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건너 이야기

김현거사 2017. 4. 17. 10:27

'배건너' 이야기

 

거기 강이 있었고

대숲과 나룻배가 있었다

 

남강이 뒤벼리에서 한번 뒤돌아보던 곳

사람들은 거길 '배건너'라고 불렀다

 

한없이 넓은 뽕밭과

감나무 과수원이 있던 곳

 

뽕 따던 아가씨 노래소리와

한가한 장닭 울음 들리던 곳

 

6. 25 사변통에 부서진 다리 밑에

상이군인들이 '배다리'를 가설해놓고

 

몇 원씩 받고 사람 건네주던 거길

진주 사람은 '배건너'라고 불렀다

 

그 당시 서울서 피난 온 소녀 하나

가설 천막교실에 다녔고

 

육거리 교육감집 소년은

밤마다 오디같은 노래를 던졌는데

 

진주농대 학장 관사에 살던 그 소녀를

지금 기억하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

 

60년 세월이 흘러간 지금

이제 진주에 가면 아는 이 없고

 

강 건너 뒤벼리 절벽 밑

물에 비친 가로등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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