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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정사의 유래

김현거사 2019. 2. 14. 14:53


 기원정사의 유래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사위국(舍衛國)의 파세나데왕에게 싯다르타라고 하는 한 사람의 대신이 있었다.
그의 집은 매우 부자여서 그의 재산은 거의 무진장(無盡藏)하다고 그때 인도 사람들이 말했다.
그는 세상의 다른 부자와 달라 인자하고 박애심이 풍부해서 국내는 물론 외국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 늙어서 홀아비가 되어 외로운 자가 있으면 기꺼이 이를 구조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그의 문 앞에는 항상 이러한 가난하고 늙은 남녀가 마치 시장처럼 모여들어 그로부터 물자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그 다시 사람들은 그가 고독한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존경을 받게 되었고 그가 인자하다는 이름이 방방곡곡에 알려졌다.
그는 다만 재물일 풍부할 뿐만 아니라 일곱 사람의 아들을 가져서 그 가정은 아주 단란한 낙원을 이루어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표적이 되었다.
일곱 사람이 모두 남아였기 때문에 그는 그 아들들이 성장함에 따라 장가들여 아내를 맞이하게 했다.
이미 여섯 사람까지는 모두 결혼시켰으나 막내아들에게도 장가들여야할 시기가 닥쳐왔다. 막내아들은 남자다운 용모를 갖추고 있었고 막내둥이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는 이 아들을 특히 사랑하고 있었다.
사내다운 막내아들의 아내를 구해야 할 때가 되어 그는 아름다운 아내를 구해주고 싶어서 어느날 아는 사람인 바라문에게,
『막내아들에게 합당한 미인이 없겠소?』
하고 물어 본 일이 있다.
『아름다운 처녀를 물색하려면 저희들의 동료가 여러 곳을 걸식하고 다니므로 그에게 의뢰해서 미인을 구하도록 합시다.』
고 말하고 받아들였다.
『그럼, 죄송하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바라문은 그의 부탁을 받아들여서 각 지방을 돌아 구해보았다.
그런데 마침내 왕사성에 가니 성(城)안에 고미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다.
이 대신도 큰 부자였다. 그는 삼보(三寶)에 깊이 귀의(歸依)하고 있었다.
바라문은 이 대신의 문 앞에 서서 걸식(乞食)을 했다.
이 나라의 습관으로 걸식하러 가면 반드시 이 집의 딸(童女)이 음식물을 갖고와서 공양하게 되어있어서 고미의 딸도 그것을 가지고 스스로 문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마치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녀의 용모를 살펴 본 바라문은
『음식물을 공양받는 것보다 꼭 찾아내려는 미인을 오늘에야 발견한 것이다.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다.」하고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렇지만 이미 약혼이라도 하였다면 그 기쁨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실례입니다만 당신은 약혼하셨습니까?』
하고 무례하게 물어보았다.
『아니예요. 아직은 그런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지금 아버님께서 집에 계십니까?……』
『네, 계십니다.』
『대단히 실례이옵니다만 곧 만나 뵈옵고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녀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서,
『지금 문 앞에서 걸식하는 분이 아버지를 잠깐 면회하려고 합니다.』
하고 말을 전했다.
고미 대신은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아무튼 맞아들이기로 했다.
주인의 모습을 본 바라문은,
『건강하신 모습을 뵈옵게 되니 기쁜 마음 그지없습니다. 죄송하오나 지금 당신께선 사위국(舍衛國)의 싯다르타 대신을 아시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 아직 만난 일은 없습니다만 그의 존함(尊)은 잘 듣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대신은 사위국(舍衛國)에서 제일가는 부호로 인자함이 풍부한 인격자이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또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라고 들었습니다.
