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

서울 부산 탁구시합 마치고

김현거사 2012. 5. 26. 06:23

 

 

 서대문포럼이 개최한 서울 부산 탁구시합을 잘 끝냈다. 중국과 미국이 탁구 교류로 냉전을 끝낸 것처럼 우리도 탁구외교를 시작했다. 탁구를 통하여 933 서울 부산 동기 사이에 놓여진 시간적 물리적 거리를 일시에 없애버렸다. 서울은 부산의 탁구선수 강정웅 김영환 신진규 이건영 이걸 전수웅 조광국 조용암이 동기지만 좀 낮설다. 부산 역시 서울의 권순탁 김두진 김창현 박진서 이정수 이종규 전영숙 정호영 조현건이 낮설긴 피차 마찬가지. 63년도에 진고 졸업하고 헤어졌으니 근 5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부산서 나타난 친구들. 좌로부터 이건영 김영환 강정웅 전수웅 성혜근(진주) 조광국

 

 먼저 시합 전에 서부전선부터 시찰했다. 이종규장군 배려였다. 12시에 서울역 tmo 장군 휴게소에서 차 한잔 하고 문산 가는 전철에 오르니, 창밖에는 보슬비가 내린다. 입담 좋은 정웅이는 수남이 유창환이 이야길 흥미진진 전개한다.간간이 제주목사 김영환이와 조광국이가 콤비를 자랑하는 두마리 모기처럼 애앵! 하고 날라와서 신나서 이야기하는 정웅이 입을 무차별로 물어뜯어 버린다. '누구는 강에 빠지면 조둥이만 동동 뜰끼다.' 사면초가다. 그러나 정웅이가 가만 있을 낀가. '아침부터 홑이불에 좆 튀어나오는 거처럼 와 이리 튀어나오노?' 응수.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씽경이 정태경 집안 내력도 정웅이 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지금은 산청에서 부동산 하는 정길이와 태경이 사이에 얽힌 배꼽 잡을 에피소드도 들었다. 세상에 옛친구 회고담보다 재미있는게 뭐 있을까 싶었다.

 문산 역에 도착하니, 보안사 박과장이 뛰어나온다. 예비역 육군소장 앞에 <충성!> 경례 부친다. 그러곤 군용버스로 민간인 통제구역 도라산역으로 데려가 브리핑 해준다. 다리 위에 삼엄하게 바리케이트 친 통일대교 건너 임진각 구경시켜준다. 휴전선 녹슬은 기차와 나무로 된 <자유의 다리>에서 기념촬영까지 해준다.

 스케쥴 잡은 사람이 누군가. 군 작전에 이골이 난 육군 소장이다.  밥 멕이고 목욕 시키더니, 밤엔 음악회 열어준다. 부산의 음악가 영환이 섹스폰이 여기서 진면목 발휘했다. 진주 음악가 오태식의 창도 좋았다.

 

김영환 연주하는 모습

 

 영한이는 정 많은 친구다. 이 공연 위해서 부산서 무거운 음악 장비 전부 들고왔다. 경부 탁구시합에 금일봉 보내준 미국 방준재의 신청곡 <돌아가는 삼각지> 불고, <용두산 엘레지>도 불었다.새깜둥이 오교장은 <나비야 청산가자>를 뽑았다.답례로 서울 대표 김모거사가 본인이 작사 작곡한 <미시령> 불렀다.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라빛 얼레지꽃 위에 내리네.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 카페. 안개 속에서 낮은 소리로. 인생의 외로움을 말하던 그대. 벽난로 남은 불 붉게 타던 밤. 슬로진 잔에 어린 보라빛 입술.>

 

 1부 음악 감상 마친 후, 2부 노래방 순서도 의미 깊었다. 해운대 신사 이건영의 노래 <바다의 교향시?>는 박자가 완벽해 100점 나왔다. 이 자리는 50년 세월에 잊혀진 낮선 친구들을 이제부터 잘 아는 새 친구로 만드는 마술같은 자리였다.

