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 사진

아내

김현거사 2022. 4. 7. 19:50

 

5년 전 찍은 사진이다. 할머니가 폐결핵과 뇌경색 병을 이겨내고 퇴원하였을 때 사진이다. 언젠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내가 아들 딸 내외하고 평소 대화가 적어 할머니 이야기만 듣고 나에 대한 오해가 많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오늘 할머니가 뇌졸증 증세를 보여 분당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 마침 오늘 육군 소장 친구를 만나 아내와 나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길 3시간 정도 하고 와서 심란한 마음에 컴퓨터 바둑을 두는데, 그동안 전화가 왔던 모양이다. 할머니 전화 흔적이 있고, 청강이 문자가 남아있었다. 즉시 청강이와 통화 하고 병원에 갈려고 옷을 입는데, 청강이가 오늘 밤은 오지 말라고 다시 전화했다. 가장으로서 무시 당한 느낌이었다.

아내의 오해 때문인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아파트 노인회장을 했다. 그런데 아내는 내가 노인회 부회장 할머니하고 친하다고 의심하는 바람에 바로 노인회장을 사퇴했다. 아내는 일주일에 서울 강남복지관에 3번 나간다. 나는 병약한 몸으로 공기 나쁜 서울 나가지말고, 나하고 아파트 헬쓰에 다니거나 산책을 하자고 했지만 5번 권하면 한 번 듣는다. 그러다 어느날 자기 침대에 여자 목걸이가 나왔다고 한다. 누굴 데려왔느냐고 묻더니, 증거를 잡았다며 판사인 당군한테 알렸다고 한다. 이야기가 밖으로 나간 것이다. 그래 친구 이장군에게 아내가 평소 나에 대해서 자식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사위나 며느리가 오해하지 않겠나. 내가 자식에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묻자, 친구는 그런 이야기는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충고해주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컴퓨터 바둑하다가 응급실 소식을 들은 것이다.

 당뇨가 오래되면 사람이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한다. 나는 평소 아내한테 조심한다. 평생 같이 살았으니 병든 아내를 끝까지 성심성의껒 간병하는 것이 남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래 할머니 병원 스케줄은 내가 더 챙긴다. 적당한 운동과 신선한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고 해서 마트에서 시장 봐오고, 식사 설거지는 도맡아서 한다. 아내 식사를 내가 준비해 내놓진 못하나, 삼시 세끼 내가 먹는 음식은 내가 챙겨 먹는다. 그건 문제 아닌데, 남편을 막 대하는 건 문제다. 본인은 그걸 전혀 모르는 눈치지만, 시장 봐온 물건 잘못샀다고 매번 퉁박하고, 음식 많이 먹었다고 매번 핀찬한다. 본인은 미인이고 이화 나오고 고대 나왔고, 학창시절 법대 상대생에게 인기있었다. 그러나 서로 힘껏 노력하여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 이쪽은 시골 출신이지만, 대학 4년 특대생이었고, 기자였고, 재벌 회장 비서실장 이었다. 

의견이 마주치면 나는 조용히 하라는 말 하지만, 정작 삿대질 하며 내의 찢겠다고 덤비는 건 그쪽이다. 내가 서재 방으로 도망가면 따라와서 유화 물감까지 마구 던지는 게 그쪽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한다. 본인은 남편한테 폭행 당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20년간 재계에서 가장 깐깐한 재벌 회장을 모셨다. 그는 아내처럼 일방적이진 않았다. 그 분과는 서로 대화가 가능했고, 큰 일도 맡겼다.  나는 아들 딸과 대화가 적고, 사위 며느리와도 대화한 적이 별로 없다. 그들 모두 나를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래 이 글을 남긴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재능도 있었고 모두가 부러워한 미모였다. 그렇지만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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