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감나무처럼
지내놓고 보면 인생은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것은 피었다가 소리없이 봄밤에 진 배꽃의 낙하였다. 애수와 그리움 가득한 달빛 아래 떨어진 환상이었다. 대략 이런 스토리로 나의 강물은 흘러갔다. 그러는새 내 청춘은 끝났고, 인생의 희노애락은, 내 내부에서 영글었다. 나는 좀은 인간다운 체험을 지닌 중년으로 변했고, 그래서 좀은 안심되던 것이다. 소설로 치면 웅대한 스펙타클도 없고, 감동할만한 사연도 없다. 그러나 좀은 다정다감하고, 좀은 겸손과 분수도 터득한 것이다. 하나도 남보다 띄어난 구석없이 살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데 나는 기특하게도 그렇게 살아왔다. 돈도 별로 없고,친구도 많지않고, 자식도 둘 뿐이다. 거실에서 난초를 키워봤지만, 꽃을 본 적이 드물다. 한강에서 낚시도 해봤지만, 강준치 한 마리 제대로 올린 적 없다. 글을 써봤지만, 대단한 작가도 아니다. 그림을 그려봤지만, 전시회를 연 적도 없다. 산을 타봤지만, 항상 뒤처진다. 노래방 가선 한곡조 부르곤 하지만, 무대에 서 본 적 없다. 불경도 읽지만, 절에는 별로 가지 않는다. 작은 회사 임원도 했지만, 일치감치 끝났다. 고작 집 마당에 고추와 상치 두어포기 심어먹는 것이 취미이고, 덤덤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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