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천리길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2016

김현거사 2018. 4. 4. 17:44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소녀는 다리를 건너가던 배건너 소녀가

더 아름다웠고

꽃은 남강변 신안동 코스모스가

더 향기로웠다

. ,태양은 월아산 아침 태양이

이 세상 어느 해보다 더 찬란했고

달은 촉석루 보름달이

이 세상 어느 달보다 더 둥굴었다

 

꽃은 신안동 강변 코스모스가

 

이 세상 어느 꽃보다 더 향기로웠다

 

붕어는 습천못 붕어가

이 세상 어느 붕어보다 더 힘이 세었고

은어는 너우니 은어가 

이 세상 어느 은어보다 더 이뻤다

 

감은 진주 중앙시장 감이

이 세상 어느 감보다 더 컸고

갈치는 사천만 갈치가

이 세상 어느 갈치보다 더 고소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이제 세월이 흐른 후 생각해보니

종소리는 이곡사 종소리가

이 세상 어느 종소리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때는 푸른 강이 있었다

물장구 치던 강이 있었다

강물에 띄어보낸 노래가 있었다

혼자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가슴 설레던 얼굴이 있었다

눈 감아도 떠오르던 얼굴이 있었다

지워도 지워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한 시인

모든 걸 지워버렸다

눈 감아도 떠오르던 얼굴

지워도 지워도 잊혀지지 않던 이름은 없다

고향은 이제 추억을 함께 할 친구도 없는

서글픈 나그네가 불러보는

'애수의 소야곡' 첫 소절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