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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문학회 진주 모임(2013.10.2)

김현거사 2014. 5. 11. 15:59

남강문학회 진주 모임(2013.10.2)

 

 

 이번 여행 백미는 素心 김정희 시조문학관 방문이다. 그리고 완사 진남식당 전어구이 였다. 물론 본 행사야  양왕용 이숙례 서정민 세 콤비가 엄숙히 잘 진행하여 멋져부럿다. 특집으로 기리 이명길 문학 자상히 소개한 것도 좋았다. 그러나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거사다. 김정희 시조문학관에서 우리 남강문학회 부대가 하루밤  잔 것이 가장 맘에 든다. 진주에 문학관이란게 하나 맹글어져 겨우 진주가 예향이라는 이름값 좀 하고 체면 좀 세운다 싶었다.

 

 

거긴 발 아래 남강과 멀리 도동이 보이는 세비리 모티 언덕배기에 있었다. 고래등같은 세 채 한옥이다. 거기가 오래된 古都 진주 아닌가. 집이 진주와 딱 어울린다.

 

우리가 잔 방엔 비봉루 은초선생 병풍이 있었다. 친구인 그 분이 아버님 영전에 찾아와서 놓고간 반야심경 글씨 생각이 났다.

 

 

마당엔 코스모스가 피어있다.

 

 

실내엔 책이 많다. 

 

자세히 보니 책이 그냥 보통 책이 아니다. 

 

 

김소월 육필 

 

 

 

내가 잘 아는 달빛초당 김필곤 시집도 있다.

 

 

교과서에 있던 이호우.<달밤> 생각난다.

 

낙동강 빈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노을에 배를 맡겨봅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이 청마의 연인 이영도다. 

그의 <탑>이란 시는 이렇다.

 

너는 저 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새벽 6시에 거사 혼자 일어나 전시실에 올라가 불 켜고 구경 하였다. 그때 김정희 선배님이 올라와 이영도의 이 <탑>이란 시를 가만히 읊어 주신다. 아시다시피 시는 미인이 읊어주면 더 감동준다. 김선배님은 내 동기 김두진 교수 숙모님이다. 마지막 구절 <애모> <사리> <푸른 돌>이란 단어들이 가슴에 확 꽂힌다.

 

청마는 이런 시를 남겼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진주의 거사는 이런 시를...

 

<파도(1)>

나는 왜 항상 너에게 달려가 부서지고 싶은가
흐느끼며 닥아가 너를 껴안고 싶은가
섬이여
산처럼 높은 해일이 너에 대한 그리움인 걸
너는 아는가

 

 

 

 

나중에 양교수가 올라와 김선배님을 옆에 모시고 찍었다. 김선배님 시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자.

 

<경주 남산에 가면>

 

경주 남산에 가면

내 그리운 사람이

바위 속 문을 열고

걸어서 나오실까

감실의 부처님처럼

집 지키고 계실까.

 

돌처럼 굳은 언약

비바람 견딘 사랑

천년의 미소 머금고

늘 그 자리 그대로

엉겁을 다스려온 그대

숨결소리 들릴까.

 

 

  추사의 글씨 <시경루> 아래 서 있는 두 선배님

 

다음이 이곳이다

딱 죽여주는 물건. 바로 고개 너머 서포만에서 직접 가져온 요것의 성함은 전어다. 서울 전어하고는 질이 틀리다.

 

 

밥은 찰기있고 국은 간이 맞아 감탄스러웠다.

 

 

이 향토음식 제공하신 정봉화 선배님

 

대구 미인 정혜옥 선배님도 오셨다. 옆의 보디가드들은 한영탁 허일만 선배님.

 

<국화>

 

화려한 정원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여기
          메마른 흙과 하늘이 통한 곳에
          조상이 물려준 절개를 외우며 섰습니다.
          하나의 넋두리 속에서 피는 화려한 의상이 아니기에
          더욱 가냘픈 생명이옵니다.

          내 조국은 찬바람 부는 언덕을 넘은 곳
          외로움은 가을 불나비처럼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나에게 노래를 주십시오.
          오월의 푸른 언덕은
          내가 지킬 언약은 아니라구요.

          가도 가도 바람은 불고 서리는 내리는데
          내일을 기다려 참아야만 하는
          서러운 전설 속에서 피는 국화
          나는 국화이옵니다


                     ― 정혜옥(진주여고 3년),  

 

완사에서 아침 잘 먹고 산청 한방축제 가는 논둑엔 코스모스요, 산 밑은 푸른 진양호다. 옆에 앉은 허일만 선배님 이야기가 재미있다. 알고보니 진양호 옆에 서있는 남인수 동상은 허선배님이 주관하여 세운 것이다. 진주시장과 상의하여 자리 물색하고, 제막식에는 미국에 살던 남인수 선생의 부인과 자제분까지 와서 참석했다고 한다. 차속에서 최낙인 선배님이 쓴 시를 노래한 <가을>이란 노래가 마이크를 탔다. '내 님이 오시는가. 풀섶을 헤쳐가면...' 이날 참석 못한 정목일 이유식 두분 전화도 먼 곳에서 왔다.

 

산청 한방엑스포는 정부가 7백억을 보조했다는데, 시골 사람들이 입장료 1만5천원 내고 들어가 돌아댕기자면  다리만 아프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리산 문학관 관장 김윤승 박사 초청으로 함양 늘봄식당에 가서 기장 찹쌀 오곡밥에 지리산 흑돼지 잘 음미한 후, 문학관과 상림 숲을 둘러보고 함양터미널서 상경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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