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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김현거사 2011. 11. 13. 09:33

 

 

 은퇴한 후 할 일 있어 좋다. 새벽에 일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탐석 가서 돌 줍듯, 머리 속 단어를 골라 컴에 쳐놓고, 요모저모 앞 뒤를 뒤척거리면서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좋다. 노년에 적합한 일이다. 새벽에 조용히 인생을 관조해보는 시간이 좋다. 골프는 경비가 비싸 끊었다. 남은 것이 등산과 바둑. 수필 쓰는 일 하나 더 늘었다.

 

 수필가가 되어서 좋은 이유 몇 개 있다. 첫째는 버스 타고가는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점이다. 여유있게  창밖의 가로수 구경하면서, 오르고  내리는 여인들 구경하면서, 메모하면서, 명상할 수 있어 좋다. 글 쓴다고 불편하게 책상에 앉아 골머리 썩힐 이유 없다. 둘째는 어디서 누굴 기다릴 때 좋다. 시간  가기 기다리는 지루함 없어 좋다. 불펜 꺼내고 무릅에 메모지만 탁 펼치면 끝이다. 생각이 멋지게 전개되고 정리될 때는, 오히려 만날 사람이 좀 늦게 왔으면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고 친구가 나타난다.

 

 쓴 수필을 서너군데 싸이트에 옮겨보기도 했다. 문학 싸이트도 두어군데 싣는다. 그러나 문학 싸이트는 실망이다. 소위 글 쓴다는 사람들이 왜 남의 글 읽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자신도 글 쓰는 사람이 아니던가. 글 쓰는 일이 쉬운 일 아님을 상호 뻔히 알지 않는가. 그런데 눈팅도 않고, 댓글도 없다. 히트 수가 없음은 눈팅도 없음이다. 서로 품앗이 하듯 댓글 달자는 사람은 있다. 반갑잖은 사람이다.참고로 인터넷 매너를 학점으로 나눠보면 A 학점은 항상 모든 글에 칭찬 리풀을 단다.B는 맘에 드는 글에만 리풀 단다.C는 리풀을 달되 맨날 딴소리만 한다.D는 눈팅만 하고 간다.F는 뭔가 못마당해서 까시 놓고 간다. 가능한 A학점 많이 나와야 한다.좀 관록 있는 사람은 아예 오질 않는다. 관록 문단처럼 내세우는 데 없다. 대가들한테 문단처럼 아첨해대는 데 없다. 연고 찾는 데 문단 같은 곳 없다. 수많은 상 만든 데 문단 같은 곳 없다. 정치꾼들이나 이럴까. 부끄러움이 뭔지 모른다.

 

 글 쓰는 일은 기도와 비슷하다. 내면을 정화하고 생각을 정화해서 쓰는 것이 글이다. 참선과 비슷하다. 오랜 명상과 참선을 한 순수한 맑은 얼굴 문단엔 드물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등산인 싸이트와 의사들 싸이트다. 등산인들은 대개 순수하다. 청산백운이 거기 있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제 분야서는 전문가지만 문장은 서툴다. 그러나 진솔한 댓글과 답글이 본문보다  많다. 더 재미있다. 고교동창 싸이트도 마찬가지다. 

 

  세상 할 일 다 한 후 늦깍이 수필가가 되었다. 처음엔 책에 글 좀 싣고 싶었다. 상도 하나 쯤 받고 싶었다. 그러나 금방 모두 백일몽이란 걸 알아채렸다. 겨우 몇군데 글을 실어보았지만, 한강에 배 지나간 자국이다. 한국의 문예지란 어차피 서점에 나가도 거의 팔리지 않는 물건이다. 진지하게 글은 안 쓰고 행사만 벌이는 문인들 덕택이다. 독자 무시하고 제 잘난척 하는 문인들 덕택이다. 작가란 무엇인가. 글 쓰면 생계비는 아니라도, 용돈 쯤은 벌어야 작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뭣인가. 둘러리다. 나는 전에 기자였었다. 글 쓰고 월급 받았다. 적어도 그 때는 쓸 기(記)에 놈 자(者) 였었다. 둘러리는 아니었다.

 

 다행한 것은 앞으로 책은 전자책 시대로 갈 것이다. 뭣대로 마음대로 일반인과 접하는 인터넷 시대로 갈 것이다. 지금처럼 전문가랍시고 전횡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일반인이 참여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내용 신통찮으면, 그가 아무리 문단에서 관록있다고 구렁이 제 몸 추스리듯 해도 외면하는 공평한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생각하면 맘이 편해진다. 늦깍이 수필을 시작하긴 잘했다.

 

건 뭐 모래밭에 책  댓글 읽는 재미가 쏠쏠찮다.나 좋으면 남도 좋을 것이다.남의 글 뒤에도 열심히 댓글 달아준다.

 

 

미인의 이마 위 사마귀는 용서할 수 있어도 서정시에사 잘못놓인 단어는 용서할 수 없다.을 글쓰고,생각의 군더뒤척 살피면서 올려놓고 건져 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