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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김현거사 2016. 10. 17. 08:05

 

  울릉도 여행

 

 서울서 울릉도 가기 힘든다. 여행사 스케줄은 잠실서 새벽 3시반에 뻐스 떠나는 것이니, 하루 전 잠실 찜질방 신세 지고 뻐스 타야한다. 그건 영등포서 출발하는 만원 뻐스다. 

그래 10월의 마지막 밤을 영등포로 가서 찜질방 신세를 진 후새벽 3시에 타니 이게 웬일인가.

 일산서 손님 다 태우고 온다. 앞 좌석이 네 개 비었지만, 예약석이란다.

 '예약제라는 게 있다면 우리도 잠실서 탔지.' 전 육군소장 이종규 군이 그 점을 기사에게 강조해서 앞 좌석을 양보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강릉에서 아침 식사 후 쾌속선 씨스타 호에 올랐다. 

 

 

 3시간 항해 후 저동항에 닿으니 우선 산들이 높다. 화산 용암 분출된 곳이라 그럴 것이다. 집들은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조개 껍질다. 

 물빛은 초록 에메랄드 혹은 비취빛 이다. 물이 맑아 물밑에 미역이 너풀거리는게 훤히 보인다.

 'Most people live on a lonely island, Lost in the middle of a foggy sea.'

'사람들은 안개 낀 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에 산다.' 

 영화 <남태평양>의 Bali Ha'i란 노래 한구절 떠오른다.

 'Some enchanted evening, you may see a stranger.'

'어느 황홀한 저녁, 당신은 낯선 나그네를 만날지 몰라요.'

 역시 <남태평양> 주제곡 'Some Enchanted Evening(어느 황홀한 저녁)'도 절로 생각난다.

 

 


 

 저동항 닿아 촛대바위 구경하고 난전부터 둘러보니 해산물이 초라하다. 일부러 고기 살찐다는 늦가을 날 잡아 왔는데. 뜻맞는 친구들과 푸짐한 생선 맛보긴 틀렸다.

 허전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근처 수심이 2천 미터로 너무 깊어 고기가 귀하단다. 오징어 전성기 때는 인구 1만 명 정도이던 이곳에 다방이 무려 80 개나 북적댔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세월 다간 후였다. 전어, 멍게, 해삼님 귀한 얼굴은 뵈었지만, 육지서 날라온 것이다.

 

 사람들 생계를 물어보니, 여행사, 유람선, 택시, 음식점, 숙박업 등 50여 관광업종에 의존하고 있고, 더덕 취나물 농사꾼이 조금 있다고 한다. 

 관광이 주수입인데, 순진한 사람들은 바깥 동정을 모른다. 음식값이 육지보다 비싸다. 호박막걸리 한 병이 5천원이요, 질 좋은 해양심층수만 싸서 한 병에 천원한다.

이 가난한 인심 순박한 백성을 위해서 군청은 할 일 많을 것 같다. 시급히 전문인 초빙하여 하와이, 타이티, 피지, 뉴질랜드 관광 정책 벤치마킹하고, 정책을 세워야 겠다.

 

  봉래폭포 찾아가니 우선 그 이름 반갑다. 봉래, 영주, 방장 세 이름은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 이름 아니던가. 폭포 물은 높이 30미터 높이에서 삼단으로 떨어지는데, 위는 물이 없고 중간에서 나온 두 곳 용출수가 수원이다. 무공해 아름다운 폭포물이 도동 저동 주민들 음용수다. 울릉도 주민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 마시고 산다.

 

 해안산책로도 세상 어디서도 보기드문 절경이다. 나폴리가 그런가. 산타루치아가 그런가. 도동에서 저동 가는 1시간 30분 해안도로 한번 걸어보라. 풍광도 좋거니와 발 밑에 넘실대는 웅장한 파도소리에 칠십 노인네 아랫도리 덜덜 떨리게 한다. 해신이 사는 용궁 입구에 온 것 같다.