그 싯다르타에게는 매우 얼굴이 잘 생겼고 더욱이 머리가 좋고 마음씨도 좋은 참으로 멋진 아들이 있어서 당신의 따님과 결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 집 사이에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되오나 어떻습니까?』
『그것 참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잘 것 없는 딸이오나 결혼하도록 하겠습니다.』
『쾌히 승낙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바라문은 그 내용을 서신으로 적어 사위국(舍衛國)에 가는 인편에 부탁해서 싯다르타에게 통지했다.
즐거운 통지를 받은 싯다르타는 매우 기쁘다며 곧 왕궁(王宮)에 들어가 왕에게 고하여 허락을 받고 여러 가지 값비싼 보물을 차에 싣고 아들의 결혼을 위해 왕사성(王舍城)으로 출발했다.
길거리마다 가난하고 고독한 사람이 있으면 그 모든 사람들에게 보물을 주고 드디어 고미대신의 집에 도착했다.
고미대신의 집에서도 사랑하는 딸의 남편을 맞이하게 되므로 여러 가지 환대할 준비를 갖추어 먼 곳에서 오는 손님을 환영했다.
싯다르타 대신 일행은 거기서 숙박하게 되었다.
그런데 해 질 무렵이 되어 주인인 고미대신이 친히 나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하는 것을 지휘하여 집안이 크게 소동하고 있는 것을 본 싯다르타는,
「이 집에서는 저와 같이 훌륭한 음식을 마련하기에 정신을 잃고 있는데 국왕이나 태자 또는 명사(名士)나 친지 및 친족의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일까.
무슨 까닭으로 저와 같은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고 생각했다.
『주인께선 매우 다망(多忙)하신 것 같습니다만, 오늘 저녁에 어떤 귀한 손님이라도 오십니까?』
『아닙니다. 손님들은 오시지 않습니다.』
『그러시면 왜 여러 가지 음식을 그토록 많이 준비하시는 것입니까?』
『실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초대해서 공양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란 이름을 들은 싯다르타는 갑자기 스스로 마음속에 기쁜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 부처님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어떤 분이옵니까?』
『당신께선 모르시고 계십니다만 슛도나다왕의 태자로 그의 이름은 싯다르타라고 하는 분입니다. 그가 탄생할 때에는 하늘에서 성서로운 현상이 나타났으며 모든 신들이 그것을 수호하고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추어 칠보행(七步行)을 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우러름을 받은 분입니다. 그는 왕위를 이어받아야 할 사람이나 한 번 생(生), 노(老), 병(病), 사(死)의 괴로운 상(相)을 보게 되자 왕궁에 머물러 있는 것을 원치 않고 출가수도(出家修道)하여 육년 동안 고행(苦行)한 결과 모든 세속(世俗)의 욕망을 끊게 되고 신성한 지혜를 얻어 마침내 부처님이 되신 것입니다.』
『스님이라고 하시는 것은?』
『부처님께서 도(道)를 깨닫고 나서 묘법륜(妙法輪)을 전용하여 바라나시나라 녹야원(鹿野苑)안에 이르러 쿨린 등 다섯 사람들 때문에 사체(四諦)의 법문을 말씀하시게 되니 이 사람들이 최초로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번뇌(煩惱)를 끊고, 스님이 되신 것입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에는 카샤파형제(迦葉兄弟)를 비롯해서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출가하고 세 번째에는 사리불(舍利佛)과 목갈라나(目連)라고 하는 사람들 오백명이 입문(入門)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번뇌를 끊고 해탈(解脫)을 얻고 온갖 생물과 모든 사람들의 스승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스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이름조차 듣지 못했던 싯다르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기쁨이 용솟음치고 마음속으로 존경심이 생겨 빨리 밤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존경하는 부처님을 예배(禮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지성(至誠)이 통해서인지 하늘과 땅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는 벌써 날이 밝았다고 생각하고 곧 라에츠 성문(城門)까지 갔다.
그러나 이 때는 아직 밤중이었다.
그는 거기서 하나의 신을 모신 사당(天詞)을 발견하고 거기에 예배했다.
