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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복동(星福洞) 하천 풍경

김현거사 2020. 3. 28. 11:30

성복동(星福洞) 하천 풍경

 

 

 

 수지구청 하천관리 덕분인지 성복천이 아름답다. 집을 나서면 천변 수양버들은 봄이면 연초록 신록으로, 가을이면 물 위에 떨구는 낙엽의 정취로 한풍경 하고, 물가 따라 쭈욱 심어진 붓꽃은 수량도 많거니와 청초하다. 일본 황궁 붓꽃 생각나게 한다. 오리는 벌레를 잡는지, 넙적한 부리로 붓꽃을 콕콕 쪼기도 하고, 맑은 물속에 헤엄치는 물갈퀴를 보이면서 유유히 헤엄치기도 한다. 대개 두 마리 부부가 짝을 지어 다니는데, 금년 봄엔 어떤 오리 가족이 여덟마리 새끼 데리고 나와 아이 어른 인끼를 독차지 했다. 이면서 두마리씩 짝지어 다니는 걸 보면 굳이 자연농원 안 가도 된다. 디딤돌 아래 작은 폭포 이루고 물 떨어지는 곳엔 항상 하얀 해오라비가 홀로 서있다. 아마 물살을 타고 올라가는 피라미를 노리는 상 싶다. 린다. 성복교 즈음에 가면 들장미가 아름답다.  이속에 지느라 미 무속 핀 붓꽃서 호앙 구을 거기 심자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물가 노란 붓꽃 사이로 헤엄치는 오 리 이의ㅇ용인시가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인 덕에 성복동 전체가 아름다워졌다.

 

산골 물소리를 장광설(長廣舌)이라고 한다. 물소리 들으면 넓고 오묘한 불법을 설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항상 들어도 반가운 물소리 들으며, 집 나서 계류 따라 광교산 가는 길이 즐급다. 천변 갯버들은 푸르고, 맥문동은 보랏빛 열매 맺고, 풀밭은 희고 붉은 패랭이꽃 피고, 꿀풀에 벌나비 잉잉대고, 나팔꽃 아종인 연보라 야생 메꽃이 피었고, 누가 참외씨 버렸는지 참외 넝쿨 뻗었다.

 

 

 

비 온 후 더욱 맑아진 개천은 제법 폭류가 되어 바위에 부딪쳐 넘치고, 중간중간 징검다리 만든 맑은 물 속에 자갈과 하얀 모래톱 보인다. 아직 붕어 피라미 보이지 않지만, 갈색 털에 머리가 까만 야생 오리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고기 오길 기다리며 먼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오리 덕에 하천이 더 운치 있다.

 

 

 

자전거 산책길도 산뜻하다. 아이들은 쌩하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고, 소년은 앙증맞은 귀여운 손에 잠자리 잡아들고 즐거워하고, 소녀는 물속의 징검다리 위를 나비 되어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몸매 가꾸는 아파트 여인들은 선글라스에 모자 쓰고 각선미 늘씬한 종아리 내놓고 조깅하고, 젊은 여인은 유모차에 천사 닮은 아기 태우고 행복한 표정으로 꿈결같이 지나가고, 지팡이 의지해 지나가는 근엄한 표정의 노인들은 성복동이 서울 근교 베드타운이라, 전직 장차관 대학교수들 많다.

 

 

 

작은 개울은 아침이면 하얀 안갯속으로 황금빛 태양 떠오르고, 밤이면 달빛이 희롱한다. 황혼엔 산들바람 불고, 잠자리는 떼 지어 물가에 날아다닌다. 고향 남강의 다리도 그랬다. 희미한 옛 추억의 가로등 선 다리 위로 은쟁반 같은 달이 솟았다. 간혹 밤에 이 다리 건느며 40년 전에 떠나온 고향 그려본다. 민들레 씨앗처럼 천리타향 헤매다가 여기서 늙어가는구나 회포 깊어간다.

 

 

 

이 천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한 곳 있다. 둥치 지름이 2미터도 넘고 옆으로 뻗은 가지가 넓은 그늘 만든 수백 년 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선 곳이다. 물속에 단정한 3단 돌축대 쌓고, 도라지처럼 생긴 꽃무늬 놓인 쇠난 간 둘러친 공터 나무 벤치엔 항상 노인들이 앉아있다. 느티나무 옆에 놓인 목제 다리 위에 양산 쓴 여인 지나가면, 문득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촬영하던 크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카메라 들고 이곳을 배경으로 예술사진 찍고 싶다.

 

 

 

경사진 양쪽 천변엔 코스모스가 만발해있다. 파란 닭의장풀과 황금빛 금송화  하양과 노랑 주황빛 코스모스가 어울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르느아르 그림 같다. 그가 그린 <정원에서 파라솔 쓴 여인> 속에 나오는 꽃처럼 모든 꽃들이 색채 순결하다. 천변이 하도 아름다워 감성 자극되는지, 문득  꿈결처럼 데이지 핀 실개천 달려오던 <금발의 제니> 생각난다. 'I dream of Jeanie with light brown hair.Floating like a vapor on the soft summer air.' 스테판 포스트의 노랠 흥얼거려본다. 소년 때 노래 바치던 한송이 들국화 같던 첫사랑 소녀 생각해본다.  

 

되돌아보면 세월은 갔고, 달빛 아래 타향의 천변을 거닐며 나는 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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