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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여행

김현거사 2016. 10. 16. 21:42

하와이 여행

                                                                             김창현

 

  ‘미국아! 내가 간다. 너 좀 보자.’ 인천공항을 떠날 때 속으로 이렇게 뇌었다. 200년 역사가 미국이요, 4천년 역사가 우리다. 나는 미국 철학은 프래그마티즘의 제임스, 인스트루멘탈리즘의 죤 듀이 밖에 모르고, 문학하면 헤밍웨이와 월리엄 포크너. 영화배우 하면  ‘하오의 결투’의 케리쿠퍼, ‘누구에게 줄까요?’의 셔리맥레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릿드버그만 정도만 안다. 마천루 코카콜라 햄버거에 덮힌 미국 문화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자(隱者)에겐 별로 흥미가 없다.

 

  그런데 나리다 공항에서 화와이 가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갈아타니, 남색 양장에 화려한 금발, 초록 구슬같은 눈동자 인형처럼 이쁜 한 중년 스츠워데스가 맘에 쏙 든다. 7시간 동안 태평양 건너가는 한국 여행객에게 커피 맥주 연속 서비스해주는 근로정신 하나 싹싹하다. '당신 아름답소' '매력 만점 이오' 말 통하면 꼭 이 말 해주고 싶었다. 자꾸 그 얼굴 쳐다보다가 서로 눈 마주치자 그 참 신통하다. 생긋 그렇게 세련된 미소 던지는 미국 아줌마 난생 첨 보았다.

 

 하와이에 비행기가 착륙한 시간은 싱그러운 아침 7시. ‘알로하!’ 오하우 공항에 내리니 가무잡잡한 남국 미녀가 향기로운 미소 풍기며 닥아오더니 황홀하게도 내 목에 레이 걸어준다. 노란 풀룸메니아꽃 화관(花冠) 아래 빛나는 다정한 여인의 눈빛 너무나 이국적이다. 귓가에 꽂은 하이비스커스꽃 아름답고 요염한 입술도 인상적이다. 세상에나 이리 아름다운 여인도 있구나 싶었다. 하와이 첫인상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 같았다. 꽃과 여인에서 시작되었다. 남국 미녀 귓가에 꽂은 하이비스커스꽃은 무궁화 부용화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고 화려했다. 그러나 서로 사촌들이라 무궁화 학명이 '하이비스커스 시리아규스’다. 화와이 풍습은 여자가 미혼일 때는 꽃을 오른쪽 귓가에, 기혼자는 왼쪽에 꽂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제주 여인도 머리에 무궁화라도 꽂는 풍습 좀 생겼으면 싶었다. 꽃은 여인 때문에 아름답고 여인은 꽃 때문에 더 아름답다.

 

 공항을 둘러보니, 그 넓은 부지가 잔디와 상록의 나무로 덮혀있다. 유난히 꽃 좋아하는지라  이 참에 한번 자세히 알아보았다. 풀룸메리아 나무는 우리나라 감나무만 하다. 그 큰 나무가 온통 노랑 분홍 백색 꽃 피운 모습 장관이다. 이름 유명한 하이비스커스꽃은 나무 덩치에 비해 꽃이 크고 화려하다. 비 온 뒤 무지개 쉬어간다는 Rainbow shower tree는 잎은 아카시아 비슷한데, 꼭 한번 나도 키워보고 싶은 탐나는 나무였다. 빨강 노랑 보라 분홍꽃이 참 신비로웠다. golden tree는 잎도 없이 나무 전체가 황금빛 꽃 달고 있다. 로비에는 서양난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심비디움 캬툴레아 덴드로비움같은 서양난초, 그 밖에 부칸베리아 아프리카튜립 등 잘 가꿔져 있어, ‘여기가 꽃의 천국이요’ 한다.


 버스 타고 와이키키해변으로 가는 길도 볼만 했다. 산 속에 거대한 벤얀나무 우거진 밀림 보이고, 하얀 낮으막한 담장 둘러친 목조주택도 보인다. 공기 맑은 저 산속에 살면 전혀 늙지 않겠구나 싶다. 해변가에도 멋진 집 천지다. 남국의 정취 풍기는 야자수 아래 기화요초 피어있는 정원이 인상적이다. 역시 하얀 집들이다. 하와이는 섬이라 그런지 바닷가 집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이런 곳은 거실 바닥 통유리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인다고 한다. 욕실에 18금 수도꼭지 달린 집 한채 가격은 한국돈 50억에서 1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카할라의 이 바닷가 고급주택은 대개 일본인 소유라 한다. 화와이 경제는 일본인들이 다 장악한 모양이다. 우리 교민의 경우 성공하면 10억에서 20억 정도하는 전망 좋은 산꼭대기 집에 산다고 했다. 가이드 설명 들어보니, 화와이는 기후가 온화해서 한국서 고추를 가져다 심었더니, 나무처럼 높이 자라 머리 위로 손을 뻗쳐 고추를 딸 정도라고 한다. 상치도 배추처럼 크게 자란다고 한다. 2200 여종 식물이 서식하는데, 그 중 반에 해당하는 1천종이 인도 아프리카 뉴질랜드 미본토 등에서 수입한 종이라 한다. 낙원은 눈에 보이지않는 땀으로 만든 낙원이었다.