그 사당을 예배하고 있으니 곧 부처님을 염불하는 일을 전혀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밤은 다시 암흑을 이루었다.
『아니 어두운 밤이었구나. 이 밤에 나와서 걸어다니면 악귀(惡鬼)와 맹수(猛獸) 때문에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럼 성으로 돌아가서 밤이 밝아지면 가는 것이 안전하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그곳으로부터 성으로 뒤돌아 오려고 했다.
이 때 그의 친한 친구로 죽은 후에 천상계에 태어 난 사나이가 그의 후회하고 있는 모습을 하늘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곧 지상으로 내려와서,
『자네 후회하고 돌아가서는 안 되네. 곧 가서 부처님을 예배하는 것이 좋겠네. 예를 들면 이제 백대의 차에 값진 보물이 가득 차 있다고 해도 한 발자국 더 걸어가 부처님께 나아가는 공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대도 후회하고 말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네, 비록 백 마리의 코끼리가 짊어질만한 보물을 이제 얻는다고 하더라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이익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일세.
그대는 곧 그곳을 떠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야 하네. 현재 여기서 세상에 가득찬 보배를 얻는다고 하여도 한 걸 더 나아가 세존이 계신 곳에 이르는 크나 큰 이익에 비하면 훨씬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온 천하의 진귀한 보배를 이제 당장 얻을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가르침을 받는 이익에는 비길 수가 없는 것이므로 망설이지 말고 가는 것이 옳겠네.』
하고 그는 권했다.
그는 이 하늘의 말을 듣고 기쁜 마음을 가져 한창 더 깊이 부처님을 공경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캄캄하던 밤은 또 밝아졌다.
그는 기쁨에 가득 차서 길을 물어 부처님 계신 곳에 도달했다.
그 때 석존은 싯다르타가 온다는 것을 알고 방 밖에 나와서 산책하고 계셨다.
멀리서 석존께 절한 그는 부처님의 좋은 인상과 엄연(嚴然)한 위용(威容) 및 지혜로움이 마치 금산(金山)과 같은 것을 보고 고미대신으로부터 들은 것보다 몇배나 더 훌륭한 것에 놀라고 기뻐했다.
다만 이 위엄있는 모습을 예배하고 싶다는 지성(至誠)뿐이며 어떻게 해서 부처님을 예배하여야 하는 예의(禮儀)를 그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바로 석존을 향해서,
『세존, 편안한 자세를 취하겠습니다.』
하고 물었다.
그 때 석존은,
『그럼 거기에 앉도록 하시오.』
하고 그를 자리에 앉게 했다.
이 때 수타회천(首陀會天)이 멀리서 싯다르타를 보니 석존을 예배하는 예의를 결하고 있으므로 네 사람의 인간으로 화하여 열을 지어 석존 앞으로 왔다.
『세존, 기거(起居)를 편히 하고자 합니다.』
하고 묻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자리에 앉았다.
이 예법을 목격한 싯다르타는 스스로 예법을 갖추지 못한 것을 깨닫고 심히 황송하게 여겼다. 부처님을 공경하는 예법은 그와 같이 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곧 좌석에서 일어나서 네 사람이 행한 것과 같은 순서와 방법으로 다시 예배하고 물었다.
이 때 석존은 그를 향하여 사체(四諦)의 법문(法門)을 설법하셨다.
