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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입니다.'

김현거사 2012. 12. 19. 13:34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입니다.'

'아! 네.'

엉겹길에 대답을 하다가 생각해보니, 그가 나에게 전화할 일이 없다. 대통령 선거 중, 음성메세지 하나 보낸 것이다. 아내도 그런 전화를 받은 적 있다고 한다. 얼마전에도 이 비슷한 일로, 인쇄업 하는 친구가 나를 새누리당에 추천하겠다는 것이었다. ' 나는 정치 졸업했다. 필요없다.' 고 했더니, 그냥 이름 올리니 그리 알라고 했다. 며칠 뒤 임명장이 날라왔다. 박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 외식산업본부 특보 임명장이다. 허허허 친구 하나가 외식산업협횐가 뭔가 대표로 있어 그런가 싶었다.

어쨌던 모처럼 목소리 들어보니, 부드러워 듣기 좋았다. 한 30년 전 일이다. 박근혜씨가 광진구 어린이회관에 있을 때다. 12.6 사태로 아버지 박대통령이 피격으로 돌아가신 후 였다. 재벌들이 모두 외면하던 그 시절 내가 모시던 회장 혼자 유일하게 명절이면 외로운 근혜씨에게도 성의를 보내고 국립묘지 묘소를 참배하곤 하였다. 그 담당 비서가 나였다. 서너번 가서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 전기와 난방비도 내기 어려운 실정을 토로하는 근혜씨를 위로하고 온 적 있다. 나는 푼돈 몇푼 얻으려고 비서실로 찾아오는 국회의원들은 자주 만난 편이다. 근혜씨는 퍼스트레이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침착하여 바늘끝 하나 꽂을 틈 없는 빈틈 없는 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원래 박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A산업 회장 비서가 된 것도 어찌보면 박통 덕이다. 회장이 나를 면접할 때 물은 것이 딱 한가지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나는 박대통령을 꼽았다. 회장은 그 이유를 물은 뒤, 몇가지 상황을 설명한 뒤, 그럼 청와대 박대통령에게 보낼 자신의 편지 초안을 써보라고 했다. 두개의 편지 초안 만들고 비서실에 취직되었다. 기업 회장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좀 복잡하다.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칭도 어투도 격식도 청원 내용도 까다롭다. 그 뒤 한 열편 정도 편지를 청와대에 보낸 것으로 기억된다.

박통은 참 청렴한 사람이다. 반도체를 만들던 A산업은 무조건 도와준 분이다. 근혜씨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재학시 그의 은사인 임태순교수와 A산업의 생산라인을 투어한 적 있다. 항간에서는 그 당시 재벌이면 무조건 내야하던 방위성금도 안내는 A산업과 박통과는 모종의 거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자 출신인 내가 비서실 비밀금고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샅샅히 다 봐도 박통에게 보낸 금전은 단 한푼도 없었다. 박통은 첨단 반도체산업이 방위산업 우주산업과 직결된다는 그 단하나 이유만으로 사심없이  A산업을 도와준 것이다. 정말 멋진 분이다. A산업이 박통에게 보낸 유일한 선물은 경옥고 한 단지다. 그 경옥고 재료는 인삼 백복령 생지황 꿀인데, 내가 직접 충북 영동에 가서 마른 뽕나무 뿌리를 싣고와서 정성껒 고운 것이다. 당시 김도룡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한 기억이 난다.

79년 12.6 사태로 박통이 피살되자, 우리 회사는 신당동 빈소로 향촛대를 들고 찾아가 조문하였다. 당시 전두환 사령관은 파란 공군 야전잠바를 입고 권총을 차고 살벌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다녀가자, '저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더라고 한다. 재벌 모두가 사태가 어떻게 되는가 싶어 눈치만 보던 때 였다. 그 후 전두환씨가 나중에 대통령이 되자, A산업은 의리있는 회사라면서 많이 배려해준 편이다.

대학시절에도 나는 박통을 좋아했다. 6.3데모인가 할 때 나는 군인이었는데, '대일굴욕외교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같은 건 못마땅 하게 생각했다. 다들 그게 무슨 민족을 위한 일인듯 몰려다닐 때, 나 홀로 박통이 5천년래의 가난에서 민족을 중흥시킬려는 고독한 지도자라고 믿었다. 68년 복학해서도 가장 데모 잘하던 K대 교정에서 혼자 데모에 반대했다. 타임지가 취재를 나와서 데모 찬성과 반대 학생 두 명 인터뷰 할 때 나는 소수 반대 학생 대표로 응했다. 철학과 후배인 도올 김용옥이 데모 주동하다가 강의실에서 나에게 구타 당하여 교수들까지 출동한 일이 있다. 철학이 무엇인가.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내다보는 예지다. 도올은 하바드 박사로 지식은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게 약하다.  지금 대학시절 운동권들은 모두, 단군 이래 가장 눈부신 경제 성장의 기적을 훼방한 철없이 아이들 이다. 박통의 업적이 지금 와서 햇불처럼 뚜렷히 밝은 데도, 아직도  정치하는 사람 중에 과거 황구를 나불대며 데모한 걸 자랑한다면 바보나 파렴치한일 뿐이다.모두 반성해야 한다.

오늘 19일, 밤에 개표가 되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아버지 박정희처럼 청렴하고,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도 아버지처럼 고독한 선구자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안 되면 큰일난다 싶다.

                                                                                                                  12월 19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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