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거사 2013. 9. 13. 09:45

  소나무

 

늙으면 시를 쓰는 나무가 있다.

천길만길 암벽에 용틀임하고 참선하는 나무가 있다.

등 굽은 노인같이 들어누워 폭포를 바라보는 나무가 있다.

달이 밝으면 온몸이 향냄새로 변하는 나무가 있다.

바람이 불면 거문고 튕기는 나무가 있다.

발 밑에 송이와 영지를 키우는 나무가 있다

손으로 흰구름을 부르고 가지에 학을 품는 나무가 있다.

백설이 덮히면 세한도(歲寒圖)가 되는 나무가 있다.

청산을 사랑하는 탈속의 선비가 

그 밑에 풍로를 놓고 하얀 연기를 풍기며

차를 끓이는 나무가 있다.

2013년 9월

 

- 醉漁唱晩 -