처음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그는 기쁜 마음을 갖고 성법(聖法)에 따르게 되었다. 마치 그것은 깨끗하고 흰 배가 여섯 가지 빛깔로 물들기 쉬운 것처럼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그는 곧 불법에 익숙하여 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세존, 사위성(舍衛城)안에 저의 동료들도 불법을 듣고 곧 이에 귀의할 수 있겠습니까?』
『사위성(舍衛城) 안 사람들은 대다수가 사법(邪法)을 깊이 믿고 있기 때문에 성교정법(聖敎正法)에는 용의하게 귀의할 수 없을 것이요.』
『모처럼의 초청이기는 하나 출가하는 규칙이 일반 사회와 다르며 그 사는 집도 또한 서로 다릅니다. 그것은 사위국(舍衛國)에는 출가하여 머물러 있을 정사(精舍)가 없고. 그런 까닭에 가려고 생각해도 갈 수가 없는 것이요.』
『그 정사(精舍)를 제가 건립(建立)코자 하오니 아무튼 허락하여 주십시요』
『………………』
그는 이와 같이 말씀 드렸으나 석존은 다만 묵묵히 계실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석존이 계신 곳에서 고미대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막내 아들의 혼사를 진행시켰다.
마침내 그 혼인 예식이 지체없이 축복 속에 끝나자 그는 다시 석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세존, 저는 지금부터 본국에 돌아가서 정사(精舍)를 건립하려고 생각합니다만 그 모양을 알지 못합니다. 부디 제자분들 중에 어떤 분이 저와 함께 가서 도와 주실 수 없겠습니까?』
하고 정사 건립의 설계에 대하여 부처님 제자 한 사람을 파견해 줄 것을 간청했다.
이 때 석존은 「사위성(舍衛城)안의 바라문들은 사견(邪見)을 믿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이 사람들에게 압도 당해버릴 것이다. 다만 사리불(舍利佛)만은 바라문 종족 출신으로 다소 총명하며 또 신에 통하는 힘을 갖추고 있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를 제외하고는 적당한 제자가 없다.」
라는 것을 생각해 내었다. 그래서 사리불에게,
『사리불, 그대는 싯다르타와 함께 가서 정사(精舍)를 세우는데 도와주지 않겠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리불께서는 하루에 몇 리(里)나 걸어가실 수 있습니까?』
『싯다르타여, 저는 전륜왕족행(前輪王足行)의 법에 따라 하루에 이백리(二百里)씩 걸을 수 있습니다.』
사리불과 싯다르타 일행은 부처님 계신 곳을 떠나 본국으로 향했다.
길을 따라 하루에 이백리를 가면 그 곳에 한 채의 집을 이루고 따르는 자들을 쉬게 하고 음식물도 충분히 주어서 위로하면서 마침내 본국인 사위국의 자택에 도착했다.
매일 사리불과 함께 성 아래 이곳 저곳 정사를 세울 후보지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한곳도 사리불의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다만 쥬타태자의 소유인 동산만이 토지가 평탄하고 나무가 울창하며 더욱이 마을로부터 약 삼십리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정사(精舍)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싯다르타여, 여기가 가장 알맞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에 정사를 건설하는 것이 좋겠소. 만약 이보다 멀리 떨어진 곳은 걸식하기가 곤란하게 되며, 또 이보다 도시에 더 가까우면 소란해서 수행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나 여기는 태자의 소유이므로 가서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마침내 장소를 선정할 수 있게 된 싯다르타는 기뻐하며 재빨리 태자가 있는 곳에 갔다.
『태자님, 저는 부처님을 위해서 이 나라에 정사를 세우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태자의 동산이 가장 알맞는 곳이라고 하는데 어떠하온지? 저에게 그 곳을 팔아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 싯다르타의 말을 들은 태자는 미소 지으면서,
『저는 돈에 부족함이 없고. 그 동산은 제가 산책하며 때때로 소풍하는 곳이요. 팔 수는 없소.』하고 거절했다.
싯다르타는 몇 번이고 양도해 줄 것을 애원했다.
