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

김현거사 2011. 4. 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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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06:37:04)
수정일
2010-11-05 (07:46:48)
글제목
무엇을 마음에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생 백년이라지만, 백년을 살아도 삼만육천일이요, 앞길이 구만리라지만, 목슴이야

바람 앞에 등불이요, 풀잎에 맺힌 이슬이다. 그 짧은 인생에 노루 꼬리처럼 짧은 것이,

문턱 밑이 저승이라는 노년의 시간이다. 노년의 시간이란 밤 깊은 법당에 향 하나가 타서

고요히 재가 되는 시간, 늦가을 붉은 홍시가 꿀로 익어 낙과되는 시간, 하나 둘 낙엽

떨어진 늙은 은행나무가 나목이 되는 그런 짧은 시간이다. 이 안타까운 시간에 무엇을

마음에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봄에는 꽃과 채소를 마음에 둘만하다. 귀천궁달이 수레바퀴마냥 도는 세상보다 자연에

맘 돌리는 것이 좋을 상 싶다. 비 내린 상쾌한 아침 뜰에 나가면, 흙을 밀치고 나온 수선화

새촉을 볼 수 있다. 함박꽃 붉은 촉, 상사초 푸른 촉도 보인다. 흙 속의 부드러운 새촉은 

마치 어린 소녀 같다. 봄의 새촉들 모습은 첫사랑처럼 가슴 설레게 한다. 

 봄은 콘닥터가 지휘하는 심포니처럼 시작된다. 꽃들은 차례대로 의상 입고 무대에 

등장한다. 개나리 산수유는 노란 저고리, 진달래는 연분홍 치마, 목련은 하얀 드레스

차림이다. 매화와 배꽃은 향기가 청초하고, 벚꽃은 비단같이 화려하다. 향기를 찾아서 벌

나비처럼 이리저리 온갖 꽃 속으로 날아들만 하다. 이 축제의 뜰에 라일락이 연인처럼

달콤한 향기를 풍겨올 때, 히야신스꽃도 잊으면 안된다. 꽃집에서 구근을 골라 오면,

실내에 자색 보라색 노란색 순백의 향기가 가득해진다. 천상의 향기가 이럴 것이다. 

  겨울 넘긴 텃밭의 청갓과  부추 몇 잎 뜯어서 접시에 놓는 재미도 잊어선 안된다. 

식탁에 올린 담박하고 쌉싸레한 푸성귀 맛을 알아야 古人의 뜻과 일치한다.

 

 여름은 물소리를 마음에 둘만하다. 고요함을 즐기는 노인이란 오래된 벼루처럼 운치있는

법이다. 가장 고요한 소리는 물소리이다. 물소리 중에 으뜸은 처마의 낙숫물 소리이다.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귀 기울이면 그 작은 울림 하나하나가 종소리나

목탁소리처럼 청아하다. 그 소리에 몰입하면 천지의 파장이 몸에 스민다.   

 산골 물소리도 고요하다. 배낭에 술과 찬거리 담고, 홀로 청산을 찾아보라. 적막강산

속에서, 안개를 먹고 구름을 타면서, 흰구름에 눈 씻고, 솔바람에 이마 씻고, 청류에 마음 

씻어보라. 세상의 모든 시시비비가 문득 모기소리같이 하찮게 들릴 것이다. 

 

 가을에는 여행을 마음에 둘만 하다. 흰구름을 닮아가야 한다. 버리고 비우고 떠날줄

알아야 한다. 흰구름처럼, 황금빛 주홍빛 단풍 물든 산 허리를 달빛 아래 거닐고, 어기야

디어챠 어기여차 갈대밭 속을 한 잎 조각배에 몸 싣고 저어가고, 갈매기 벗삼아 외로운

섬 저멀리 사라지는 일몰을 구경해도 좋을 것이다. 들녂에서 추수하는 농부에게 슬며시

닥아가 탁주 한잔 얻어마셔도 좋고, 출렁거리는 뱃머리에서 어부가 갓잡아온 싱싱한

생선을 흥정해봐도 좋다. 등대가 보이는 항구의 목로주점을 찾아가도 좋다. 酒家의 늙은 

여인과 젖가락 장단치며 구성지게 흘러간 옛노래 불러도 좋다. 밤차로 고향에 가서, 

타계하신 부모님이나 옛친구 무덤을 돌아봐도 좋다.

