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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여행

김현거사 2019. 8. 6. 19:23

홍도 여행



 인생이 일장춘몽이던가. 새벽에 안개 자욱한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저 파도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

 


 아내는 그동안 큰 병을 두 개나 겪었다. 그래 이번에 작심하고 홍도 여행을 다녀왔다.

 수서역에서 마당쇠가 마님 모시고 SRT(고속열차) 타니, 15분만에 동탄역 지난다. 열차는 빨라서 좋고, 여승무원은 스츄아데스처럼 이뻐서 좋다. 지제역에서 열차가 지상에 나오더니 푸른 들판 보여준다. 나락은 들판에 초록 양탄자 깔았고, 비 갠 하늘 뭉게구름은 큼직한 아이스크림 같다. 아산역 근처 과수원 빨간 자두 싱그럽다.

2시간 20분만에 광주 송정역 거쳐 목포에 닿는다. <남해 엔젤호> 승선하니, 배는 올망졸망한 작은 섬 지나, 홍도로 간다. 하필 신안 앞바다에 섬이 1004개 있어, 여그를 <천사 섬> 이라 부른단다.

 


숙소에 짐 놓고 마님 손 잡고 몽돌해변 가니, 거긴 모네가 그림 그린 북프랑스 에트르타 해변 보다 아름답다. 해안 내려가는 길 담장 분꽃도 곱고, 푸른 풀 덮힌 절벽에 군락 이루고 핀 노란 원추리꽃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추리꽃 아름다운 곳은, 산은 지리산 노고단, 바다는 바로 이곳 홍도 몽돌해변이라고 이번에 마당쇠가 정했다.




 

 경치가 하도 맘에 들어 그 자리 마님 좌정한 평상에 돌돔과 뿔소라 회를 주문했다. 주인은 해삼 한 접시 서비스로 더 올려준다. 잔 채워놓고, 은파 구경 작정하고 달 뜨기 기다리니, 이윽고 어두운 밤하늘에 마님 하얀 손가락에 낀 가락지 같은 초생달 뜬다. 이미 흥이 무르익은 사람이 은파 없다고 가만 있겠는가. 나폴리 간 적 없지만 가본 사람 보다 노래 더 잘하지 않는가. <잔잔한 바다 위로 저배는 떠나 가고, 노래를 부르니 나폴리라네. 황혼의 바다에는 저 달이 비치이고, 물위에 덮인 하얀 안개속에 나폴리는 잠잔다. 싼타루치아. 잘 있어. 서러워 말아다오> 마당쇠가 안드레아 보첼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데서 가만 있을 사람도 아니다. <먼 싼타루치아> 한 곡 멋지게 날리고 숙소로 돌아와부럿다. 




아침 6시 반, 입에 착착 감기는 갈치 젖갈 반찬으로 식사하고 <레드 아일랜드>호 승선하여 해상 투어 나갔다. 남문바위, 탑섬, 독립문바위 등 기괴한 바위는 물 위에 솟아있고, 산에는  비바람에 키가 난쟁이가 된 소나무가 많다. 전부 분재처럼 아름답다. 한 골짜기는 야생 백동백이 있어 그것도 홍도의 자랑이다. 경치 구경도 좋지마는, 해상투어 하이라이트는 선상에서 벌어지는 선상파티다. 유람선을 한 곳에 세우자 어선이 나타난다. 3만원 건네면, 어부는 갓 잡은 싱싱한 도미 우럭 볼락 가재미 회접시 건네준다. 풍경도 좋거니와 어부는 돈 많이 번다. 잠간 20분간 장 서는 동안, 20 접시 600만원 매상 올린다. 



 유람선 투어 끝내고 쾌속선으로 30분만에 간 흑산도는 볼 게 없다. 볼 거라곤 부두에 서있는 돌에 새긴 흑산도란 글씨 뿐이다. 1만 5천원 내고 버스로 총 27 킬로 일주도로 돌았지만,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 버스 기사 이야기 중, 물빛이 파랗다못해 검게 보여 흑산도라는 것, 사철 단풍이 들지않는 상록의 섬이라는 것, 논이 없어  60세 이상 노인에겐 매달 쌀 20킬로가 무상 공급 된다는 것, 농가주택 하나 2천만원 이라는 것만 기억난다. 나중에 도서관이라고 버스가 내려주고 간 곳은 열쇄로 문이 잠겨있다. 그날이 금년 최고의 폭서인데, 그러면 않되지.

 여객선 터미날에서 두 시간 무료하게 배 기다리다가, 1시간 걸려 두 섬이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와 도초도로 건너갔다. 거기 바둑께의 풍운아 이세돌 생가 있고, 초등학교 인수해 만든 기념관 있다. 도로변에 수국을 많이 심어놓았다. 5월이면 꽃구경 좋겠으나, 수국보담 해당화가 좋다. 그게 향기도 좋고, 섬이란 애상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논 옆에 수로가 많아 붕어 장어 많다고 한다. 염전 많고 논이 많아 부유해 보인다. 해수욕장은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물건이다. 해운대 보다 넓고 물결이 잔잔하다.

군에서 무상으로 지어줘 동네 사람이 운영한다는 팬션에서 자고, 새벽 5시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가서 고요한 시간 가져보았다.


 아침을 보말죽으로 해결하고, 안개 때문에 결항된 배 대신 다른 배 갈아타고 목포 나갔다. 목포 사람들은 홍도 흑산도는 전라도가 아니란다. 제대로 된 남도 음석은 목포 시내에 있단다. 원한다면 뭘 주저하리, 마님의 여윈 손 잡고 목포서 유명하다는 민어 거리 찾아갔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민어 부레, 꼬들꼬들 민어 껍질, 고소한 민어 전,  찰진 민어 회 만났다. 참고로 여종업원한테 율곡선생 초상화 한 장 건네보시라. 민어 한마리 값에 해당하는 민어 부레 서너 점 더 나온다.

 


 마당쇠는 거기서 마님 칭찬 받았다. 여행은 눈치 빨라야 즐겁다. 서비스 민어 부레 두 번 받았기 때문이다. 목포역이 걸어 7분 거리다. SRT 타니 수서역이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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