그러나, 원래 이 쥬타태자는 매우 욕심이 많고 심장이 강한 자였기 때문에 마침내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싯다르타, 그것이 소원이라면 양도해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나 꼭 갖고 싶다면 그 땅에 틈이 없도록 황금으로 깔아 놓는다면 주겠소. 어떻습니까? 할 수 있습니까?』
『예, 그것은 자못 쉬운 일입니다. 그럼 꼭 팔아 주시겠습니까?』
싯다르타는 성질이 바르고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의 예리한 성격이 두려웠던지 태자는,
『아니, 황금을 깐다구? 아니 그것은 사실 나의 농담이었소.』
『무슨 말씀입니까? 농담이시라구요? 한 나라의 태자로서 망언(妄言)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망언을 해서 어떻게 왕위를 이어 국민을 다스릴 수가 있겠습니까? 이 일의 흑백은 법원에서 심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가십시다.』
정열을 기울이는 그는 마침내 태자와 법정에서 투쟁하게 되었다.
이 때, 수타회천(首陀會天)은 부처님을 위해 정사를 세우려고 하는데 이제 법정에서 싯다르타와 태자가 다투게 되면 반드시 모든 대신은 태자에게 호의를 갖고 마침내 사리에 어긋나는 결판을 내릴 것이 두려워 곧 한 사람의 남자로 화해서 태자를 향해,
『태자로서 망언을 해서는 절대로 안될 일입니다. 이미 허락해 주었으면서 중도에 그것을 뒤집는다고 하는 일은 한 나라의 태자로서는 도저히 하실 수 없는 일입니다. 약속대로 싯다르타가 황금을 깔아 놓으면 그것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렸다.
싯다르타는 이 판단을 받고 매우 기뻐서 곧 집사람들에게 명해서 코끼리에 황금을 싣고 차례로 동산으로 운반해서 깔아 쌓았다.
동산의 거의 전부인 약 이만오천평을 황금으로 깔아놓았다. 그래도 아직 약간의 빈 땅이 남아있었다. 이것을 본 그는(그럼 이번에는 어떤 창고에서 금을 내어올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살펴 본 쥬타태자는,
『이젠 금이 더 없겠지요?』
하고 말했다.
『금이 부족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창고에서 남은 땅을 메꿀 금을 내어 올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곧 모두 깔아 놓을 것입니다.』
이 대답을 들은 태자는,
『그만 됐습니다. 동산은 약속과 같이 당신의 소유로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나무 전체는 나의 소유이므로, 나는 이 나무를 부처님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부처님의 위력에 감탄하여 공동으로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태자께서 친히 도와주신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아무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설계 및 그 밖의 준비에 착수했다.
이 나라에는 종래에 승단(僧團)과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의 사상가가 있어서 그것을 육사외도(六師外道)라고 말해 왔으나 그들은 국왕이 귀의(歸依)하게 되어 이란 사람들로부터도 우러름을 받고 있었다.
태자와 싯다르타가 협력해서 석존을 위한 정사를 세운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매우 놀라서 국왕에게 나아가,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싯다르타가 쥬타태자의 동산을 사서 불도를 위한 정사를 건설하려는 것 같사오나 우리들과 주술(呪術)로 승부를 걸어 만약 그들이 승리하는 날에는 건설을 허락하여 주시도록 하여 주시겠습니까?』
하고 항의를 하여 왕에게 고했다.
왕은 이것을 싯다르타에 전달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그는 심혈을 기울인 그 성스러운 업에 방해가 생겼다고 고민했다.
그곳에 사리불이 와서 싯다르타를 보니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으므로,
『몹시 고민하고 계신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왕이 전해 온 일을 자세히 말하고,
『모처럼 성스러운 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됨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하고 덧붙였다.
『아니 그처럼 염려할 것은 없습니다. 비록 육사(六師)의 무리가 세계에 가득 찼다고 하더라도 내 발의 털 하나라도 움직일 힘이 없습니다.
주술(呪術)을 경쟁하려면 언제라도 상대가 되어 외도(外道)를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해 주겠소.
안심하시고 왕에게 부처님 제자인 사리불이 육사(六師)와 주술 시합을 하겠다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는 사리불의 이와 같이 자신 있는 확답을 얻었으므로 안심하고 다시 그 뜻을 왕에게 고하였다. 그래서 왕은 육사에게 그 일을 전달했다.