 

 호놀룰루 시내에 들어가자, 시내 한복판에 운하가 있다. 운하 양쪽은 골프장이다. 거기 바람에 휘날리는 야자수 아래 멋진 가슴털 내놓고 반바지 백인들이 썬글라스 낀 여자들과 골프채 휘두르고 있다. 운하에는 카누 타는 청춘들 모습 보인다. 기가 막힌다. 하느님께서 너무 하셨다 싶다. 아무리 여기가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도 부의 분배에 좀 신경쓰셨어야 했다는 생각 들었다. 와이키키 명동에 해당하는 칼라카우아 거리에 가서 그 느낌 또 받았다. 상가와 호텔이 그냥 상가와 호텔이더냐. 구찌 샤넬 루치니 카시오 등 세계적 브랜드만 진열되어 있다. 값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미국 자기네 서민도  하와이 한번 가기가 소원이고, 그네들도 대개 밖에서 아이쇼핑만 한다고 한다. 초라한 나그네 주제에 값 물어보고 어쩌고는 애당초 어불성설이었다. 


 와이키키 해변길도 일품이었다. 

 

 

품룸메리아 가로수는 푸른 파도 전망하는 벤치 위에 노란 꽃을 떨구고 있었다. 그림처럼 낭만적이다. 벤얀나무는 Walking tree라는 이름 그대로 공중에서 뿌리를 땅에 내리며 도로를 덮어가고 있다. 미국민 60%가 제1휴양지로 꼽는 이곳 특징은 꽃과 청결함 이다.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 없는 것은 밤 2시에 자동차가 물과 에어샤워로 청소하기 때문이란다. 자동차 범퍼에는 모두 오색 무지개 그려놓았다. 하루 한번 열대성 소나기 지나가고 무지개 뜨는 것 상징한 것이라 한다. 하와이는 환상의 무지개섬 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객은 대개 이런 풍경은 자세히 보지않는다고 한다. 다이어몬드헤드 밑 공원 잔디밭에 끼리끼리 모여앉아 고스톱만 치고간다고 한다.

 

 우리가 묵은 호텔 쇼핑센터에서 풀륨메니아꽃과 하이비스커스꽃, 레인보샤워트리 같은 묘목을 비닐 포장으로 팔고있었다. 제주도 지사가 한번 여기 와봤으면 싶었다. 이걸 아예 통째로 사다가 제주도에 심으면 싶었다. 꽃이 관광자원이자 돈이라는 걸 하와이서 절실히 느꼈다.  

 호텔 매장에서 24불짜리 알로하 샤스 사입고 황혼에 아내와 와이키키 해변 거닐어 보았다. 주변과 구색 맞추려고 선글라스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다. 시원한 바람 부는 해변길은 서핑보드 든 비키니 차림 백인 여인들로 가득했다. 서핑 배운다고 보드 들고 아장아장 걷는 네댓살 금발 꼬맹이들도 참 귀엽다. 젊은이들은 보드에 엎드려 파도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서 서핑을 즐긴다. 간혹 일어서기에 실패해서 물속에 꺼꾸로 쳐박히는 모습도 보인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하와이는 1년에 한번 서핑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1등하면 유명인사가 되어 평생을 보장받는다고 한다. PGA에서 우승한 골퍼같은 대우를 하는 모양이다.

 

 문득 속초가 머리에 떠올랐다. 와이키키보다 물도 맑고, 파도 좋고, 백사장 좋은 곳이 속초다. 와이키키 모래는 캘리포니아서 싣고와 쏟아놓은 것이지만, 속초는 모래도 자연산이다, 덤으로 영랑 청초 두 호수 있고. 겨울엔 눈 쌓인 진부령 스키장까지 있지 않은가. 그 속초에 다녀가는 년 관광객은 2백만, 하와이는 7백만 이다. 속초는 골프장이 한화 대명 알프스 영랑호 강릉 공군비행장까지 합해서 다섯이고, 하와이는 72개 골프장이 있다. 속초를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로 만들려면 어째야 좋을까. 좀 더 많은 사람이 벤치마킹 하러 여기 올 필요 있겠다 싶었다.

