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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거사 2012. 11. 7. 08:45

 






                    섬

 

 


  나는 작으마한 섬을 하나 갖고 싶다.

남향 백사장에 서북에 높은 산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 

서북쪽 산 높으면 풍수로는 해좌사향(亥坐蛇向) 귀격길지(貴格吉地)로 친다.

지세가 서북풍 막아주는 아늑한 곳에서 흐르는 물이 이른바 동류수(東流水)다.

이때 물은 서북에서 동남으로 흘러야 태양의 일조각도가 순해진다. 

몸에 유익한 적외선을 아침 해로 받고, 몸에 무익한 자외선은 저녁 해로 비낀다.

 

산정은 바위산이어야한다.

암봉(巖峯)이라야 물이 맑고 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금강산과 설악산이 그렇다.

 

 물이 발원하는 곳에는 약초를 심어야한다.

당귀(當歸) 인삼(人蔘) 구기자(枸杞子) 감국(甘菊) 맥문동(麥門冬)

오미자(五味子)를 순서없이 심는다.

당귀는 피를 맑게하고, 인삼은 음기와 양기를 다 보해주며,

구기자는 정력에 좋고, 감국은 눈을 밝게하고,

맥문동과 오미자를 폐를 맑게하고 담을 없앤다.

약초의 뿌리를 씻고 흘러오는 물은 약수다.

약수를 마시고 약수에 목욕하고 살면서, 신선의 수명을 닮아갈 것이다.

 

 꽃피고 새우는 계절 속에 흥취 돋우는 것은 술이다.

국화꽃 솔잎 진달래 칡 장뇌뿌리 술독에 담아, 국화주, 솔잎주,

두견주 갈근주 장뇌주 만든다. 

술은 오래 될수록 산가의 멋이 살아난다.

 

  냇가는 바위가 있어야하고 바위는 푸른 이끼가 앉아야한다.

바위 위는 낙락장송 있어야하고, 그 아래는 신선이 차를 다리는

영지버섯 자라야한다.

 

 집은 냇가 물흐르는 소리 나직히 들릴만한 거리에 있어야하고,

뜰은  매화와 차나무 춘란이 보일만한 곳에 있어야 한다. 

집 근처는 대숲이 있어야하고, 대숲 옆은 오동을 심아야 한다.

오동 아래 평상이 놓여야 하고, 평상 옆엔 풍로가 있어야 한다.

달이 밝으면 풍로에 차를 끓이고, 거문고 한곡치거나, 새벽에

장닭 울음소리를 즐겨 듣는다. 

향 피우고 목탁을 치거나, 반야심경을 읽는다.

 

 비오는 날은 약초 심고, 날 맑은 날은 낚시를 한다. 

감나무 배나무 밤나무 앵두등을 심었으니 철따라 과일이 익을 것이요,

약초와 채소 키우며 바다의 조개와 생선 맛을 즐길 것이다.  

 

 유정한 것이 섬이니, 하얀 백사장에 해당화 붉고,달빛 아래에 은파가 푸르다.

모래톱엔 백합과 바지락이요. 암벽 아래엔 미역과 다시마가 자란다.

 멍게 해삼 낙지 소라 게가 숨어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탈속은 소동파와, 현현은 노장과, 절개는 굴원과,

서화는 추사와 이립옹과 함께 노는 것이 제격이다.

책을 펴고 이들과 유유히 교제한다.

 

 

 간혹 일척소정을 파도 위에 띄우면, 섬은 그대로 하나의 산수화요,

갈매기는 어옹(漁翁)의 친구다.

선경(仙景)에 배를 띄우고 황혼에 돌아올 줄 모르니,

스스로 미불(米불)의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찬 강변에 홀로 고기잡는 그림)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이다.

 

 나는 자그마한 섬을 하나 갖고 싶다.

춘난 가득 심어놓고, 그  향기 맡으며 수석(水石)처럼 살고 싶다.

선악미추가 없는 화장세계(花臧世界)에서 살고 싶다.


                                                                                95년 7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