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전라도 맛기행

김현거사 2018. 9. 26. 06:51

 

 전라도 맛기행

 

 가을인데 게기들이 살이 쪘으까. 추석상 차리기 귀찮다해서 1박2일 전라도 맛기행 떠났다. 죽전 간이역에서 버스 오르니 비 온 뒤 하늘 맑게 개였다. 산은 숲이 짙다. 박정희 대통령 공이다. 

 

 고창, 무안, 목포까지 길이 전부 붉은 황토밭이다. 그 많은 황토흙에 찜질하고 자란 자색고구마 명품이다.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 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 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 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리리.' 한하운의 '보리피리'란 시 떠오른다. 자고 나면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지는 문둥이가 걸어간 천리길, 그 길에 심어진 가로수가 모두 자미화다.  배롱나무로도 불리는 자미화는 하늘에 수많은 별 중에 자미성이 으뜸인 것처럼 꽃 중에 으뜸이라 그리 불렀다. 꽃빛 하얀 것과 보라색 있어 합식하면 참으로 세련되지만, 여긴 누가 한이 깊어 그랬을까. 처절하게 붉은 진홍빛만 심었다. 붉은 황토땅 덮은 붉은 자미화 꽃천지에 주홍빛 황혼 내리면 거기는 어디일까. 구슬픈 진도아리랑 한가닥 들려오면, 거기가 원죄 씻지 못한 영혼들이 지옥 가지 전에 잠시 머문다는 림보(limbo) 같겠다.

 

 

 증도란 섬에서 장어구이 먹고 바닷길 산책했다.

 

 

 인적 없는 해수욕장이 4K란다. 해운대 보다 넓다. 해당화 핀 솔밭은 솔향기 짙고, 푸른 파도 밀리는 백사장은 한없이 고요하다.

 

 

목포에서 홍어삼합, 전어구이에 참이슬 한 병 비우고 추석절 달이 뜬 바다 구경했다.

  

 

 바닷바람 시원한데 물에 어린 어선들 불빛 낭만적이다. 밤낚시 하는 사람 있고 아기 안고나온 젊은 부부 보인다. 소나무 아래 보름달 지나가는 이런 데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림이 노래가 시가 나온다. 잘났다고 목에 힘줘봐야 도시의 토끼장 같은 아파트는 말짱 도루묵이다. 

 이튿날 먹갈치 두 토막 먹고 다방 커피로 입가심 한 후 유달산에 올랐다. 이난영 노래비 앞에 서니,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아씨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노래는 애잔한데 풍경은 한심하다. 유달산은 반쯤 털 뜯기다가 도망친 수탁처럼 을씨년스럽고, 삼학도는 어딘가 찾아보니 아파트가 바다를 가렸다.

 마라난타가 불법 전했다는 법성포에서 마라난타사 참배하고 굴비마을 구경했다. 가게마다 줄줄이 매달아놓은 굴비 엮음이 이색 풍물이고 그 많은 굴비 전문음식점 신통하다. 서울 은마아파트 상가 12만원하는 굴비 열마리가 여기선 5만원한다. 진품 보리굴비 네 사람 상에 딱 한접시 올라온다. 한 점 맛보고 버스 올라 군산 휴게소 지나자 망경강 김제평야 나온다. 여기가 전라도 끝 충청도 시작이다. 평야지대라 바다의 서해 낙조 일품이다. 구름은 공중에 주홍 커턴을 친 것 같고, 바다는 적포주빛 일몰을 거울처럼 반사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김종필씨 서산농장 올 때까지 쭈욱 구경했다. (2018년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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