 

 휴전선의 밤은 이렇게 군부대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도라op>와 땅굴 구경하였다. 비무장지대 넓은 개활지 너머로 개성공단으로 가는 차들이 보였다. 전기 원자재 모두를 이쪽서 공급하는 공단이다. 이북 사람에게 개성공단 근무는 완전 특과다. 한 집에 한 명만 근무할 권리를 준단다. 간식으로 주는 쬬코파이는 물론 라면도 먹지않고 건데기를 건져서 집에 가져간다고 한다.그런데 너무 신이나서 였을까. 모노레일 타고 지하 145미터 땅굴 구경하고 나와보니, 아차차 시간이 급박하다. 군용버스에 승차 완료하니 서울 가는 전철 출발 시간 16분 남았다. 거기서 가면 20분 걸린다. 전철은 한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잘못하면 경부탁구시합 한시간 연기된다. 참관하러 온 친구들 목 빼고 기다려야 한다. 수는 들고 뛰는 수 밖에 없다. 갑작이 작전이 전개되었다. 라이트 켜고 신호등 무시하고 F-16 전투기 속도로 날라가는 수 밖에 없다. 역에 도착, 70 노인들이 모두 젊은 마라도나처럼 뛰었다. 개찰구 통과, 전철에 골인, 숨 헐떡이며 인원점검해보니, 부상 1명은 있었지만, 모두 승차다. 정웅이 얼굴에 피가 흐르고 있다. 뛰다가 넘어진 것이다. 전철이 출발하자 영환이가 정웅이 얼굴을 보며 의미심장한 말은 던진다. <나는 이번에는 왠지 사시미를 좀 묵고 싶다....> 사시미를 사줘야 가정이 무사할 거라는 것이다. 아까 뛸 때, 정웅이가 옆에 지나가는 아가씨 다리에 눈을 팔다가 넘어진 것을 봤다는 것이다. 사시미 사지않으면 집에다 전화를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광국이와 용암이가 옆에서 거든다. 정웅이도 당차다. 그럼 자기도 영환이 집에 전화를 걸 수 있다고 한다. 영환이가 전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넘어진 이유가 나변에 있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치열한 설전이 진행되는 속에 전철은 금방 서울역에 닿고 말았다.

 

 서울역 근방 약초삼계탕 집에 도착하니, 어떤 신사가 나와서 일행에게 공손히 절을 올린다. 하종보 선수다. 부산 친구들 점심 사겠다고 나온 것이다. 삼계탕이 나오자 어떤 거사가 들쭉술 한 병을 내놓는다. 김정일이 부산 친구들 주라고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의 이인한 선수는 남성용 지갑 한 세트씩을 증정한다. 포식하고 시합장에 가보니, 서울 933 회장 민순식을 비롯한 내빈들로 홀이 만원이다. 권순탁 권재상 귄씨부터, 이채우 이종해 이씨도 있고, 정학영 정호영 정씨도 있다.

부산팀 회장 전수웅의 인사말 후, 이번 경부탁구대회 대회장 이종규의 인사말이 잇따랐다. 기우회 족구회 등 단체와 개인의 성금 내역이 발표되었다. 총진행은 전영숙. 시합은 스매싱 하나하나 응원의 박수갈채 속에 진행되었다.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 열기로 보아 가을의 서울팀 부산 원정도 볼만 하겠다. 진주 대구 울산 친구들 참가하면 엑사이팅한 만남이 되리라 싶었다.  이윽고 시합결과가 나왔으니, 단식 우승자는 전영숙, 단체 우승은 부산팀이 차지했다. 상패는 부산이 가져갔다. 전체적으로 부산팀이 강했다.

 

좌측부터 이채우 이병소 권재상 이종해 하종보

좌측 하종보 정학영 정호영 이선량 김두진

시상 후 참석자 전원에게 저녁은 이화웅선수가 제공했고, 권순탁 선수는 커다란 산삼주 통을 들고왔다. 전원에게 한잔씩 권해주었다. 자발적으로 점심 저녁 제공한 하종보 이화웅 두 친구 복 받을껴! 부산친구들 건강하게 잘 있다가 가을에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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