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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책임 소재

김현거사 2012. 3. 20. 11:18

 중국이 좋은 점은 호텔로비에서 담배를 버젖이 물고 다녀도 되는 점이다. 그에 비해 요즘 서울은 변했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워도 벌금형이다. 이럴려면 국가에서 먼저 전매청부터 없애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국가가 한쪽에선 팔면서 한쪽에선 고객에게 이 무슨 해괴한 경우없는 짓거리를 하는지 모른다.

 내 경우는 창원훈련소에서 흡연이 시작되었다.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국가가 매주 몇갑 몇가치씩 정확히 나에게 담배를 배급했기 때문이다. 훈련소는 국가기관 이다. 담배의 '담'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언제는 담배를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이제는 흡연자의 인격을 싹 무시하고 범법자 취급하는가. 이런 양면적 행위가 공권력에서 행해지면 우리같은 선량한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가.

 금연은 마약보다 끊기 어렵다고 한다. 궂이 금연이 좋다고 느껴져 권장하고 싶으면, 국가는 먼저 대국민사과문부터 발표해야 한다. 훈련소에서 비흡연자에게 담배를 주어서 흡연을 가리킨 것이 실책이었음을 인정하고 흡연자에게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흡연으로 인해서 발생한 육체적 정신적 손해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할 것을 발표해야 한다. 배상을 한꺼번에 하기 어려우면 매월로 나눠서 연금처럼 지급해야 할 것이다. 고엽제 뿌려진 월남전 참전 용사에 대한 것처럼 의료상 혜택도 결정해야 한다. 고엽제나 흡연이나  둘 다 건강에 좋지않긴 마찬가지다. 다 국가가 하자는대로 따라간 결과이다. 

 혹시 이 군가를 아시는가 모르겠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전우가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게했던 당사자가 누구일가.

 

 중국의 석학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 중에서 ‘담배와 향에 관하여’라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상상력을 수반하지 않은 사상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또는 상상력이 무미건조한 금연의 찢어진 날개를 타고 어떤 힘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를 수 있단 말인가?"

 헤밍웨이 역시 담배를 피웠다. 나 역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 때 담배를 피운다. 주로 <한라산>을 피우지만, 간혹 <말보르>도 피운다. 말보르를 입에 물면 순애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어 marlboro의 뜻은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남자는 옛사랑을 항상 기억한다. 로맨스 때문에)이다. MIT 공대생이 지방 유지의 딸을 사랑하다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좌절되었는데 훗날 필터담배를 개발하여 백만장자 되어 그녀를 만난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쯤 빈민가에 살던 그 여인에게 결혼을 신청하자, 여인은 돌아가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말보르 담배 판촉을 위한 이야기라는 설도 있지만, 좌우간 애달픈 이야기다.

 나역시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할까 하다가, 마지막 남은 인생, 담배 피우며 좋은 글 쓰는게 더 낫다 싶어 후자를 택했다. 또하나 이유도 있다. 보사부 고위직에 있던 후배 이야기는, 몸 안에 축적된 니코친을 다 없애려면 담배를 피운 시간만치 세월이 가야 한다고 한다. 내 경우는 130세 쯤 되는 것이다.

 

 흡연이 건강에 유해한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젊은 사람은 흡연하지 않도록 말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성 세대에게 흡연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약 보다 끊기 어려운 것이 흡연 습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마약은 가르킨 자에 책임이 있을까, 따라간 자에게 책임이 있을까. 잠간만 생각해보면 해답은 금방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일부 인사들은 흡연자에 대한 혐오감을 맘대로 펼친다. 천편일률적인 여론이 플렉스빌리티가 결여되어 있다. 흡연자도 고엽제가 뿌려진 월남전 참전용사와 마찬가지로 국가 시책에 부응하다가 고질병 얻은 피해자란 걸 완전히 무시한다. 허허 참! 정말 못말리는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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