 

 이튿날 호놀룰루 외곽 구경 나가서 이런 생각은 더 깊어졌다. 도심 밖의 꾸미지않은 하와이 땅은 전부 황량한 화산암이다. 그것은 곁에 태백 준봉을 끼고 금강산 화진포부터 해운대 청사포까지 천리길 내리닫이 청송백사(靑松白沙) 어울린 우리나라 동해안과 애초에 비교가 않되는 몰골이다. 영화 ‘불루 하와이’ 촬영 후 엘비스프레슬리가 살았다는 별장은 변산반도 줄포만에 있는 탈렌트 이 모(某)의 별장 보다 나을게 없었다. 조망 아름답다고 데려간 마카푸우 전망대도 제주도 일출봉에 못미쳤다. 배 밑바닥 유리 통해 수심 30미터 산호와 열대어 바다거북 보여주는 마카푸란 곳도, 자리돔 뱅애돔 구경 시켜주는 서귀포 잠수함 투어와 오십보백보 였다. 중국인 모자처럼 생겼다며 데려간 모콜리섬은 그 아까운 시간에 뭐하러 여길 데려왔나 싶었다. 스탠드바 장착된 길다란 리무진 타고 찾아간 ‘하나우마만(灣)’도 마찬가지. 팔뚝만한 물고기가 사람을 무서워 않고 수심이 무릅 정도 오는 얕은 산호초까지 와서 헤엄치며 오가는게 신기하기는 했다. 그러나 백산호 부서진 백사장 위 청옥같은 파도 밀려오는 우도 해수욕장은 돌고래가 떼지어 헤엄치며 배를 따라다니지 않는가. 외국 나가면 모두 애국자라더니 사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하와이 생선회는 일본인들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제주도 용머리 바닷가 해녀 앞에서 먹어본 금방 딴 싱싱한 전복 해삼 맛 어떻던가. 제주도와 하와이의 비교는 맛에서 이미 승부 끝났다. 조물주는 분명 제주도에  더 신경 쓰신 것이다. 하와이에서 또하나 깨달은 것은 한국 여성 참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미국도 젊은 여성은 아름답다. 그러나 대개 중년은 스텐레스 강철 아닌 프라스틱 변기는 앉으면 짜개져 버린다는 100 킬로 거구 아니던가. 피부는 거북이 등가죽처럼 꺼칠꺼칠하지 않던가. 반면 한국 중년 여성은 어찌 그리 몸매 늘씬하고 피부 청초하던가?

 

 하와이는 겉은 아름답지만 내면에 슬픔 간직한 여인 같았다. 애달픈 역사를 가진 섬이다. 관광코스라고 데려간 칼라카우아 왕이 세운 이울라니 궁전의 야자수와 벤얀나무 아름다운 정원에선 주인을 볼 수 없었다. 하와이 열도 통일한 카메하메하 대왕 동상은 있었지만, 거긴 관광객 기념사진 찍는 곳에 불과했다. 원주민 말로 ‘와이’는 물이요,‘키키’는 분출이라는 뜻이란다. 와이키키는 비운의 마지막 여왕 ‘카메하메아’가 작곡한 ‘알로하오에’란 노래로 나그네 가슴에 애달픈 심회 분출시키는 곳이다. 폴리네시안 민속촌이란 곳도 마찬가지였다. 피지 통가 사모아 타이티 뉴질랜드 등 폴리네시안 원주민 문화를 재현해놓은 곳이 이 민속촌 이다. 그러나 그 넓은 땅 확보하여 수목 심고, 호수 만들어 카누 띄우고, 야자잎 지붕의 그 많은 가옥을 원주민이 무슨 돈으로 세웠겠는가? 원주민은 돈 받고 관광객과 기념사진 찍는 일종의 풍물, 부족마다 다른 붉고 푸른 나무잎으로 몸을 가리고 카누 위에서 춤추는 눈요기감에 불과했다. 

 

 꽃처럼 향기로운 미소 떨구던 매혹적 불루넽 여인들과 야자수를 맨발로 오르내리는 건장한 폴리네시안 남성도 마찬가지다. 다 백인들 고용인 아니던가. 수입 중에서 몇 푼이나 그들에게 돌아가겠는가? 낙원은 사라졌고 그들의 춤과 노래는 슬펐다.

 

 슬프기는 하와이 사는 한인도 마찬가지였다. 재미사업가라고 우리는 그들을 부른다. 그러나 그들은 뭘하고 사는가? 한국 관광객 상대하는 기념품점 비디오점 식당 아니면 가이드 하고 산다. 대부분 한인은 평생 빌빌(Bill bill)거리고 살다 죽는다고 한다. 집도 자동차도 bill이고, 출산도 bill이고, 부부 두 사람 죽어 묻힐 무덤도 미리 선불 800불 정도 bill이라는 이야기다. 은퇴한 여배우 조미령씨가 거기 산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마찬가지 였다. 교민 상대 기념품점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하와이 떠난 마지막 밤 작은 위안을 하나 얻었다. 호놀루루 앞 바다에 뜨있는 사랑의 유람선에서 였다. 수많은 백인 신사숙녀가 음악과 식사 즐기며 샴페인 잔 들고 춤추는 그 호화 선박을 렌트하여 운영하는 여장부가 한국 사람이란 것이다. 물결 넘어 호놀루루 밤바다의 불빛은 너무나 휘황찬란 했다. 도대채 그는 한국 어디서 온 어떤 여성이었을까. 구한 말 건너간 사탕수수밭 이민 3세 였을까. 샌프란시스코로 날라가는 비행기 속에서 기특한 그녀를 생각하면서 그나마 잠시 흐믓한 기분에 잠길 수 있었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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