은 무더위에 이런 사람과 한지같은 흰옷을 입고 부채를 들고, 지리산 어느 계곡을 찾아가,차를 마시며 밤새도록 한담을 나눠봤으면 좋겠다. 요즘 우리 뜰에는 백합꽃 몇 송이가 피었다.새벽에 일어나서 그런 사람과 그 백합 향기를 같이 마시면 참 좋겠다. 예수님이 '솔로몬의 모든 영화가 이 백합화만 못하니라.'고 하신 백합이다.아침이면 노랗게 익은 살구가 줏으면 한바가지 수북하도록 뜰에 떨어져 있다.그와 우유 한잔에  빵 하나,살구 몇 개로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 두개의 소나무 분재를 거의 작품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나는 그에게 천길 절벽에 뿌리 내리고 허공으로 용처럼 뒤틀리며 자란 소나무의 멋을 설명해주고 싶다. 좋은 걸 가져도 자랑할만한  친구가 옆에 없을 때는 은근히 애석한 법이다.

 

 전에 그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같이 밤을 새운 적 있다. 그는 수줍은듯 겸손하고. 고요히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그는 당시 한국 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장으로, 피천득 선생의 수제자란 부러운 칭호를 받는 몸이고, 나는 겨우 등단한 늦깍기 수필가다. 그와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별로 내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집도 서울과 창원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나는 기자로 출발해서, 기업으로 갔다가, 겸임교수로 은퇴했다.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도였다가,평생 수필 한 길을 걸어온 그와는 애초부터 길이 달랐다.

 

 나는 직업을 세번 바꾸었다. 여러 부류의 인간군을 만났다.불교신문 기자를 하면서 스님과 신문에 글 쓰는 저명 문인들을 만났고,경제신문에서 기업가들을 만났고,재벌 회사에선 은행가 정치가들을 만났다. 고명한 스님도 알고, 청렴한 지도층 인사도 알고, 이름난 문필가 교수도 몇 안다. 그들에게 영향도 받고, 많은 것도 배웠다.

 

 내가 듣기로 목일은 말 많은 문단 풍토에서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장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을 겸임하면서도,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사회서 은퇴한 노인이다.힘 있는데 붙고,편가르기 하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문단 풍토를 싫어한다.그 문단에서 적이 없다는 것은 대단한 내공이다. 仁者無敵이란 말이 생각난다.언젠가 목일의 글이 교과서에 실리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미 실려있다고 그가 대답했다.동기 중에 의사 학자 장군 기업가 출신으로 친구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그 중에 교과서에 수필이 실린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금상첨화로 얼마나 좋은가. 년전에 마산 어느 고개에 목일의 시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목일의 장점은 이런 것이 아니다.그가 항시 수줍은듯 겸손하고. 고요히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바로 그 점이다. 겸손한 사람은 산중의 난초처럼 만나기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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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 10.07.14. 15:34
같은 냄새 끼리 어울려 살지. 동재와 목일이 수필가로써 오래 오래 좋은 수필 쓸 것을 믿는다
 
 
에베네셀 10.07.14. 20:20
두분이 다 자랑할만한 친구이십니다. 친구의 이름하나로 이다지 가슴 따뜻한 수필이 나올수 있다는 것은 김현거사님의 뛰어난 필력이며 우리수필계의 거목이신 정목일 이사장님의 고요한 인품에서 피어나는 향기입니다. 읽는동안 탁하고 어두운 마음이 맑아짐을 느꼈습니다.
 
 
천성산 10.07.15. 08:41
나는 이 얼마동안을 법정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정목일님의 수필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다운 친구가 있어 이런 글이 수필로 쓰여진다는것이 얼마나 좋은 우정이며 좋은 수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계속 그 우정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마당골 10.07.16. 15:10
정목일씨는 같은 언론계 출신으로 한때 직장은 다르지만 같 은 곳에서 일했지만 고교 후배라는 것만 알고 아주 가끔만 만났을뿐이었지요. 그후 한참 시간이 지나 남강문우회에서 만나 이런 글을 접하니 새삼 그의 훌륭한 인품이 생각나는구려.
 
 
봉화 10.07.24. 07:51
친구를 이렇게 칭찬하고 자랑하는 사람도 드물것입니다 남강에서 목일님의 글이 올라올때마다 환호하는 거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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