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청산은 어이하여 만고에 푸러르고

도인촌(道人村)

김현거사 2013. 9. 12. 11:27

 

 
   

 

   도인촌(道人村)

 


 무자년(戊子年) 7월 거사는 혜근 홍열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천장지비(天臧地秘) 하늘이 감추고 땅이 비밀로 해둔 명혈에 길성(吉星)이 비쳤기 때문이다. 땅은 높은 곳에 있는데, 지령(地靈)인 암석(岩石) 뿌리가 군데군데 밖으로 들어나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북에 등지고 도로에 접했으며, 향(向)은 남동이었다. 물은 바위 사이로 흐르고, 큰 고로쇠나무가 많았다. 노년에 산을 사랑하고 산림에 의탁해 살고싶은 세 마음을 지리산
마고선녀께서 맺어주셨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여기 가시덤불을 헤치고, 차나무와 춘란 인삼 장뇌를 심고,암혈(巖穴)의 초막은 바람과 비를 가릴 정도로 예정하였다.
 남송(南宋) 시대 주자가 백록동(白鹿洞)서원을 개설한 것처럼 동(洞)을 열자고 약속하였다. 봄이면 산나물 뜯고, 여름이면 계곡 물가에서 바둑 두고, 가을이면 복령(茯笭) 지골피(地骨皮) 오가피 등 약초 캐러다니고, 겨울이면 백설 만건곤한 고요한 산 속에서 밤 고구마 구워먹고 살자고 약속하였다.

 세 사람 중 누가 촌장인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이미 동을 열기로 한 이상, 동규(洞規)는 미리 정하였다. 동규는 자리 위치로 방향을 제시하였다. 소식( 小食) 단식(斷食) 기도하는 사람은 상석(上席)이요, 채소와 차의 진미를 아는 사람은 상석이요, 달빛을 즐기고 단소를 부는 사람은 상석이요, 술이나 김치를 잘 담는 사람은 상석이요, 노인끼리 안마 잘해주는 사람은 상석이요, 시서화를 알고 명상을 즐기는 사람이 상석이다.

 반면 이재나 타산에 밝으면 말석(末席)이고, 육류나 젓갈을 즐기면 하석(下席)이요, 속세에 돈 많은 사람도 하석이요, 너무 유식한 사람도 하석이요, 고스톱이나 포카 즐기면 당연히 말석 이다.

허허허! 이번에 남쪽에 내려가 이러고 올라왔다.

 

                                                                               (2008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