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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창현 수필집 / 한국문학방송 刊
간혹 마음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둥굴고 원만하고 아무것도 채워지지않은 순백의 달항아리를 바라본다. 그것은 학이나 국화나 연꽃이 그려진 초화문 항아리는 아니다. 그러나 텅 빈 속에 오히려 무한한 여백을 안고있다. 세상사란 무엇인가. 누구는 물 위에 비친 달그림자라 하고, 누구는 바람이 지나가면 흔들리는 뜰의 대나무 그림자라 한다. 부침과 생멸이 물 위에 비친 달그림자, 바람이 지나간 뜰의 대나무 그림자라 한다. 은퇴 후는 아침엔 책을 읽고, 오후엔 산에 약수 뜨러간다. 산을 사랑하고, 술과 달을 사랑하고, 문장을 사랑하려고 하였다. 돈과 권력같은 건 되도록 멀리하였다. 젊은 시절은 철학을 배웠다. 은퇴 후에 수필가가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얻는다. 세상사를 버린 대신 몇개의 글을 얻었다. 노년에 가장 가까이 한 것은 산이다. 그동안 지리산 드나들며 얻은 시와 여행기,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 그것은 산과 자연에 대한 글이 주종을 이룬다. 그것은 달항아리처럼 둥굴고 원만하고 아무것도 채워지지않은 순백의 것은 아니다. 서투른 도공이 만든 매화나 국화, 산이나 구름이 새겨진 항아리 같은 것이다. 그러나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떠나는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누군가 서투른 도공의 흔적을 가만히 웃어줄 것을 기대한다. ― 김창현, <머리글>
- 차 례 -
머리말
제1부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눈이 내리면 눈 온 아침 매화가 피면 그녀의 정원 지하철 속의 아베마리아 세모(歲暮)의 글 집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제2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하나 종소리
새벽 예불 통도사의 암자들 템플스테이 절 구경 무엇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하나
제3부 매화송 매화송(頌) 소나무 대나무의 운치 목단송(頌) 바위. 그 여러 모습에 대한 명상 제4부 지리산 시첩(詩貼) 그리운 지리산 지리산에 은거한 친구를 생각하며 청산이 누구신가 마음속에 짚어보니 산에 갈 때마다 소나무 춘란 구절초 국화주 구절초
漢詩 3首 菊花 山家水聲(산가의 물소리) 臥翁(들어누운 노인네)
제5부 산정무한 지리산에 인삼 좀 심어놓고 지리산에 오가피를 심어놓고 두류동에 현판 하나 걸어두고 산정무한 천왕봉 등정기 답산(踏山)의 의미 제6부 수필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1) 산수화 화법과 수필 작법(2)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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