육사의 무리들은 석존의 입문을 격파하는 것은 바로 이때라고 생각하고 전국에,
『칠일 수 성밖의 광장에서 구돈과 신술 시합을 할테니 참관하라.』
고 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 날이 되니 이 나라의 규정으로 동(銅)으로 만든 종을 칠 때는 팔만 명이 모이고 은(銀)으로 만든 종을 칠 때에는 십사만명, 금(金)으로 만든 종을 칠 때는 전 국민이 모이게 되어 있는데 금종을 쳐서 모든 국민을 소집했다.
지정된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서 가득 메웠다.
이 군중 속에서 삼만명은 육사의 신자였기 때문에 이 신자들은 육사 때문에 높은 자리를 설치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육사의 무리들은 설치해 놓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대중을 내려다보고 사리불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므로,
『대왕님, 사리불은 큰 소리를 쳐 놓고 갑자기 겁에 질려서 나타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라고 왕에게 고했다.
왕은 싯다르타를 불러서,
『빨리 그대의 사장(師匠)의 제자분에게 오라고 전하십시요.』
하고 명했다.
싯다르타는 사리불에게 그 일을 알렸다. 나무 아래서 조용히 선정(禪定)하고 있던 사리불은 천천히 일어서서 의복을 정리하고 앉는 도구 마저 왼쪽 어깨에 걸치고 사자왕이 걷는 모습과 같이 뚜벅뚜벅 군중 속으로 나아갔다.
그의 위세가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을 본 군중은 풀들이 강한 바람에 나부끼듯이 자연히 일어나서 사리불을 예배했다.
사리불은 싯다르타가 설치한 좌석에 조용히 앉았다.
모여든 군중들은 지금부터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비술(秘術)이 행해지고 어느 편이 승리를 얻을 것인가 하고 대단한 흥미를 갖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 육사(六師)의 제자로 환술(幻術)에 뛰어난 로우드셔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주문(呪文)을 외우니 한 그루의 나무로 변화해서 그 나무가 점점 커져서 마침내 나무 그늘이 많은 사람을 덮어 버렸다.
『보라! 로우도셔가 비술을 나타냈다.』
하고 사람들이 부르짖었다.
이것을 본 사리불은 신의 힘을 갖고 큰 설풍(風)을 일으켜서 그 나무를 뿌리채 뽑아서 땅 위에 쓰러지게 하고 먼지처럼 산산조각이 나게 했다.
『사리불이 이겼다.』
하고 군중들은 부르짖었다.
실패하게 된 로우도셔는 분하게 여겨 다음에는 사방(四方)을 칠보(七寶)로 장식된 연못 속에는 여러 가지의 묘한 꽃이 피어있는 한 개의 연못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니까 사리불은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희고 큰 코끼리의 모양을 나타냈다.
하나하나 어금니 위에 일곱 개의 꽃이 피고 그 중 한 개의 꽃 위에는 일곱 사람의 미녀(美女)가 앉아 있었다.
이 큰 코끼리가 그 연못 가로 가서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 물을 마시니 칠보 연못은 곧 사라져 버렸다.
『또 사리불이 이겼다.』
하고 군중은 큰 소리를 질렀다.
로우드셔는 이번에는 칠보와 나무와 꽃과 과실로 들어 찬 장엄한 산을 만들어 보였다. 이때 사리불은 금강역사(金剛力士)로 화해서 금강(金剛)의 절구공이로 멀리서 이 산을 가리키니 산은 파괴되어 그림자도 형태도 없어져 버렸다.
『이번에도 또 사리불이 승리했다.』
하고 떠드는 소리가 장내에 가득 찼다.
그 후에도 로우드셔는 혹은 용(龍) 한 마리가 머리 열 개를 나타내어 그것이 살이 찐 큰 소로 변하거나 밤의 귀신이 되기도 하여 그가 체득한 비술을 다해서 사리불을 경쟁했으나 모두 사리불 때문에 타파되고 그때마다 사리불을 칭찬하는 소리가 광장 안을 메아리쳤다.
