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길

고향 친구에게 부친ㅁ 편지/2010

김현거사 2018. 4. 4. 20:53

   거기는 평상같이 넓은 반석이 있는데, 그  모퉁이 낮은 곳 위로 비스듬히 물줄기가 흘러내려,나는 얼씨구나 손으로 그  물을 떠마시기도 하고,흐르는 물에 잠시 탁족도 하였네. 그리고 위에 올라가서 팔베개 하고 누워,청량한 솔바람 마시니 마치 이태백 같았네. '白羽扇 흔들기도 귀찮아, 푸른 숲 속의 옷 벗은 벌거숭이 되어, 두건을 석벽에 걸어두고,이마를 들어내고 솔바람 쐬기' 딱 좋은 장소였네.

 

 꿈을 꾸면서도 내가 평소 산을 좋아해서 이런 곳에 왔을까, 고향을 너무 그리워해서 여기를 왔을까 생각해보았다네. 마음이 간절하면 생전에 못본 곳을 꿈에 찾아가지  않던가. 진주 끝자락에서 정촌으로 넘어가는 구절양장 고개 '쎄비리 모티'  굽이굽이 절벽 골짝 속에 그런 곳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네.

 

 대숲은 보일둥말둥한 희미한 오솔길을 감추었고, 그 속 아무도 모르는 터에, 쑥꾹 쑥꾹 쑥꾹새소리,물소리 바람소리 뿐이었다네. 꿈결에도 내가 벌써 멧자리 찾으면 않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러다가 나중에 혼만 고향에 날아가서 쑥꾹새처럼 울고다닐거란 생각도 했네.

 

 꿈 깨어 일어나니, 휘영청 달만 밝고,전전반측 잠은 오지않았네. 인생 南柯一夢인데, 하필이면 천리타향 차디찬 가지에 자리를 잡을게 무엇이던가. 후회로 너무나 마음이 심란하여 한참 달을 보았네. 그러나 달은 말이 없고, 조그만 흰구름 한 점만 바삐 남쪽으로 날라가고 있었네.

 

  문득 달같이 자네 얼굴이 떠오르데. 고향 갈 적 마다 항시 젊잖게 배려하던 자네. 주책없이 눈시울 뜨끈해지데. 이제 우리  望七十.  한밤중 날라가는 흰구름같은 마음 부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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