 여행은 인생 같다고 한다. 그러나 아쉬운건 인생이다. 여행은  떠나도 돌아올 수 있지만,

인생은 한번 떠나면 영원한 不歸로 끝난다. 인생은 온 곳 모르고, 갈 곳 모르는 구름이다. 

그리 화려하다가도 금방 허망하게 스러지는 구름이다. 버리고 비우고  떠남이 구름의

마음이다. 

 

 겨울에는 차를 마음에 둘만 하다. 눈 오는 밤 고서를 뒤적이면서 풍로에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노년의 운치다. 목욕 후 먹을 갈고 묵난을 쳐보는 것도 좋다. 피리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다. 마음 가는대로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올 때도 빈손으로 왔거니와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空手來空手去 아니던가. 허공에 피어오르는 차의 향기에 마음을 모울 때,

삶은 지팡이 하나 발우 하나만으로 족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금전이나 대인관계에 고민할

필요도 없다. 賢愚도 따지지 말아야 한다. 마음은 어디서나 자유로워야 한다. 가난하면

청빈을 벗할 것이요,부귀하면 검소를 벗할 뿐이다. 삼경에 참선 끝내고, 이윽고  차 한잔

기울이면, 흉중에 속계와 선계가 하나임을 깨달을 수 있다. 차의 품질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오직 맑은 차 한잔의 의미만 가슴에 담을 일이다. 

 

  봄은 꽃을 즐기고, 여름은 물소리 즐기고, 가을은 여행을 즐기고, 겨울은 차를 즐김이

가장 좋으리라. 사계절 이 밖에 할 일이 또 무엇이랴. 아침은 시를 읽고, 오후는 낮잠을

자고, 밤엔 달을 구경함이 좋으리라, 하루에 이 밖에 할 일이 또 무엇이랴. 

은퇴한 노년은 신부님 스님의 처지와 같다. 어차피 직장도 떠났고, 자녀도  떠나갔다. 

이제야말로 못에 갖힌 고기, 새장에 갖힌 새가 자유를 찾은 것이다. 공작은 깃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끼지만, 이제야말로 처음 비로소 인간답게 살 기회가 온 것이다. 동지에

개딸기 찾듯이, 뒤늦게 과거에 연연할 필요 없다. 그동안 밤송이 우엉송이 다 밟아본

노년이다. 이제야말로 돛 달고 노 저으며, 표연히 출세간의 길로 거침없이 갈 때가 온

것이다.  천지에 逍遙遊할 빈 배 하나 저 멀리서 흘러오고 있다.

2010.11.03(07:40:43) 수정 삭제
동재 ! 참좋은 마음에 드는 글 올렸구나.
그런데 치매예방용 콤퓨터 인터넷 하라는 말은 없노 ㅎㅎㅎㅎ
아침에 사우나하고 "과거시험"보려간다
작년에 3등한 "인터넷 정보검색대회"에 ....
염불도 좋코 기도도 좋코 ....

2010.11.03(07:42:45) 수정 삭제
내 기돗빨이 쎈거 춘식이가 안다.
낙찰되어 최고급 일식집에서 거하게 쏜 적 있다.
1등하여 한잔 사라.

2010.11.03(09:10:00) 수정 삭제
거사 글솜씨가 자고 나면 다르다, 환갑 지나서도 머리가 깨어나는 수가 있나,
하여튼 인터넷 덕 본 사람은 따로 있다니가, 그래도 바둑은 아직까지 .......
바둑공부 좀 해라, 거사가 한 수 하면 내 어이 거절하겠노, 잘 있재

2010.11.03(10:02:56) 수정 삭제
춘시기 동상은 잠만자나? 맨날 잠타령만 하니.

2010.11.03(11:11:20) 수정 삭제
거사 글 너무 좋다. 뜬구름, 그만 즐겁게 살자. 춘식아 토요일날 오ㅓ서 거사하고 한판해라.

2010.11.03(16:49:50) 수정 삭제
Do-sa
Dap-da!

2010.11.03(18:29:42) 수정 삭제
봄...여름...가을...그리고 겨울...참 빠르구나...어느 새 달랑 뒷장 남은 11월이구나...

2010.11.03(23:06:11) 수정 삭제
이렇게 살면 좋겠다. 글만 읽어도 행복해지는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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