 바람에 모자가 날라갈까봐 손에 꼬옥 쥐면서 사람은 거센 바람과 파도 앞에 한마리 버러지 만도 못한 작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섬 둘레길 절벽 곳곳에 핀 꽃이 아름답다. 노란 건 털머위꽃, 보라빛은 해국(海菊)인데, 우산국 해국은 너무나 싱그럽다. 곳곳이 널리 피어있기도 했지만, 향기도 무척 짙다. 해안길이 해국 향기에 덮혀있다.

 

 

 이런 곳 그냥 지나가면 않된다. 잠시 산죽 푸른 곳 아래서 최상호군 대금 선율에 취해보았다. 그는 국창 안숙선씨 남편이다. 청학 백학이 허공을 나르는듯 청아한 대금소리 텅빈 골짜기를 울리고 파도 속을 날라간다. 

 

 

 죽도 가는 배 위에선 김두진 교수 간략한 강의 들어보았다. 그는 한국역사학회, 진단학회 회장 역임한 선비다.

 이사부는 505년(지증왕) 신라에서 군현제가 실시되어 최초로 실직주(悉直州)가 설치되자, 그 곳 군주(軍主)가 되었다. 512년에 우산국(于山國, 울릉도)을 점령하였는데, 원래 우산국은 주민들이 사나워 힘으로는 정복할 수 없었다. 그래 나무로 사자(獅子)를 많이 만들어 전선에 가득 싣고 해안을 내왕하면서,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밟아 죽이겠다고 위협하여, 마침내 항복 받았다고 한다.

트로이 목마 비슷한 이야기였다.

 

 지금 주민 중에 우산국 왕손은 무슨 성씨로 몇이나 남아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천 오백 년 전 그들 궁궐 터는 또 어디일까, 그런 생각 하는새 배가 닿았다.

 수직 절벽 계단이 몇 백개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좌우간 두어번 쉬고 올라갔는데, 죽도는 내가 항상 눈여겨 보던 곳이다.

 거기 단 한가구 사는 독립가옥 청년은 더덕농사를 하고 있다. 새로 시집온 새색씨는 주먹덩이만한 섬더덕 즙을 파는데, 한번 마셔보니 심신이 다 맑아진다. 경치도 천국이거니와 관광객은 매일 수없이 배로 몰려온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덕 사가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기 따로 없다.

참고로 말하면 울릉도 섬 경치는 죽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최고이다.

  

 나리분지도 특이한 곳이다. 겨울이면 하루 밤에 눈이 1미터씩 쌓이는 곳이다. 산마늘(명이나물), 더덕, 엉컹퀴, 미역취나물, 부지깽이나물, 나물천지다. 나리 분지 사는 사람들 생활은 풍족하다.

 섬잣나무, 팔손이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아열대 식물도 보였다. 꿩은 많고, 뱀은 없다. 이런 곳에 사슴 방생하면 볼거리로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밤에는 미인 많다는 울릉도라 미인 찾아서 이리저리 다방 음식점을 헤매다가 사람은 못만나고 호박막걸리 잔에 늙은이들 시름만 담아보았다.

 2박3일 매 식사는 오징어 내장탕, 홍합밥, 따개비밥 하나씩 먹어보았다.

 떠나기 전날 밤 찾아간 집이 별천지였다. 홍합밥 시키니 오징어 내장탕 무한리필 해주고, 호박 막걸리 시키니 오징어 조림 두 접시 준다.

 배 타기 직전 찾아간 아침 집도 좋았다. 숙박집 옆 할머니 아침 상 꽁치조림도 맛 있었다.

 

 다른 건 다 좋았다. 그러나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육지손님 어서와요.... 나를 데려가세요' '울릉도 트위스트' 노래 있질 않던가. 끝내 자길 데려가라는 울릉도 미인 못만난게 험이었다.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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