이 때문에 외도(外道)인 그는 완전히 뒤바뀌어 도저히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이와 같이 해서 육사를 굴복시킨 사리불은 싯다르타와 함께 쥬타 동산으로 가서 정사 건설에 착수했다.
싯다르타는 스스로 손으로 줄의 한 쪽 끝을 잡고 사리불도 또 그 한 쪽 끝을 잡아서 땅을 측량했다.
그때 사리불은 기쁜 마음으로 미소 지었다.
『성자(聖者)는 무슨 까닭으로 미소 짓고 계십니까?』
『이 땅을 측량하고 있는 동안에 육욕천(六欲天)에는 이미 궁전(宮殿)이 이루어졌소. 이제 나의 도(道)의 안경(眼鏡)을 빌려 줄 터이니 보시요.』
하고 말해서 싯다르타는 도의 눈으로 육욕천 안의 장엄하고 깨끗한 궁전을 모두 볼 수가 있었다.
『이 육욕천 중에서는 어디가 가장 즐거운 곳이옵니까?』
『그렇지, 아래의 삼천(三天)은 색욕(色欲)이 짙고 위의 이천(二天)은 교만(驕慢)하고 스스로 방자하며 제사천(第四天)은 욕심이 적고 족함을 알므로 여기는 항상 보살(菩薩)이 계신 곳이요. 그런 까닭에 제사천이 가장 즐거운 경지일 것입니다.』
하고 말하니 제사천의 궁전만을 남기고 다른 궁전은 사라져 버렸다.
이것을 다 보고 나서 두 사람은 또 줄을 잡고 땅을 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리불이 갑자기 침울한 빛을 나타냈다.
『성자여, 무슨 일로 근심에 잠기는 것이옵니까?』
『이 땅 속에 개와 새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요.』
『네, 보입니다.』
『이 개와 새끼는 과거의 비파시불(毘婆尸佛)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九一겁(九十一劫)이라고 하는 오랜 동안, 이 땅에 당신이 모든 부처님을 위해 정사를 세우고 있는데도, 아직 축생으로부터 해탈할 수가 없이 살고 있는 것을 보니 불쌍히 여겨져서 그렇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땅을 측량하는 것이 끝났다.
싯다르타는 여기에 정사를 세워서 석존을 위하여 전단( 檀)을 갖고 별도로 바위집을 만들고 또 부처님 제자 일천이백 인을 위하여 다시 일백이십 개의 방을 특별히 마련하여 여기에 완전한 정사(精舍)를 세우는 성스러운 사업은 끝났다.
마침내 석존을 맞이하게 되었으므로 싯다르타는 국왕이 계신 곳에 가서 성업(聖業)을 완성했다는 보고를 하고 다시 국왕의 어명에 의하여 석존을 정사에 맞아 들이도록 원했다.
왕은 준공하였다는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곧 특사를 왕사성(王舍城)에 파견해서 석존과 그제자들이 정사로 옮아오실 것을 원했다.
석존은 수많은 제자들로 둘러 싸여서 사위국(舍衛國)으로 향하게 되었고 그 길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敎化)시키면서 그 나라에 도착하셨다.
사위국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거국적으로 그를 환영했다.
석존은 이들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응병여약(應病與藥)의 설법을 하였다. 고마운 부처님의 도(道)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아난(阿難), 이 동산의 토지는 싯다르타가 구입한 것이요. 나무나 꽃이나 과실은 쥬타의 소유였으며 두 사림의 마음을 같이하고 협력한 결과 건립된 정사이므로 이 동산을 기원급 고독원(祇園給孤獨園)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고 석존께서 말씀하셨다.
기원정사는 이와 같이 해서 완성됐으며 후세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정사로서 길이 전해온 유대를 이루었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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