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청산은 어이하여 만고에 푸러르고

중산리 다녀와서

김현거사 2013. 9. 13. 09:49

 

       

             중산리 다녀와서

 

 

 중산리 두류동은 해발 7백고지. 고구마를 캐보니 자줏빛이 유별나게 곱다. 자주빛 음식은

안토시안계 색소를 포함해, 지방질을 흡수하고 혈관 안의 노폐물을 흡수해 피를 맑게

한다.

 

  방울도마도 싱싱하다. 약간 타원형인 대추도마도다.

 

 간밤엔 눈이 시리도록 별을 보다가 잤다, 바위에 누워, 북두칠성을 보았다. 서울에도 별은

있지만, 이처럼 영롱하게 빤작이는 별은 없다. 밤이 되면 지리산은 보석같이 아름다운 별을

 이불처럼 덮어쓴다. 별이 아름다운 곳은 소모그나 공해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지리산에

 피는 꽃은 도시 꽃과 달리 꽃빛이 영롱하다. 꽃이 이럴진대 사람은 어떨까? 틈만 나면 내가

지리산에 오는 이유다.

 

 아침에 바위 위에 밥상 채렸다.

원래 산중음식은 풀뿌리 나무뿌리를 캐어먹어야 제격이다. 약초 많은 신령한 방장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날 아침 우리 먹거리는, 깻잎 당귀잎 고구마 감자 방울도마도 야쿠르트 

벌꿀 이다. 그중 벌꿀에 찍어먹는 당귀잎 맛은 완전 예술이었다. 당귀의 화사한 맛이 벌꿀의

달콤함을 그리 돋보이게 만들줄 예전엔 미쳐 몰랐다. 지리산 파삭고매와  야쿠르트 맛의 조화도 완전 멋이다. 우리는 이걸 仙食이라 명명했다. 매일 아침은 이걸로 때우기로 했다. 전도

구워먹었다. 주재료는 삼채고, 부재료는 지리산 흑돼지와 감자다. 삼채는 히말리야 1400

이상 고지 식물로 게르마늄이 인삼처럼 많다고 한다. 천연 식이유황(MSM) 성분이 마늘보다

6배나 많다. 잘게 썰어 전에 넣은 돼지고기는 고소한 맛을 내고, 감자는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물맛 역시 특품이다. 少食이지만 풀로 배를 채우고, 옆에 떨어지는 물줄기 한바가지 떠먹는

것도 약이라면 약이다. 그걸 약수라고 부른다. 이날 서울의 온도는 37도라고 매스컴이

야단법석인데, 숲속 돌아댕기다가 좀 덥기에 계곡에 들어가 등목을 치니 어찌 차그운지

진저리가 쳐진다. 마네가 그린 <풀 위의 식사> 같다. 빤쓰까지 홀까당 벗어던지고 완전 

나체 되어 한나절 놀았다. 산골 물에 은밀한 곳 목욕시키니, 산속의 특권이다. 짹짹  새만

날아다니면서 물건을 훔쳐볼뿐, 아무도 없다. 숲 바람은 살랑살랑 털을 스쳐간다. '그대에게

묻노니 왜 푸른 산에 사는고(問君何事棲碧山), 웃으며 대답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笑而不答心自閑 )'. 시 읊은 이태백이처럼 나도 가만히 웃어보았다.

 

 3박4일동안 우연히 찾아와 놀다간 친구 많다. 어머님 뵈러가면 반드시 옆에서 잔다는 효자

이병옥 친구는 자기농장 땅속 100미터 차고 시원한 지하수 맛을 소개하고 갔다. 울산 이광호

친구는 감자 고구마 전분 풍부한 진주 사범학교 근처가 우리나라 당면의 출발지라는 새

학설을 내놓고 갔다. 오태식 교장은 거제도 알짜배기 대구와 고니 맛을 논하고, 콩나물 넣고

쪄낸 대구뽈찜 이야기를 했다. 남해 미조리 갈치회, 남해대교 좌측 동네의 개불 맛, 금오산

 밑 전어마을 이야기도 했다. 그를 높이 치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을 제 철에, 제 장소에

가서, 제 값에 음미한 점이다. 촛자들은 딴 철에, 딴 곳에 가서, 돈만 잔뜩 내고 사먹는다. 

설봉규도 다녀갔다. 그는 파성선생님의 아들이다. 중산리 성혜근이는 파성선생님 의아들

이다. 다 인연 따라 모인다. 파성선생님은 집의 선친과 같이 일본대학을 유학한 친구다. 

남강 유등에 대한 이야기 나누었다. 봉규는 선친에게 직접 유등의 뜻을 들었으니, 그 뜻은

그가 제대로 안다. 

 사진 우측부터 설봉규, 성혜근, 필자.

 

다들 건강해서 술 담배 다 한다. 물에 담가 시원한 막걸리에 꿀을 타니 새큼달콤한 그 맛

일품이다. 흥겹게 잔을 교환했다. 우리는 이 산 입구에 <비흡연자 출입금지> 팻말 하나

세워놓자는 의견을 나누면서 파안대소 했다. 그래놓고 공연히 걱정만 많은 속인들보다

병없이 오래 살면 지들이 어쩔 것인가. 공박사한테 가서 얼굴과 뒷목의 혈에 전자침으로

瀉血을 좀 했더니, 눈과 등골이 시원해진다. 금방 거사의 얼굴빛이 좋아졌다고 한다. 

봄에 만들어 놓은 참나무 대목에 가을엔 표고버섯이 열릴까? 꾸지뽕도 가죽나무도 잘

자란다. 허허참! 강남 풍경은 점입가경이다.(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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